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유약한 왕’ 단종? 역사의 편견 뒤집은 상상력
2,740 17
2026.02.05 09:03
2,740 17

https://naver.me/xhPYrhGY


pZdOad

계유정난. 1453년(단종 1년) 음력 10월, 수양대군(세조)이 왕위를 찬탈하고자, 친조카인 단종을 보필하던 김종서·황보인 등을 제거한 사건.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학창 시절 국사책에서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워낙 극적인 사건이었던만큼 계유정난은 대중매체에서 직간접으로 꾸준히 다뤄져 왔다. 1990년대 방영된 드라마 ‘한명회’와 ‘왕과 비’, 2011년 ‘공주의 남자’, 그리고 세조를 연기한 이정재의 레전드 등장 신으로 지금도 회자되는 영화 ‘관상’(2013)이 대표적이다.

같은 역사 사건을 배경으로 할지라도 ‘누구’를 취사선택해 ‘어떻게’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극 분위기는 늘 달랐다. 가령, 이덕화에게 KBS 연기대상을 안긴 ‘한명회’는 제목이 알려주듯 수양대군의 책사였던 한명회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였다.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 뒤 원수가 되어버린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그려내는 차별화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07년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최초 남북 합작 드라마가 만들어진 바 있는데, 그 드라마가 단종을 향한 사육신의 충절과 기개를 바탕으로 한 ‘사육신‘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렇듯 어린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권력을 잡은 삼촌 세조와 그런 세조를 도와 쿠데타를 성공시키며 권력자 반열까지 오른 한명회, 그리고 단종 복위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았던 사육신 등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일까. 애석하게도 계유정난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단종은 숱한 콘텐츠에서 이야기의 배경 혹은 병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고래들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나약한 왕으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어린 군주로.


이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인 이유도 크다. 승자의 언어로 쓰인 기록에서 진실은 물음표를 품기 마련. 실제로 ‘세조실록’은 단종이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고 몇 줄에 짧게 기록함으로써 어린 왕의 이미지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훗날 ‘병자록’은 단종의 사망 원인을 자살이 아닌, 사약으로 적고 있다(단종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중략)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박지훈이 단종을 연기한 ‘왕과 사는 남자’(4일 개봉)는 숱한 미디어에서 조연으로 머물던 단종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유약한 왕’이라는 박제된 이미지를 지우고 주체적인 모습의 단종을 그려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왕위 찬탈극이 이미 끝난 시점에 시작하는 영화는 단종이 유배지에서 민초들과 마음을 나누며 강인한 범의 눈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11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단종의 심리 변화를 입체로 표현해 낸 박지훈의 연기가 시쳇말로 ‘압살 수준’이다. 영화를 만든 장항준 감독은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아는 단종의 나약한 이미지는 다 후대에 만들어진 거예요. 어리고, 왕이 됐다가 쫓겨나고, 비극적으로 죽었으니까 나약하고 줏대 없었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건 그 인물의 성격이 아니라 당시 정치적 상황일 뿐이죠.”

‘왕과 사는 남자’가 인물을 다룬 방식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는, 세조를 과감하게 생략한 전략이다. 모르긴 해도 ‘관상’에서 이정재가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게 남은 이유도 있지 않나 싶은데, 대신 영화는 세조가 했을 법한 롤을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에게 몰아줬다.

앞서 얘기했듯, 같은 역사 사건이라도 ‘누구’를 ‘어떻게’ 포커스에 맞추냐에 따라 뉘앙스는 다른 법. ‘유지태표 한명회’를 기존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1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오프온X더쿠] 피부 속 철벽보습 솔루션💦 오프온 리페어 바디로션 100명 체험단 모집 389 02.03 43,36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30,88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498,18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36,37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03,24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40,00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5,45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1,4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5 20.05.17 8,614,39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5 20.04.30 8,495,60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54,96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83462 이슈 중국인 소유 주택에서 발견된 정체불명 액체에 미국 발칵 06:22 59
2983461 정치 [단독]與 대외비 문건 “조국당에 지명직 최고위원 배분” 13 06:03 436
2983460 정보 네이버페이 12원 5 06:02 433
2983459 이슈 옛날에 내친구 중에 단톡에 맨날 수익자랑하는 미친놈 하나 있었는데 4 05:56 1,314
2983458 유머 소개팅 남녀가 서로 마음에 들었을 때 찐반응 21 05:00 3,540
2983457 유머 어떤 과몰입러가 만든 환승연애4 로판버젼 드라마 3 04:56 630
2983456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43편 4 04:44 204
2983455 이슈 엡스타인 리스트에 없는 빌리어네어 성공한 사업가 8 04:28 2,723
2983454 유머 🐶말랑이 아~ 해봐 아~~~ 1 04:22 640
2983453 유머 드라마 <우주를 줄게> 우주포카 원본(feat.후회하지 않을 귀여움) 3 03:52 1,481
2983452 정치 이 대통령 '물가 담합에 공권력 총동원령' 13 03:48 706
2983451 정보 온라인 예약 열리자마자 매진됐다는 고급 일본귤.jpg 48 03:46 5,503
2983450 이슈 90년대 감성 완벽하게 구현해 온 것 같은 감다살 남돌 뮤비 2 03:30 1,517
2983449 이슈 일본 사람들이 교통규칙을 잘 지키는 이유 14 03:26 2,819
2983448 이슈 🇯🇵 일본에 좀 오래 산 사람은 공감한다는 일본 00 차원이 달라병 31 03:14 3,308
2983447 유머 황우슬혜 연기는 하나의 장르임 19 03:13 3,375
2983446 이슈 여류작가라는 말 들어봤어요? 21 03:11 2,737
2983445 유머 젓가락 문화권 특.jpg 22 03:09 3,955
2983444 이슈  “큰손들은 이미 발 뺐다”…비트코인, 8만 달러도 무너진 이유 [잇슈 머니] 9 02:59 2,619
2983443 이슈 에스파 윈터 인스타 업뎃 4 02:56 1,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