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이 잘린 채 구걸하는 가난한 아이들, 갑자기 사자 우리로 몸을 던지는 여성, 사람을 들이받아 날려버리는 순록, 말하는 고양이… 한눈에 봐도 가짜임을 알 수 있는 조잡한 영상이 소셜미디어의 피드를 뒤덮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저품질 콘텐츠를 일컫는 ‘슬롭’(slop·쓰레기를 뜻하는 말)이라는 신조어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을 정도다.
영국 비비시(BBC)는 4일(현지시각) “이런 인공지능(AI) 쓰레기가 소셜미디어를 뒤덮으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인공지능 쓰레기’에 대한 제보를 받는 계정(@InsaneAISslop)을 운영하는 테오도르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황당한 이미지들이 아무런 검증도 없이 페이스북에 도배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계정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남아시아계 어린이들이 ‘오늘 내 생일인데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라고 구걸하는 그림이 백만개 가까운 ‘좋아요’를 얻는 것을 보고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넘쳐나는 인공지능 쓰레기에도 즐겨 등장하는 주제들이 있다며 “종교적이거나, 군대, 가난한 아이들이 감동적인 일을 하는 모습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긍정적인 영상을 좋아하니 창작자들이 즐겨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이런 인공지능 쓰레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스노보더가 곰에게서 늑대를 구출하는 영상에 달린 ‘좋아요’는 932개에 불과했지만, ‘이런 인공지능 쓰레기에 질린 사람 손들어’라는 댓글에는 ‘좋아요’가 2400개나 달렸다. 하지만 비판 댓글 또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에서는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에게 돈과 조회수를 가져다 줄 뿐이다. 인공지능 쓰레기에 대한 사용자 항의가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아이디어 등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핀터레스트’처럼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를 차단하기로 결정한 기업도 있다.
알레한드로 갈레아치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는 “사람들을 속이려고 만든 콘텐츠와, ‘신발 신은 물고기’처럼 명백히 가짜이지만 웃긴 콘텐츠는 구분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의미도, 재미도 없는 인공지능 쓰레기를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소비하는 것은 ‘뇌 퇴화’(brain rot effect)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뇌 퇴화’는 의미 없거나 자극적인 숏폼, 밈(meme) 등을 과도하게 소비할 때 사용자가 정신적 피로를 겪고 사고력·기억력 저하를 겪는 현상을 말한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436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