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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K-콘텐츠의 새 엔진… 할리우드가 케이팝 IP에 주목하는 이유 [케이팝 시네마틱 유니버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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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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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K-POP) 중심인 아이돌 그룹은 지난 수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K-컬처를 상징하는 막강한 IP(지식재산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무대 위 화려한 위세와 달리,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상 콘텐츠는 대중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아이돌이 등장하는 케이팝 소재 작품들은 '흥행 참패'의 대명사가 되었고, 오죽하면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부에서조차 “도대체 왜 만드는 것이냐”는 회의 섞인 의문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그간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대부분 작품이 시청률 1% 안팎을 맴돌다가 조기 종영 수모를 겪었으며, 이는 결국 ‘케이팝 소재는 드라마나 영화로 성공시키기 불가능하다’는 위험한 공식만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국내 업계가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시장은 케이팝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 단순히 소재를 빌려오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들은 마블(MCU)이 영화와 시리즈의 경계를 허물며 서사의 지평을 넓혔듯, 오늘날 케이팝 IP는 매체의 문법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다고 판단했다. 케이팝은 무대 위 퍼포먼스라는 단일 프레임을 벗어나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을 종횡무진하는 거대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핵심 엔진으로 진화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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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뜨거운 엔진에 불을 지핀 기폭제는 2025년 여름 등장한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였다. ‘케데헌’은 국내 영상업계에 만연했던 회의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개 직후부터 견고했던 ‘케이팝 잔혹사’의 공식을 무너뜨렸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이 연출한 ‘케데헌’는 케이팝 본질과 팬들이 원하는 지점을 정확히 간파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케이팝 슈퍼스타 루미, 미라, 조이가 무대 뒤에서 악마를 사냥하는 이 작품은 넷플릭스 사상 최초로 누적 시청수 3억 뷰를 돌파하며 영화와 시리즈를 통틀어 역대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은 애니메이션 속 가상 그룹의 노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올랐고, 골든글로브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석권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고,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까지 거론되며, ‘케데헌’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작품성과 문화적 파급력까지 인정받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케데헌’이 거둔 전례 없는 성과는, 그간 국내에서 ‘꾸준히’ 제작됐지만 동시에 ‘꾸준히’ 실패한 케이팝 소재 드라마와 영화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아이돌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의 시초는 2012년 KBS2 ‘드림하이’였다. 이 무렵 케이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리면서, 아이돌을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으로 소환하는 것은 업계에서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색하게도 이후 결과는 ‘비참함’ 그 자체였다.

KBS2 ‘이미테이션’은 최저 시청률 0.4%, 최종 1.2%라는 기록적인 부진 속에 종영했고, 채널A ‘케이팝 최강 서바이벌’, SBS fun ‘아이돌 마스터.KR’ 등은 팬덤의 화력조차 시청률로 전환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했다.

실패의 그늘은 스크린에서도 짙게 나타났다. 아이돌 연습생과 데뷔 과정을 공포 장르로 변주했던 영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2011)나, 아이돌 가수의 성장통을 담으려 했던 ‘미스터 아이돌’(2011) 등은 당대 인기 아이돌을 기용했음에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국내 아이돌 콘텐츠의 부진을 두고 “한국에는 사실상 팬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아이돌 영화나 드라마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간의 작품들은 아이돌을 케이팝이라는 고유 문법으로 다루지 않았다. 음악 세계나 퍼포먼스 등 팬들이 열광하는 지점은 배제한 채, 인물의 부정적인 이면이나 고단한 삶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잘못된 접근을 반복했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팬심을 움직일 수 없다. 결국 시장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어긋난 시선으로 일관하다가, 케이팝의 판타지를 정확히 구현한 ‘케데헌’ 성공에 한 방 먹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점을 두고 업계 내부 평가도 냉정하다. 그간 제작된 국내 아이돌 드라마들이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작품’으로 고민보다는, 그저 팬덤 화력에 기댄 ‘부수적인 홍보 영상물’ 정도로 치부해 왔다는 점이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극 자체 서사나 매력으로 승부하기보다 아티스트 인지도에만 의존하는 안일한 마케팅이 반복됐다. 아이돌을 향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낼 것 같았던 팬덤조차, 자신이 지지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소모적으로 활용하거나 수준 미달의 각본에 가두는 제작 관행에 깊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외면은 당연한 수순이다.

반면 ‘케데헌’은 케이팝을 현실 재현 대상이 아닌, 판타지 장르의 서사 동력으로 전환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이 작품을 두고 “케이팝 지향성과 음악, 노래까지 모두 작품 안에 들어가 있으며, 팬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간파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제곡과 캐릭터의 감정선, 세계관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기존 케이팝 활용 콘텐츠와는 다른 접근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성공은 단순히 수치적인 흥행을 넘어, 서구 사회 내 아시아계 한국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문화적 위상 격상으로 이어졌다. 극 중 루미 역을 맡은 배우 아덴 조의 경험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텍사스에서 자라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과 폭행을 당했고, 한국 음식조차 놀림감이 되어 창피함을 느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 친구들이 먼저 김밥과 한국 치킨을 찾고, 애니메이션 속 설렁탕 먹는 모습에 매료되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하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표해 우리를 향한 세상의 편견을 바꾸고자 시작했던 연기가, 케이팝 콘텐츠라는 그릇을 통해 비로소 결실을 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는 케이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해외 거주 한국인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주류 문화와의 접점을 만드는 강력한 '문화적 자산'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케데헌’ 성공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은 케이팝을 소재로 하거나, 관련한 영화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의 성공으로 다져진 토양 위에, ‘케데헌’이 보여준 정서적 공감대가 더해지며 할리우드 내 케이팝 IP의 가치는 최고조에 달했다.

쟈니브로스의 홍원기 감독은 할리우드 제작사 배드랜드, 썬더로드와 협업해 전소미 주연 장편 영화 ‘퍼펙트 걸’을 연출했다. 홍 감독은 “케이팝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퍼포먼스, 스타 시스템, 팬 문화가 얽힌 하나의 세계관이다. 그 안의 화려함과 절박함, 꿈과 소모라는 양면성 자체가 매우 영화적이라 느꼈다. 케이팝 산업 내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그 분위기를 극영화 언어로 옮겨보는 작업은 제게 자연스러운 확장”이라며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가장 직접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세계”라고 ‘퍼펙트걸’ 연출 계기를 밝혔다.

이정재가 이끄는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영국 제작사 이매지네리엄 프로덕션과 손잡고 첩보 액션물 ‘시크릿 아이돌(가제)’을 기획 개발 중이며, 파라마운트와 하이브 아메리카는 케이팝을 소재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배우 레벨 윌슨 역시 케이팝 소재 영화 ‘걸 그룹(구 서울 걸즈)’으로 감독 데뷔를 앞뒀다. 윌 윤 리는 로맨스 소설 ‘마이 썸머 인 서울’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를 준비한다.

정월 E&M은 케이팝과 판다를 소재로 한 12부작 미니시리즈 '오래만이야!판다'(가제)를 제작, 유큐와 편성 협의 중이다. 정월 E&M 박세호 대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아이콘이 만나 국경을 초월한 공감과 화합의 메시지를 그려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나라의 엔터테이먼트 회사들과 인물들이 케이팝을 중심에 놓고 서사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케데헌’ 이후 촉발된 이 흐름은 이제 일회성 화제가 아닌, 케이팝이 글로벌 제작 환경 안에서 지속 가능한 장르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본격적인 검증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케이팝이 영화 산업 내에서 독립된 장르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음악 산업의 부속 소재를 넘어 서사를 설계하는 핵심 IP로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119/000305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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