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학 로고 선명한데…“허가 받은 적 없다” =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보그 웹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공개된 화보에는 모델들이 국내 8개 대학의 학위복을 입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Cartier)’의 액세서리를 착용한 모습이 담겼다.
화보에서 연세대, 한양대, 한국외대, 덕성여대 등 4개 대학의 UI와 로고는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명확하게 노출됐으며, 건국대와 국민대 등 다른 대학들의 학위복도 색상과 디자인을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태로 등장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그 측이 해당 대학들로부터 어떠한 사전 협의나 사용 승인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재 결과, 화보에 등장한 대학 홍보팀 관계자들은 “보그 측에 학위복을 빌려주거나 촬영을 허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그 측은 대학에 정식 요청을 하는 대신, 학위복 제작 업체로부터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의상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진짜 학생’ 없는 가짜 화보…교육 가치 훼손 논란 = 특히 이번 화보에 등장한 인물들은 해당 대학의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아닌, 보그 측이 섭외한 전문 모델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졸업의 숭고한 의미가 담긴 학위복을, 실제 구성원이 아닌 모델에게 입혀 수억 원대 명품 광고의 소품으로 활용한 것이다.
대학가에서는 이를 두고 “교육 기관의 상징물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만 소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화보 논란과 관련해 대학 관계자 A씨는 “마치 해당 대학 학생들이 명품 브랜드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크다”며, “학생들의 노력과 성취의 상징인 학위복이 상업적 이익을 위한 시각적 장치로만 쓰인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 법조계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지 다분” = 법률 전문가들은 보그의 행위가 명백한 법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지적재산권(IP) 관점에서 학교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로고 등이 영리적·상업적으로 이용되었다면 지적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저작권 보호 기간 내에 있는 대학 로고를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은 원칙적으로 법률상 문제가 된다”며 “저작권법에 따라 민·형사상 제재가 모두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학의 명칭과 로고, 졸업가운 등 식별 요소를 사전 승인 없이 상업 광고에 노출하는 행위는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대학이 특정 브랜드를 공식 후원하거나 협찬했다는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대응 나선 대학들, “브랜드 자산 보호 강화할 것” = 현재 피해 대학들은 이번 사안을 법인 법무팀 등에 보고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학들은 △노출된 이미지의 즉각적인 삭제 또는 수정 요청 △향후 재발 방지 확약 △대학과 무관한 콘텐츠임을 명시하는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 A씨는 “그동안 대학들이 브랜드 관리에 다소 소홀했던 면이 있었으나, 이번 사건은 패션지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명백한 권리 침해”라며 “대학의 브랜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ttps://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89673
https://www.vogue.co.kr/2026/02/02/당신의-빛나는-졸업을-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