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 1등이라는 성적표 앞에는 늘 의과대학이라는 선택지가 먼저 거론된다. 대전대성고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조경진(18) 군에게도 그런 기대가 뒤따랐다. 주변에서는 '서울대 의대에 충분히 갈 수 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망설임 없이 '별과 우주'를 선택했다.
조 군은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중학교 때 이미 진로를 정해둔 상태라 입시 과정에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며 "별을 직접 관측하고, 이론을 수학과 물리로 설명해내는 과정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조 군은 202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에 합격해 입학을 앞두고 있다.
조 군이 천문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교내 과학 토론대회와 항공우주 관련 대회에 참가하던 중 담임교사의 권유로 대전교육과학연구원의 천체 관측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이후 각종 대회를 통해 경험을 넓힌 조 군은 중학교 3학년 때 출전한 천문올림피아드에서 고교생과 영재고 학생들과 경쟁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어린 나이에 진로를 정했음에도 대입 과정에서 의대·약대 진학을 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교 1등인 만큼 서울대 의대 지역균형전형 추천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오래 고민해온 길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선생님들과 약사인 부모님도 제 선택을 믿고 지지해주셨다"고 했다.
조 군은 학교 분위기 역시 각자의 관심 분야를 좇아 진로를 결정하는 흐름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생활기록부는 천문학과 관련한 활동으로 빼곡했다. 본인뿐 아니라 전교권 친구들 가운데서도 최상위 약대 합격을 뒤로하고 공대로 진학하거나, 의대에 합격하고도 기초의학·생명의학 연구를 지향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조 군은 대학 입학을 계기로 천문학 연구자는 물론, 장기적으로는 과학기술 정책 분야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 군은 "카이스트에도 지원했는데, 그곳에 과학기술정책 관련 부전공 과정이 있어 미련이 남았다"며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에 머무르기보다, 과학이 사회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쓰일지 고민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향인 대전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대전은 연구기관이 많은 도시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과학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며 "경험을 쌓고 돌아온다면, 후배들이 더 넓은 환경에서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https://naver.me/5DZWsn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