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용인/최창환 기자] 묘한 인연이다. 위대한 여정의 첫걸음을 내딛은 곳에서 은퇴투어의 출발을 알렸다. 김정은(39, 179cm)은 “동경했던 팀”이라며 삼성생명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부천 하나은행은 4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맞대결에서 54-74로 패했다. 3연승에 실패한 1위 하나은행과 2위 청주 KB스타즈와의 승차는 1경기로 줄어들었다.
비록 하나은행은 상승세가 꺾였지만, 경기 자체가 지니는 의미는 남달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정은이 용인체육관에서 치르는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였다. 김정은은 은퇴 시즌이지만, WKBL(한국여자농구연맹)로선 의미 있는 행사의 첫걸음이었다. WKBL 출범 후 최초의 은퇴투어를 기획했고, 그 시작이 된 경기가 김정은의 삼성생명 원정경기였다.
삼성생명은 경기에 앞서 김정은의 은퇴투어를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장 배혜윤이 김정은에게 꽃다발과 김정은의 이름, 등번호가 새겨진 삼성생명 유니폼을 선물로 전달했다. 이어 삼성생명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함께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감사 인사를 전한 김정은은 교체 출전, 25분 21초를 소화하며 11점(3점슛 3/5) 4리바운드 2블록슛을 기록했다.

김정은에게 용인체육관, 삼성생명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신세계에 입단, 2005년 12월 12일 데뷔 경기를 치렀던 장소가 바로 용인체육관이었다. 김정은은 이후 통산 200경기, 300경기, 500경기, 6000점, 7000점, 8000점, 1000어시스트도 삼성생명을 상대로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2024년 12월 3일 홈에서 정선민을 제치고 통산 최다득점 1위로 올라선 상대도 삼성생명이었다.
김정은은 경기 종료 후 “용인은 나에게 특별한 체육관이다. 데뷔 경기도, 은퇴투어의 시작도 이곳이다. 일부러 맞추려고 한 건 아닌데…. 의미가 더해졌다. 데뷔 경기에서는 14점 10리바운드를 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는다. 다른 건 떠오르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이어 “당시 은사님이었던 정인교 감독님과 나눴던 얘기도 기억에 남는다. 전국체전이라 생각하고 치르라고 하셨는데 엊그제 통화할 때도 그 얘기를 하시더라(웃음). 벌써 21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된 코멘트에서 알 수 있듯, 김정은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은퇴투어를 맞이했다. “마음이 무겁다. 대단한 선배들도 많았는데 내가 첫 은퇴투어를 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후배들도 나를 계기로 여정을 존중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김정은의 말이다.
플레이오프 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생명을 만나지 않는다면, 4일은 김정은이 선수로 용인체육관 코트를 누빈 마지막 날로 남는다. “삼성생명은 4위 경쟁 중인 팀인 만큼 예민한 부분이다”라며 운을 뗀 김정은은 이어 “변연하 코치님, 박정은 감독님이 뛰었던 삼성생명은 21년 전부터 동경했던 팀이다. 순위 경쟁 중이라 바쁘실 텐데 첫 은퇴투어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7승 1패를 기록, 줄곧 1위를 지켰던 하나은행은 시즌 막판 KB스타즈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2승에 그친 반면, KB스타즈는 5연승을 질주해 격차가 1경기로 줄어들었다.
“팀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서 우승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라며 운을 뗀 김정은은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우승과 관련된 얘기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경기 1경기에 집중하고, 지금 치르는 게 마지막 경기라는 마음으로 집중할 뿐이다. 우리은행에서 우승을 해봤지만, 애쓴다고 되는 건 아니더라(웃음). KB스타즈 전력이 워낙 막강한데 (박)지수의 경기력도 많이 올라왔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재밌게 임했으면 한다”라며 잔여 경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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