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문제가 된 건 기자들의 선행매매 사건이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기업 호재를 미리 인지해 주식을 매입하거나 호재성 기사를 작성하고 주식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불법 투자를 해온 사실이 지난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의 선행매매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에 나서자 한국경제는 사과문을 내고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 SBS 직원이 넷플릭스와 SBS의 제휴 소식을 미리 알고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건도 있다.
현대자동차 기사 삭제·수정 논란도 여파가 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의 장남이 2021년 7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법원이 같은 해 9월 벌금 9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4년이 지난 지난해 9~10월 관련 기사가 돌연 삭제되거나 제목이 수정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제지는 물론 편집권 독립을 중시해온 한겨레에서도 기사 제목 수정 사실이 드러나 대표이사가 사임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언론이 투자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인정된 대법원 판례까지 나왔다. 2022년 논란이 된 100억 원대 규모의 대규모 투자사기 사건에서 언론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사기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언론에 보도된 '투자 소식', '공장 증설' 기사를 보여주며 투자를 유도했다. 누구나 알법한 유력 경제지의 기사들이었기에 피해자들은 이들 기사를 취재된 사실로 여겼다. 그러나 이는 언론이 돈을 받고 쓴 기사형광고였고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단순히 기업이나 정부부처를 일방적으로 홍보해준 수준을 넘어 사기에 가담한 것이다.
기자들의 선행매매, 광고주와 결탁한 기사 삭제 및 제목 수정, 그리고 사기에 가담한 기사형광고까지. 언론이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결과는 참담하다. 언론은 정치권력이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행보를 보일 때마다 핏대를 세워 반발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언론 스스로 원칙과 독립성을 무너뜨렸다.
관련 문제를 다룬 기사 댓글에는 언론인을 향한 비난이 넘쳐난다.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에 이어 '기더기'(기자+구더기)라는 멸칭으로 불린지 오래인데, 이제는 더 강한 멸칭이 만들어지고 확산돼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 묵묵히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기사를 쓰는 언론인들마저 멸칭에 묶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의미 있는 변화도 있다.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언론이 적지 않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언론계 전반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언론계엔 여러 협회가 있고 자율규제 기구들도 있다. 언론의 신뢰가 추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 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6/0000134255?sid=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