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임직원에게 기본급(연봉의 20분의 1) 2964%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성과급으로 1억4820만원을 받게 된다. 역대 최대 규모 성과급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47조2063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결과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생산성 격려금(PI)도 지급했다. PI는 반기별로 수립한 계획이나 목표의 달성 정도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SK하이닉스와 함께 국내 반도체 업계를 양분하는 삼성전자 직원들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게 됐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연봉의 47%를 책정했다. 지난해 1인당 급여가 1억3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6100여만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OPI는 실적 목표 달성 시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삼성의 성과급 제도다.
반도체,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산업혁명의 한 축으로 지목되는 바이오 업계도 넉넉한 성과급이 지급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OPI를 '연봉의 50%'로 책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대치 지급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매출 1조6720억원과 영업이익 3759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기준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셀트리온도 최대 연봉의 50%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연봉의 45% 수준을 선지급했으며, 오는 3월 추가 성과급 지급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1163억원과 1조1655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각각 15.7%, 136.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업황 반전을 이룬 조선 업계도 대규모 성과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HD현대중공업은 합병 전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에게는 임금의 638%, HD현대미포 소속에게는 559%의 성과급을 각각 안내했다.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며 실적 개선을 이룬 삼성중공업은 12년 만에 성과급 지급을 결정했다. 지급 규모는 상여 기초액(기본급+수당)의 208%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수익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도 상당 수준의 성과급이 예상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신한·하나·NH농협은행 노사는 200~350% 수준의 성과급을 타결했다. 증권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성과급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코스피 호황으로 거래대금이 큰 폭 증가하면서 실적이 호전된 만큼 만족할 수준의 성과급이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역대급 침체기를 맞은 철강 업계는 성과급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은 상태다. 4년 전만 해도 전례 없는 호황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던 모습과 상반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에 따라 올해부터 PI 제도를 적용했으나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1인당 평균 지급액은 70만원 수준에 그쳤다. 동국제강은 성과급을 정액 200만원으로 축소했다. 현대제철은 기본급 300%에 5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지만, 실적 반영보다는 임단협에 따른 임금 보전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전기차 캐즘(Chasm·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은 배터리 업계도 암울한 표정을 숨길 수 없는 상태다. 삼성SDI의 OPI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로 정해졌다. SK이노베이션도 이차전지 사업 부진으로 5조406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성과급 지급이 어려울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성과급을 전년보다 25% 늘어난 기본급의 75%로 확정했다. 그러나 2023년 870%, 2024년 380%에 비하면 크게 축소된 규모다.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 업계는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성과급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LG화학은 지난해 경영실적 부진을 이유로 성과급과 위로·격려금을 전면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LG화학은 지난해 2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 발생한 3564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줬다. LG화학 외에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등 주요 기업도 실적 악화로 성과급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던 건설업의 전망은 올해도 녹록지 않다"며 "구조적 위기를 구성원 모두가 분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조직 유지를 위한 고정비 절감과 인건비 최적화를 위한 인력 운영 점검, 호봉승급 유예 및 일부 복리후생 제도의 한시적 유보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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