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 년에 걸친 만성 음주가 보상과 충동 조절,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유전자 발현 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미겔 에르난데스대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 공동 연구팀은 호주 시드니대 산하 뉴사우스웨일스 조직자원센터에 보관된 사후 뇌 조직을 이용해 알코올 중독 환자 18명과 대조군 18명을 비교 분석했다. 두 집단은 연령과 사망 후 뇌 적출까지 걸린 시간을 맞췄으며, 환자군의 평균 음주 기간은 약 35.5년이었다.
연구팀은 의사결정과 계획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피질과 보상·충동 조절에 관여하는 측핵을 대상으로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특정 유전자가 얼마나 많이 발현되는지를 정량하는 검사)를 실시했다. 비교 지표로는 뇌에서 보상과 스트레스,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 조절 체계인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상대적 발현량을 활용했다.
분석 결과, 알코올 중독 환자에서는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 CB1 수용체 유전자 발현이 전두엽피질에서 125%, 측핵에서 78%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술에 대한 보상 반응과 갈망 신호가 과도하게 커지고, 충동을 억제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해져 중독 행동이 더 쉽게 강화되고 재발 위험이 커진다는 의미다.
또한 신경 보호와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CB2 수용체 유전자 발현은 전두엽피질과 측핵 모두에서 약 50% 감소했다. 이에 연구팀은 “뇌의 방어 메커니즘이 약해지고 중독에 대한 갈망이 강해지는 생물학적 변화를 뚜렷하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코올 중독 환자의 뇌에서는 보상과 충동 조절, 의사결정과 관련된 영역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 유전자 발현이 부위별로 다르게 변화돼 있었다”며 “이러한 변화는 알코올 중독에서 나타나는 실행 기능 저하와 재발에 취약한 특성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사후 뇌 조직을 이용한 기술적 연구로, 향후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중독(Addiction)’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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