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돌연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표면상으론 부처 예산 및 권한에 대한 이양이 불가하다는 정부 입장이 도화선이 됐지만, 결국 우려했던 정쟁의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 정가·주민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속도조절 또는 반대 입장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10일 오후 TK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11일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대구를 방문해 지역민심을 청취하고 입장을 낼 예정이다. TK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행안위 소위에 오르는 당일(10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견 청취에 나선 모양새다. 지역 정가에선 국민의힘 지도부가 행정통합이라는 명제에는 찬성하지만, TK가 야권의 핵심지역인 만큼 이재명정부의 통합 의지에 끌려가는 것을 두고만 보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TK 행정통합에 미온적이던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결국 행정통합 반대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통합에) 미온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 바탕에는 이재명정부에서 추진 중인 통합에 동참할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며 "일부 TK의원들도 일단 특별법에 서명을 했지만, 실제로는 반대하는 의견이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이유로 지도부에서는 행정통합을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빈껍데기 행정통합에 대해 반대 기류가 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며 "내일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행정통합 속도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통합에 무조건 반대하면 지역 발전의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정부의 권한 이양 불가 방침 탓에 '권한 없는 통합 반대'라는 명분을 쥐게 된 것"이라며 "야당 지도부는 이를 고리로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 논의를 지연시키며 정부 심판론이나 지역 홀대론을 동시에 부각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최대 20조원 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운 이재명정부의 행정통합론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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