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그녀의 ‘미장센’은 여전히 우아하고 독했다. 뉴진스의 ‘토끼’를 떠나보낸 민희진 전 대표가 이번에는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를 들고 돌아왔다.
수백억 원대 소송이라는 무거운 현실과 대비되는 가벼운 ‘휘파람’ 소리. 이것은 단순한 컴백이 아닌,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시스템을 비웃는 듯한 미학적 선전포고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오는 5일 새로운 레이블 ‘오케이 레코즈(OOAK Records)’의 론칭을 공식화했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도 그녀의 ‘미장센’은 여전히 우아하고 독했다. 사진=민희진 SNS
3일 공개된 티저 이미지는 그녀가 왜 ‘K팝의 유일무이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불리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상징의 변화다. 과거 어도어 시절 뉴진스를 통해 ‘토끼(버니즈)’라는 아이콘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던 그녀는, 자신의 새 출발을 알리는 오브제로 ‘새’를 택했다.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한 애니메이션은 사람의 얼굴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새의 형상으로 변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하이브라는 거대 자본과 시스템, 그리고 자신이 잉태했지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뉴진스라는 둥지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를 얻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늘색 실크 셔츠에 수놓아진 정교한 자수는 그녀 특유의 빈티지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새 레이블명 ‘오케이(OOAK)’에 담긴 의미 또한 심상치 않다. ‘One Of A Kind(단 하나뿐인 존재)’ 혹은 ‘Only one always known(항상 알고 있던 유일한 존재)’라는 중의적 의미는, 하이브와의 갈등 과정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민희진이 없어도 시스템은 돌아간다”는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처럼 들린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나르시시즘 섞인 자신감이 브랜드 네이밍에서부터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업계의 관심은 2월 5일 공개될 구체적인 콘텐츠, 특히 ‘신인 보이그룹’의 정체에 쏠려 있다. 민희진은 과거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보이그룹 론칭을 예고한 바 있다. 걸그룹 뉴진스로 K팝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그녀가, 전혀 다른 문법이 요구되는 보이그룹 시장에서도 ‘민희진 매직’을 증명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재 민희진은 하이브와 4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 등 지루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몸을 사릴 시기지만, 그녀는 오히려 가장 화려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법정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되, 대중 앞에서는 휘파람을 불며 우아한 셔츠를 입는 이중적인 태도. 어쩌면 이 기괴한 괴리감조차 민희진이 철저하게 계산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일지 모른다. ‘새’가 되어 돌아온 그녀가 물어올 첫 번째 열매가 무엇일지, K팝 신(scene)이 다시금 긴장하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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