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릭스 리더 루미의 목소리 연기 맡아
"연기를 시작한 이유를 되새겨 준 작품…커리어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 돼"

약 20년간 이어온 배우의 삶을 정리하고 제작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에 만난 작품은 그를 다시 배우로서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케데헌'의 루미가 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아덴 조의 이야기다.
아덴 조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그는 "일 때문에 한국에 잠깐 들렸는데 직접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메기 강, 이하 '케데헌')의 비하인드를 비롯해 자신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케데헌'은 K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이 가운데 아덴 조는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섬세한 감정선과 강렬한 에너지를 동시에 구현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먼저 아덴 조는 '케데헌'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당시 1년 반 동안 배우로서 은퇴하고 제작에 뛰어들었던 그는 미국 에이전트로부터 받은 여러 오디션을 계속 거절하던 중에 '케데헌'을 만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흥미로운 제목을 보고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감독님의 이름을 보고 한국 사람이라서 더 흥미가 생겼어요. 보이스 오디션이어서 아이폰으로 목소리 녹음을 하나 보냈는데 콜백이 왔어요. 저는 셀린 역할로 오디션을 봤는데 루미가 더 잘 어울리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이 작품에서 작은 역할을 연기해도 너무 행복한데 루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거죠. 제가 생각했던 것과 또 다른 길이 생기는 걸 보면서 인생이 신기하다고 느꼈어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메기 강 감독이 만든 스토리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아덴 조다. 그는 "작품을 보면서 저와 감독님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어릴 때부터 나의 윌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도 그런 마인드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이를 담아 연기했던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싶고 완벽해지고 싶어 하지 않나"라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케데헌'의 작업 과정은 어땠을까.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처음 도전한 만큼 부담감과 어려움을 많이 느꼈지만,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메기 강 감독의 도움 덕분에 작품에 어울리는 좋은 소리를 찾아낼 수 있었단다.
"루미는 멋지고 무게감 있고 진정성 있는 리더인데 밥 먹을 때는 귀여운 모습도 있고 트림도 하는 재밌는 포인트가 있어서 연기할 때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몰랐거든요. 특히 캐릭터들의 티키타카도 중요했는데 보이스 액팅할 때는 혼자서 녹음해서 창피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감독님이 계속 좋은 소리를 꺼낼 수 있게 해줬고 나중에 편집본을 보면서 엔지니어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1985년생인 아덴 조는 2004년 미스코리아 시카고 진에 선발됐다. 당시 DVD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보고 한국 작품에 빠지면서 배우의 꿈을 꿨다는 그는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2014년 드라마 '틴 울프' 시즌 3에서 키라 역을 맡아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아덴 조는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파트너 트랙'에서 잉그리드 윤으로 분해 첫 단독 주인공을 맡게 됐고 '케데헌'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발짝 떨어져서 이 같은 필모그래피를 바라본다면, 조금 느릴지언정 배우로서 유의미한 행보를 펼쳤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아덴 조가 은퇴를 결심했던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파트너 트랙'이 제 첫 원톱 작품이었는데 거기까지 가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미국에서는 동양인 여자가 주인공을 하는 게 어렵다는 걸 많이 느꼈고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2~30대 코리안 여자 배우들에게 저에게는 없었던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제 타임은 지나갔으니까 제작을 통해서 제가 20년 동안 배운 걸 알려주고 싶다는 힘도 생겼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운명처럼 만난 '케데헌'이다. 결과론적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뒀기에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와는 결이 조금 달랐다.
"20년 동안 촬영하면서 어려운 시간도 많았고 번아웃도 오면서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까먹고 살았는데 루미를 녹음하면서 내가 왜 연기를 시작했는지 기억이 났어요. 그리고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청난 힐링을 느끼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어요."
아덴 조의 다음 스텝은 제작자 겸 배우로 참여한 새 영화 '퍼펙트 걸'(감독 홍원기)이다. 이는 K팝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겪게 되는 욕망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어느 날 등장한 한 소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충격적인 전개와 예측 불가한 긴장감이 관객들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대본이 다 영어지만 할리우드에 있는 K팝 회사가 베이스라서 리얼한 K팝 느낌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전 세계에서 캐스팅만 6개월을 했고 너무 멋진 전소미와 박채린을 만났죠. 오리지널 송이 5개가 있고 안무와 메이크업 등의 스태프들도 다 한국인이에요. 제가 생각한 완벽한 한국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심리 스릴러 장르이고 '블랙스완' '서브스턴스' '스크림'이 합쳐진 느낌이에요. 영화 촬영을 끝낸 지 한 달도 안 됐고, 전 세계 개봉될 예정입니다."

그는 '케데헌'으로 2026 아시트라 필름 어우즈에서 최우수 보이스 오버 퍼포먼스상을, 2025 노스캐롤라이나 영화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 인 애니메이션·믹스드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작품의 OST 'Golden(골든)'은 크리틱스 초이스와 골든글로브 어워즈에서 주제가상을 받았고, K팝 최초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의 사전행사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를 품에 안은데 이어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어워즈(오스카상)에서도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이렇게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케데헌'과 아덴 조다. 이 같은 굵직한 성과를 되돌아본 그는 "스토리부터 애니메이션과 음악이 다 너무 좋다. 퍼펙트한 조합이다. 잘 만들어진 다양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통해서 보는 사람들도 바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것 같다"고 흥행에 성공한 비결을 언급하며 K콘텐츠의 붐이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케데헌'이 상상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 좋은 작품들이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에요. 이제는 '케데헌'을 통해서 한국 아티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길 바라고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고 존댓말을 쓰는 등 존경의 문화를 갖고 있는 K컬처가 더욱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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