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엔비디아용 HBM4를 설 연휴 이후인 2월 넷째주부터 양산 출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정대로면 최신 HBM을 경쟁사들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공급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열린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 요청으로 HBM4 출하가 2월로 예정됐다”고 공개한 바 있다. HBM4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에 탑재된다.
그동안 HBM으로 고전하던 삼성전자는 HBM4에서 빅테크 고객사들의 인정을 받는 데 성공하며 시장 판도를 뒤집고 있다. 삼성전자는 5세대(HBM3E)까지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D램 3사 중 가장 늦게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 하지만 HBM4는 경쟁사들보다 한 단계 앞선 공정을 도입하는 등 승부수를 던져 업계 내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과 5세대(1b·12nm급) D램을 채택해 HBM4를 개발할 때 4nm 파운드리 및 6세대(1c·11nm급)를 결합해 HBM4를 차별화했다. 더 미세한 공정을 활용해 제품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올린 것이다. 그만큼 제품 개발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지만,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의 검증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HBM4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초당 11.7Gb(기가비트)로 국제반도체 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훌쩍 뛰어 넘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HBM 훈풍에 따라 설비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신 팹인 경기 평택 4공장(P4)에서 웨이퍼 기준 월 생산 10만~12만 장 규모의 D램 생산설비를 새로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현재 D램 생산 능력은 월 66만 장인데 P4 신규 설비가 추가되면 약 20% 늘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특히 증설한 라인 대부분을 HBM4를 만드는 데 쓰는 1c D램 설비로 갖출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실적 기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로 대폭 개선될 것”이라며 “주요 고객사들이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공급 협의를 조기 확정하길 희망하고 있어 1c 생산능력 확보에 필요한 투자를 적극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세계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HBM 점유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35%로 2배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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