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자회사인 한국 배달의민족(배민)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배민을 인수한 지 7년 만의 결정으로, 내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약 9조 원 규모 부채를 갚기 위해 미리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DH는 복수의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일부 사업 정리를 압박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H는 배민 매각을 위해 지난해 말 JP모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현재 양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원매자를 찾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중국 메이투안(Meituan), 싱가포르 그랩, 미국 우버, 국내에서는 네이버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DH가 기대하는 배민의 매각가는 약 7~8조 원(약 40~46억 유로)으로 알려졌다. 이는 배민 연간 영업이익의 10배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배민은 2024년 영업이익 6408억 원을 기록했다.
DH는 배민을 지난 2019년 약 36억 유로(한화 4조 800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현금 17억 유로(약 2조 3000억 원)만 투입했고, 나머지 19억 유로(약 2조 5000억 원)는 DH의 구주와 신주로 지급했다. 이후 DH는 배민에서 약 1조 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각으로 회수했다.
이번 매각 배경은 DH의 유동성 확보와 연결된다. DH는 현재 약 28억 유로(약 4조 8000억 원)의 전환사채(CB), 약 19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의 인수금융, 8억 4000만 유로(약 1조 4000억 원)의 한도대출(RCF)을 보유하고 있다. 총 9조 원 규모 부채가 2027~2030년 사이 순차적으로 만기된다.
문제는 DH 주가가 CB 전환가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초 전환가액은 57~183유로였지만, 현재 주가는 23유로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실익이 적다. DH는 과거 전 세계 배달 플랫폼을 인수하며 사세를 빠르게 확장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 탓에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DH가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2025년 3분기 기준 약 28억 유로 수준에 불과하다. 연간 조정상각전영업이익(adj.EBITDA) 약 9억 유로를 감안해도, 사업을 통해 부채를 전액 상환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DH 주요 주주인 홍콩 헤지펀드 아스펙스 매니지먼트, 싱가포르 브로드피크인베스트먼트 등 FI는 지난해 11월 일부 사업 매각을 요구했다. 주가 방어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 외 대안을 모색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DH는 과거 대만 배달 플랫폼 푸드판다를 우버에 매각하려 했지만, 대만 공정거래위원회(FTC)의 불허로 거래를 철회했다. FTC는 두 회사가 합병 시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할 것으로 판단했다. DH가 배민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알짜 사업을 통해 재무 부담을 줄여야 하는 이유가 자리한다.
지난해 12월 DH는 주주 서한에서 “주가가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실망스러웠음을 인정한다”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DH가 투자자 압박 속에 배민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JP모간을 통해 원매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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