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하림그룹이 더미식 브랜드를 둔 하림산업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더미식은 론칭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적자만 불리고 있다. 더미식은 라면과 즉석밥, 간편식 등 식품 카테고리를 지속 확대해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초기 내걸었던 프리미엄 이미지에 갇히면서 오히려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10월 식품 브랜드 '더미식'을 선보였다. 더미식은 브랜드명 그대로 자연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겠다는 포부를 담았으며, 론칭 당시 방부제나 첨가물을 배제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역시 브랜드 론칭부터 신제품 출시 행사까지 매번 모습을 드러내며 힘을 실어줬다.
이후 더미식은 라면을 시작으로 즉석밥, 냉동식품, 국·탕·찌개 등으로 카테고리를 꾸준히 넓혀왔으며,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만 110여개에 달한다.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 덕분에 매출 규모는 커졌다. 하림산업의 더미식 관련 매출은 △2022년 461억원 △2023년 705억원 △2024년 8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 또한 785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650억원) 대비 20.8% 증가하는 등 겉으로는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이 기간 하림산업이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더미식 전체 매출액을 웃돈다. 실제 영업손실은 △2022년 868억원 △2023년 1096억원 △2024년 1276억원으로 집계됐다. 해가 거듭될수록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양새다.

김 회장은 더미식 목표 매출액으로 1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에 하림그룹은 더미식 시장 안착을 위해 지주사까지 나서 하림산업 투자를 이어갔다. 먼저 유통 계열사인 엔에스쇼핑이 총대를 맸다. 엔에스쇼핑은 더미식 론칭 전후인 2021년 4월과 2022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하림산업에 6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후 엔에스쇼핑이 하림지주에 흡수합병되면서 지원 주체는 지주사로 넘어갔다. 하림지주는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1000억원,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 하림그룹이 수혈한 자금만 2400억원에 달한다. 하림산업은 이 돈을 생산라인 증설과 물류센터인 'FBH(풀필먼트 바이 하림)' 조성에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더미식의 프리미엄 전략이 오히려 대중적인 확장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한다. 단적인 예가 가격이다. 편의점 가격으로 더미식 장인라면 한 봉은 2200원이다. 시장 1위인 신라면(1000원)의 두 배가 넘는다. 프리미엄 라인인 '신라면 블랙'(1900원)보다도 더 비싸다. 그럼에도 더미식 장인라면은 비빔면과 매운라면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해 갔다. 이마저도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팔도 비빔면 등에 밀리면서 국내 '라면 TOP10'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더미식 매출은 100% 내수에서 발생한다. 이에 더미식의 프리미엄 가격대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더미식의 가격 경쟁력은 타사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구조다. 더미식이 론칭한 지 4년이 지나도 시장점유율이 낮은 수준에서 멈추게 된 배경이다.
그 사이 재무구조는 악화했다. 하림산업의 2025년 3분기 단기차입금은 1조원에 근접한 9884억원을 기록했다. 더미식이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질 못한 데다, 투자 대비 매출액이 매우 적은 수준에 머무르면서 재무구조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하림산업 부채비율은 더미식 론칭 후 2022년 110.6%에서 2025년 3분기 429.2%로, 3년 새 4배 가까이 치솟았다.
하림그룹은 더미식 사업 자체를 여전히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더미식은 식품 후발주자인 만큼 투자를 지속 늘려갈 수밖에 없다"면서 "올해는 라면과 즉석밥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가 완료되고, 유통물류인 FBH 가동도 시작되면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 적자가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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