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연출' 한정한 것은 성명표시권 침해...800만원 지급해야"
시나리오 원조성을 두고 잡음이 일었던 상업영화 ‘소주전쟁’ 크레딧에서 제작사가 당초 감독이었던 최 모 씨의 이름을 뺀 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최 씨를 '현장연출'에 한정한 것은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제작사로 하여금 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이현석 판사)는 최근 영화제작사 더램프가 감독 최 씨를 상대로 제기한 계약해지확인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씨를 ‘소주전쟁’의 감독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더램프가 ‘소주전쟁’ 크레딧에 ‘감독 최 씨’를 명기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더램프와 감독 최 씨가 작성한 계약서에는 ‘감독은 자신이 제공하는 용역이 타인의 저작권, 기타 지적재산권, 명예,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보증한다’는 조항이 있다”면서 “최 씨가 이 보증 조항을 위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소주전쟁’ 크레딧 분쟁의 시작은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9월 최 씨는 더램프에 ‘모럴해저드’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보냈고, 양 측은 다음 달인 10월 해당 시나리오를 토대로 영화 제작 계약을 맺었다.
영화배우 유해진, 이제훈을 캐스팅한 뒤 2023년 4월부터 7월까지 실제 촬영도 마쳤다.
문제는 ‘모럴해저드’의 시나리오가 최 씨가 아닌 다른 작가 박 모 씨에 의해 작성된 내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사실 확인에 나선 더램프는 박 씨로부터 “2018년경 내가 최 씨 회사와 작가 용역 계약을 맺고 썼던 작품의 시나리오가 적극 활용됐다고 느낀다”, “최 씨가 ‘소주전쟁’이 완전히 다른 창작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메일 답변을 받았다.
영화계 분쟁 해결 조정 기구인 영화인신문고 역시 ‘모럴해저드’ 시나리오를 감정한 뒤 ‘원안’ 크레딧에 박 씨를 명기하고, ‘각본’ 크레딧에는 박 씨와 최 씨 순서로 병기할 것을 권고했다.
더램프는 그러나 최 씨에게 감독계약 해지를 서면 통보하는 강수를 뒀고, 추가 비용을 들여 영화 일부 장면을 재촬영한 뒤 제목을 ‘소주전쟁’으로 완전히 바꿔 지난해 5월 개봉했다.
최 씨에게는 감독 대신 ‘현장연출’이라는 제한된 크레딧만 부여했다.
최 씨는 억울하다며 더램프 측을 맞고소했지만, 재판부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약서에 따르면 ‘감독’ 크레딧은 최 씨가 감독으로서 영화 제작을 완료해야만 부여되는데, 최 씨는 촬영 및 1차 편집본 제작까지만 참여하고 사실상 해고돼 이후의 후반작업과 개봉 마케팅 등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더램프가 최 씨 크레딧을 ‘현장연출’로 한정한 것은 정확한 분류는 아니라고 봤다. 촬영 종료 후 1차 편집본을 만든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더램프가 최 씨를 감독 크레딧에서 삭제한 것이 전반적으로 타당하다고 보면서도 ‘현장연출’로 한정한 것이 최 씨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더램프가 최 씨에게 정신적 손해배상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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