
지금 광화문광장에 가보면 가림막 뒤로 공사가 한창이다. 위치는 광화문과 세종대왕상 사이, 정확히는 세종대왕 우측 뒤통수 부분이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늘 그렇듯 시설이 새로 들어서나 싶을 것이다. 그 공사는 오세훈표 광화문 알 박기 조형물 ‘감사의 정원’ 조성 공사다. 4월까지 완공하겠다는 ‘속도전’이다.
이 사업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시작부터 진행 전반이 철저히 ‘오세훈스럽다’. 잘 있는 광화문광장 한쪽에 한국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담은 상징의 공간과 석조 조형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참전국 22개국+한국=23개’의 석조 조형물은 이른바 ‘받들어총’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도대체 누가 광화문광장에 한국전쟁을 기념하고 참전국에 감사하는 조형물을 만들어달라고 했는지도 궁금하다. 또 서울시장이라고 전 세계 보는 한국의 얼굴이라 할 광화문의 중대한 사업을 시민이나 국민과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강버스와 똑 닮았고, 앞으로 만든다는 서울링도 뻔하다.
국토부는 9일 “감사의 정원이 국토계획법 및 도로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서울시에 공사 중지 명령 사전통지를 했다”고 밝혔다. 지상 상징 조형물 설치와 관련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고시를 하지 않았고, 지하공간은 도시관리계획·실시계획 변경과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서울시는 당연히 강력 반발했다.
국민들로서는 양자 중 누구 말이 맞는지 알기 어렵다. 23일까지 의견 제출 기간이니 부당하다면 서울시는 시비를 가리면 된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의 길도 있다. 행정기관 간에 따지고 다투는 일은 사실 일상사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10일 ‘저항권’을 운운했다. 오 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토부의 공사중지 명령에 대해 “무리한 법 집행에는 일반 국민도 저항한다. 서울시는 시민에 의해 선택된 민선 자치정부인데, (중앙정부가) 과도한 직권남용을 행사하면 시도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디테일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공사를 중지시키겠다는 건”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서 하라는 것이 상식적” “규정을 이 잡듯 찾아내 ‘실무적 미비점이 있다’고” 등을 말한 것을 보면 국토부의 지적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물론 오 시장이 하루라도 빨리 건설을 완료하려는 것이나 정부가 그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것이 6월 지방선거 영향이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더욱 오 시장이 화가 나고 초조할 수 있다. 그러나 ‘저항권’ 운운은 너무 도가 지나쳐 엉뚱한 느낌마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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