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한테 따돌림을 당한다는 망상에 빠져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무기징역으로 단죄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3부(김기풍 부장판사)는 6일 선고공판에서 살인,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6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A씨는 재판부 판결 후에도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다가 말없이 법정을 빠져나갔다.
지난해 7월 20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에서 A씨의 생일잔치를 준비한 아들 B(사망 당시 33세)씨 일가족 앞에는 한순간 끔찍한 악몽이 펼쳐졌다.
A씨는 생일잔치를 하던 중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밖으로 나와 주차장에 둔 차량에서 사제 총기 4정과 실탄 15발을 가방에 챙겨 돌아왔다.
그는 현관문 초인종을 누른 뒤 B씨가 마중 나오자 그 자리에서 장전된 총기를 격발했다. B씨는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나 A씨는 한 차례 더 총을 쏴 아들을 살해했다.
A씨는 충격에 빠진 며느리와 손주, 외국인 가정교사를 대상으로도 총을 쏘거나 총기를 들고 추격하며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범행 이후 도주한 A씨를 추적해 체포했지만, 사건 당시 관할 경찰서 지휘관(상황관리관)이 70분 넘게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 등 늑장 대응으로 비판받았다.
A씨는 2015년 전처 C씨와 사실혼 관계가 청산된 후에도 C씨와 아들에게서 매월 총 320만원의 생활비를 받아 유흥비와 생활비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2021년 8월부터 2023년 9월까지 2년여간 두 사람으로부터 각각 320만원씩 매월 640만원가량의 생활비를 받으면서도 중복 지원 사실을 숨겼다.
전처 C씨가 이를 알게 돼 생활비가 양쪽에서 지급된 기간만큼 지원을 중단했지만, A씨는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며 예금을 해지하거나 누나로부터 생활비를 빌려 생계를 유지했다.
A씨는 생계 곤란에 빠지자 전처와 아들이 경제적 지원을 할 것처럼 행동하면서 자신을 속여 아무런 대비를 못 하게 만들고 본인만 홀로 살게 하면서 고립시켰다는 망상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유튜브에서 본 영상 등을 토대로 2024년 8월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사제총기 파이프와 손잡이 등을 구매했으며, 총기 격발이나 폭발물 제조 실험을 했다.
그는 총기의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실탄을 개조하고 운전 연습과 사전 답사를 위해 차량을 빌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으며, 살인 범행 이튿날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다.
재판부는 "살인은 중대한 범죄로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피고인은 살인미수 범행 등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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