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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숙박요금이 치솟는 현상은 해외에서도 낯설지 않다. 다만 요금 인상을 전면적으로 막거나 오로지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기기보단 임시 숙박 제공 등 간접 수단을 통해 관광 특수와 신뢰 사이 균형을 찾는다.
◆해외서도 투어플레이션…英스위프트 공연 땐 호텔 요금 8.8%↑
대형 공연과 국제 스포츠 행사, 축제 등이 이어지면 해외에서도 관광 수요가 급증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에 숙박료와 항공료, 식음료 가격 등이 일제히 오르는 현상을 ‘투어플레이션(Tourflation)’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투어 기간 공연장 인근 지역의 호텔·에어비앤비 가격이 평소보다 몇 배는 상승해 스위프트플레이션·스위프트노믹스와 같은 합성어까지 탄생시켰다.
2024년 6월 스위프트는 영국 주요 도시에서 투어를 펼쳤는데 이 기간 호텔 가격 상승률이 8.8%에 달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 1.7%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률은 5.7%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당시 전문가와 주요 외신은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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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일러 스위프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프랑스도 2024년 파리올림픽 개최와 맞물려 항공권과 현지 숙박비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호텔업 자문업체인 MKG는 올림픽 기간 객실 점유율과 가격 상승에 힘입어 프랑스 호텔업계가 3억5700만 유로(약 53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관광 선진국은 자체 가이드라인·임시 숙소 제공
지나친 숙박료 인상은 과도한 물가 상승과 국가 및 도시 이미지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폭리를 취하려는 이들에게 엄포를 두기도 하지만 당국이 숙박료 인상 자체를 직접 막기는 어렵다. 그래서 당국은 규제·단속 강화와 대안 제공을 병행하면서 업계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도록 간접 관리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올림픽·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대형 이벤트 때 호텔·식당의 과도한 가격 인상 여부를 단속하겠다고 예고하고, 가격 인상 실태 점검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파리올림픽 기간에는 관광청이 호텔업계에 요금 인상 자제를 촉구하는 협조문을 보냈고 공정경쟁국은 파리 등지 호텔 600곳 이상을 조사해 총 11만 유로(약 1억5000만원) 벌금을 부과했다.
일본은 대형 호텔 체인 본사가 자체 숙박 약관과 가격 정책을 둔다. 성수기·특정 이벤트 때 요금을 올리되 브랜드 이미지와 재예약률을 해칠 수준의 과도한 폭등은 피하는 방향으로 내부 가이드라인을 운영한다. 브랜드 신뢰와 규제 리스크를 의식해 내부 가격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며 결과적으로 대형 이벤트 때 폭등을 스스로 자제하는 구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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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한 호텔 로비에 마련된 테일러 스위프트 컬래버레이션 공간. |
높은 관광 경쟁력을 지닌 싱가포르도 숙박비 폭등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관광청과 숙박업계가 모바일 예약 시스템, 직접 예약 유도 등을 강화해 중간 마진을 줄이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격 안정화를 유도한다.
특정 이벤트 기간 대체 숙박시설을 늘려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시도도 적지 않다. 대형 박람회가 자주 열리는 독일이나 네덜란드 일부 도시는 특정 수요가 몰릴 시기에 임시 숙박시설의 한 방편으로 호텔쉽(호텔 선박)을 운영한다. 관람객에게 숙박 옵션을 추가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며 이벤트 때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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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요 도시는 주거난 방지를 위해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를 엄격히 제한해 왔으나 올해 북미월드컵을 앞두고는 이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6∼7월 월드컵 기간에 단기 임대 숙소 수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거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일반 가정집을 숙소로 전환하도록 독려 중이다.
◆신고·사후 단속 의존하는 한국…해외 사례 참고 필요성
우리나라도 보다 적극적이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금 인상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간접적 관리 수단을 병행해서라도 관광 특수와 소비자 신뢰를 함께 지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숙박료 문제에 손놓고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보다 과도한 인상을 스스로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관광 특수를 기회로 살리면서도 도시와 국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간접 관리 방식이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조기 달성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형 이벤트 기간마다 숙박 대란이 반복된다면 국가 이미지와 재방문 수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부 대처는 문제가 불거진 후 지자체가 집중 단속을 벌이거나 신고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지자체·중앙정부·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요금 가이드라인, 임시 숙소 대폭 확대 등의 조치는 물론이고 기획사와 같은 행사 주최 측도 티켓 판매 일정, 좌석 규모, 해외 예매 비율 등을 사전에 정부와 공유하는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은 때인 만큼 추후 대형 이벤트 기간의 숙박 시장 안정 여부가 K-관광의 경쟁력에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