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들의 기초학력미달률이 급증하는 가운데, 대한민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가 학교장이 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기초학력 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고 지원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초학력보장법 개정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국가의 책임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울산교육청에 따르면, 기초학력 지원 대상 선정을 위한 학부모 부동의 비율은 44.4%에 달한다. 학급별로는 초등학생 39.4%, 중학생 23.6%, 고등학생 70.3%로, 학부모 비협조로 인해 기초학력 진단과 학습 지원 기회가 박탈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에는 부모 동의 명확한 규정 없어...울산의 경우, 부모 44.4%가 부동의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정규 교육과정 외에 이뤄지는 교육활동은 학부모 동의가 필수적인 구조”라며 “교사들이 기초학력 지원을 위해 학부모를 설득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녀에 대한 무관심, 학습지원 대상이라는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선호하는 인식 등이 꼽힌다.
이번에 교육감협의회가 교육부에 건의할 개정안에는 기초학력보장법 제8조에 “학부모 등 보호자는 학습지원 대상 학생의 선정 및 학습지원 교육의 실시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협조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시행령 제7조에는 “학부모 등 보호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교육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자녀가 학습지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아울러 “학교의 장은 학습지원 대상 학생이 학습지원 교육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향상도 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돼, 사실상 학교장이 보호자 동의 없이도 학습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하고 지원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헌재, 국가보다 부모의 자녀 교육권을 우선적 권리로 인정, 향후 헌법적 논란 예상
현경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못해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헌법상 기본권인 학습권을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호자의 교육권은 헌법상 기본권 위에 존재하는 권리가 아니므로 이번 법·시행령 개정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2020년 결정에서 부모의 교육권에 대해 학교 선택, 교육 내용, 교육 방식 등 교육 전반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적 권리와, 국가나 제3자보다 부모가 원칙적인 결정권을 갖는 우선적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 논의를 계기로 국가의 교육 책임과 부모의 자녀 교육권 사이의 충돌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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