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안이 법왜곡죄와 묶인 것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였다. 법사위 1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법안 심의 결과를 보고하면서 두 법안을 하나의 형법 개정안 대안으로 묶어 처리해 달라고 했다. 이후 두 법안은 김 의원의 말대로 처리됐다.
이때부터 간첩법 개정안의 처리 지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민주당은 이 법안 처리를 명시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간첩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왜곡죄는 국민의힘이 ‘악법’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사건을 조작해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거나, 물어야 할 죄를 경감시키는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법권을 침해하는 위헌 요소가 담겨 있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여당의 법왜곡죄 추진을 “정말 부끄러운 문명국의 수치”라고 했다. 야당은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간첩법 개정안은 우리가 지금 법사위에 붙잡아두고 있다. 아직 법사위를 통과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법왜곡죄와 결합된 형태로는 설령 간첩법 개정안이 당론 법안이어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두 법안의 결합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으나, 실은 당 지도부가 일찌감치 이 사실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왜 두 법안을 하나로 묶자고 했을까. 그는 “하나의 제명을 가진 법은 본회의에 하나만 올릴 수 있다”며 “동일한 형법이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입법 실무”라고 밝혔다. 형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하나씩 올릴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취지다. 세계일보는 법왜곡죄와 묶여 비쟁점 법안인 간첩법 개정이 지연된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 간첩법 개정 찬반 여부도 물었으나 김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 고위직 인사는 “내가 볼 때는 (간첩법 개정)하기 싫어서 두 법안을 묶은 것이다. 간첩법 개정안과 법왜곡죄를 따로 처리해도 된다. 합칠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두 법안이 분리돼 있었다면 시차를 두고 간첩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로 의원 30명의 동의를 얻어 본회의에서 법왜곡죄 부분만 수정·삭제하는 식으로 간첩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간첩법 개정안의 2월 처리마저 무산될 경우 정치권이 6·3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에 처리 시점은 기약 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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