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유약한 왕’ 단종? 역사의 편견 뒤집은 상상력
2,569 16
2026.02.05 09:03
2,569 16

https://naver.me/xhPYrhGY


pZdOad

계유정난. 1453년(단종 1년) 음력 10월, 수양대군(세조)이 왕위를 찬탈하고자, 친조카인 단종을 보필하던 김종서·황보인 등을 제거한 사건.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학창 시절 국사책에서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워낙 극적인 사건이었던만큼 계유정난은 대중매체에서 직간접으로 꾸준히 다뤄져 왔다. 1990년대 방영된 드라마 ‘한명회’와 ‘왕과 비’, 2011년 ‘공주의 남자’, 그리고 세조를 연기한 이정재의 레전드 등장 신으로 지금도 회자되는 영화 ‘관상’(2013)이 대표적이다.

같은 역사 사건을 배경으로 할지라도 ‘누구’를 취사선택해 ‘어떻게’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극 분위기는 늘 달랐다. 가령, 이덕화에게 KBS 연기대상을 안긴 ‘한명회’는 제목이 알려주듯 수양대군의 책사였던 한명회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였다.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 뒤 원수가 되어버린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그려내는 차별화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07년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최초 남북 합작 드라마가 만들어진 바 있는데, 그 드라마가 단종을 향한 사육신의 충절과 기개를 바탕으로 한 ‘사육신‘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렇듯 어린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권력을 잡은 삼촌 세조와 그런 세조를 도와 쿠데타를 성공시키며 권력자 반열까지 오른 한명회, 그리고 단종 복위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았던 사육신 등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일까. 애석하게도 계유정난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단종은 숱한 콘텐츠에서 이야기의 배경 혹은 병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고래들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나약한 왕으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어린 군주로.


이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인 이유도 크다. 승자의 언어로 쓰인 기록에서 진실은 물음표를 품기 마련. 실제로 ‘세조실록’은 단종이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고 몇 줄에 짧게 기록함으로써 어린 왕의 이미지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훗날 ‘병자록’은 단종의 사망 원인을 자살이 아닌, 사약으로 적고 있다(단종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중략)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박지훈이 단종을 연기한 ‘왕과 사는 남자’(4일 개봉)는 숱한 미디어에서 조연으로 머물던 단종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유약한 왕’이라는 박제된 이미지를 지우고 주체적인 모습의 단종을 그려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왕위 찬탈극이 이미 끝난 시점에 시작하는 영화는 단종이 유배지에서 민초들과 마음을 나누며 강인한 범의 눈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11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단종의 심리 변화를 입체로 표현해 낸 박지훈의 연기가 시쳇말로 ‘압살 수준’이다. 영화를 만든 장항준 감독은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아는 단종의 나약한 이미지는 다 후대에 만들어진 거예요. 어리고, 왕이 됐다가 쫓겨나고, 비극적으로 죽었으니까 나약하고 줏대 없었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건 그 인물의 성격이 아니라 당시 정치적 상황일 뿐이죠.”

‘왕과 사는 남자’가 인물을 다룬 방식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는, 세조를 과감하게 생략한 전략이다. 모르긴 해도 ‘관상’에서 이정재가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게 남은 이유도 있지 않나 싶은데, 대신 영화는 세조가 했을 법한 롤을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에게 몰아줬다.

앞서 얘기했듯, 같은 역사 사건이라도 ‘누구’를 ‘어떻게’ 포커스에 맞추냐에 따라 뉘앙스는 다른 법. ‘유지태표 한명회’를 기존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오프온X더쿠] 피부 속 철벽보습 솔루션💦 오프온 리페어 바디로션 100명 체험단 모집 367 02.03 33,83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28,42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496,33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34,15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00,05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40,00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4,68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1,4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5 20.05.17 8,612,95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5 20.04.30 8,495,60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53,78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82958 이슈 [장성규] 1인 20만원대로 즐기는 중국 연태 당일치기 18:09 23
2982957 이슈 [F1] 2026시즌 캐딜락 드라이버 유니폼 공개 18:08 21
2982956 정보 롱샷 (LNGSHOT) 수록곡 [Never Let Go] Visualizer 18:08 5
2982955 이슈 서울대X카이스트, 공부도 사랑도 1등급 [공대생 과팅] | 전과자 ep.112 18:08 23
2982954 이슈 레이나 ‘Almost Love’ M/V 18:08 13
2982953 이슈 대구도 헌혈하면 두쫀쿠 주는 프로모션 진행중 18:07 110
2982952 이슈 [프로미스나인] 혹시 제가 왼얼사 창시자가 마즈나요?! 이채영 두쫀쿠 만들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TMI 뱉기 ep0 1 18:07 28
2982951 이슈 반응 엄청 좋은 다이소 신상 욕실 시리즈 전체 제품군 7 18:06 657
2982950 이슈 [윤미라] 최초공개!! 미라의 품격있는 모닝 루틴 ☀️ 18:06 41
2982949 이슈 박지훈 (PARK JI HOON) - '마리끌레르 (Marieclaire)' 화보 촬영 비하인드 18:06 45
2982948 이슈 현재 상영중인 미친 영화 10 18:06 665
2982947 이슈 '불씨'처럼 열정적인 아이돌을 만났습니다 | 엄메이징 데이트 with 에잇턴 (8TURN) 18:05 13
2982946 기사/뉴스 한겨울에 피어난 180종 난초의 향연···국립세종수목원,‘난초 축제’ 개최 2 18:05 158
2982945 이슈 엑방원 트레블을 아십니까? | 2017 케이팝 명곡 월드컵 (w. 이대휘) 18:05 90
2982944 이슈 재료 3가지로 끝내는 초간단 등갈비 김치찜 | 고기가 그냥 녹아요… 🍖 18:04 126
2982943 이슈 오늘 자기 전에 생각 많이 날거야 미남 공격 많이 된다| 재친구 Ep.100 |황민현 김재중 3 18:04 84
2982942 유머 [망그러진 곰] 부앙이들아. 오랜만에 프사를 가지고 왔어. 4 18:03 400
2982941 이슈 【빵킷리스트ep11】 웃자고 하는 게임에 죽자고 달려드는 승부욕 👊🏻 동생들아, 살살하자~ 18:03 30
2982940 이슈 씨엔블루 킬러조이 라이브 챌린지 | 이보람🎸🤘 18:03 27
2982939 이슈 드디어 인간이 된 천상여자 김지유 18:03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