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언어모델(LLM)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이 이미 인간과 비슷한 '일반 지능(general intelligence)'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자들은 AI의 지능 수준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향후 정책 마련과 AI의 위험성 관리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에디 케밍 첸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철학과 교수팀은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철학, 기계학습, 언어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AI의 수준이 인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논평을 냈다.
● 인간보다 인간 같은 기계 지능의 등장
1950년 수학자 앨런 튜링은 현재 '튜링 테스트'로 불리는 '모방 게임(imitation game)'을 제시했다. 기계가 인간인 척하며 자연어로 소통했을 때 이 사실을 모르는 인간이 상대가 기계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실험이다.
오픈 AI가 개발한 LLM 챗GPT-4.5는 지난해 3월 튜링 테스트에서 인간에게 73% 비율로 인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실제 인간보다도 더 높은 비율로 선택받은 것이다.
튜링은 언젠가 컴퓨터가 인간이 가진 모든 능력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시한 바 있다. LLM은 현재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 수준의 성적을 내고 다양한 과학적 가설을 생성한다. 시를 창작하고 프로그래머의 코드 작성을 돕기도 한다. 연구팀은 "LLM은 튜링이 주목한 광범위하고 유연한 인지 능력의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LLM이 '인공일반지능(AGI)'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해 '인류 중심적 편향'을 피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AGI의 정의가 모호한 데다 AG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두려움으로 인한 거부감, AGI라는 용어 정의에 일부 상업적 이익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일반 지능에 대한 정의를 합의하는 데서 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반 지능은 모든 작업에서 최고의 인간 전문가 수준을 보일 필요는 없다. 전문성이나 집단 지성 개념이 아니라 수학, 언어, 실용적 추론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일반적인 인간 수준의 지능을 나타내는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지능을 기준으로 잡아 AI의 일반 지능 정의에 완벽성, 보편성, 초지능, 인간 유사성을 포함해선 안 된다고 봤다. 인간의 지능은 완벽할 수 없고 모든 과제를 수행할 수 없으며, 당연히도 인간이라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유사성을 배제한 것은 AI의 작동 형태가 반드시 인간의 인지 구조와 동일하거나 인간 문화에 기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고지능 외계인이 등장했다고 가정했을 때 외계인의 지능이 인간과 꼭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지능 평가는 그 사람이 보여주는 행동, 대화, 시험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에서 추론된다. 연구팀은 LLM이 보여준 수학, 프로그래밍, 작문, 다국어 구사, 과학 연구 지원, 여행 계획 세우기 등의 기능이 이미 인간의 평가 기준을 넘었다고 봤다. 연구팀은 "우리는 LLM에 요구하는 기준보다도 낮은 증거로 개인에게 일반 지능이 있다고 인정해 주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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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강력한 지능 등장할 것…인간 위치 재고해야"
AI의 법적·도덕적 책임 논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자율성을 일반 지능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AI를 좁은 영역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기존 평가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우리는 AGI가 없었지만 지금은 있다"며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일반 지능의 영역에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강력한 형태의 지능이 곧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 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천동설 폐기는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서 밀어냈고 진화론은 인간을 자연 속 특권층에서 밀어냈다"며 "튜링은 인간이 지능을 구현하는 유일한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5년전 튜링이 상상한 기계가 마침내 도래했다"며 "이번 '혁명' 역시 인간의 위치를 재고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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