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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975년에 서울에서 살았던 NHK 특파원의 당시 한국에 대한 솔직한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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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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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여름의 무더운 날, 나는 서울 전근 명령을 받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저녁 식탁에서 그 사실을 알리자, 큰딸은 즉시 말했다.

 

“싫어. 아빠, 바로 거절해!”

 

 

다음 날, 밤늦게 귀가하자 딸은 잠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거절하고 오셨죠?” 하고 다시 확인했다.

 

 

샐러리맨이 회사의 전근 명령을 거절하는 것은 사표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해도, 중학교 1학년인 큰딸은 이해하지 못했다.

 

큰딸은 이렇게도 말했다. “파리나 런던이라면 몰라도,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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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에 체류할 경우, 일본에서는 그런 해외 생활 경험을 높이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들 나라에 가는 아이들은 체류 중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등, 해외 생활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격려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이 아닌 곳에 체류하게 되면, 어떻게 하면 학력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쏠린다.

 

앞의 선진국 체류의 경우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자세가 좋다고 여겨지지만, 뒤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자세이다.

 

 

 

큰딸이 서울행을 망설였던 배경에는, 그 당시 다른 요인도 있었다.

 

바로 일본 내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극도로 나빠져 있었던 것이다. 나 자신은 그때까지 두 차례 짧은 기간이지만, 취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73년 6월, 바로 그 유명한 김대중 씨 납치 사건이 일어나기 두 달 전이었다. 두 번째는 그 다음 해인 1974년 8월, 박 대통령 저격 사건이 일어나 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쓰러졌을 때였다.

 

또 그 네 달 전에는 반정부 학생운동 ― 민청학련 사건이 적발되어, 일본인 하야카와와 타치카와 두 사람이 이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되었다.

 

 

 

당시 일본의 언론계는 이 일련의 사건 보도로 마비될 정도로 바빴다. 나 또한 그 시기의 취재 대상은 모두 이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물론 부드럽고 따뜻한 거리의 이야기, 미소 짓게 하는 생활상 같은 것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내용을 다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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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일본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에 대해 너무 모르는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나 역시 한국 부임 전에는 그랬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살고,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는지 전혀 몰랐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에 대해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이른바 서양식 집이나 커피, 토스트 같은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꼭 정확하지 않더라도,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것과 전혀 그릴 수 없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두운 사건과 관련된 정보만이 흘러나오는 상황이 이어지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당연히 편향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서울 일본인 학교에 부임하기를 희망하는 교사는 한 사람도 없었다. 

 

 

당시 일본에서 서울 일본인 학교로 파견되는 교사는 11명이었다. 문부성으로서는 이 인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서울 부임을 희망하지 않는 교사들에게도 일일이 접촉하여 부임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설득을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중학생이던 큰딸이 서울로 가기를 꺼렸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특파원의 시선으로 보면 서울은 일할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뉴스가 일본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다뤄지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정보와 지식의 격차가 생기는 것도, 결국은 그만큼 정보의 흐름이 많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한 정보의 흐름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의 경우에는 가족의 망설임과는 반대로 더욱 강하게 일어났다.

 


모치다 나오타케(持田直武) 저 NHK 해외 시리즈, 일본방송출판협회, 197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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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경제가 발전기에 있는 나라에서는, 사람 누구나 바빠지는 모양이다. 서울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빠르고 경쾌하다. 자동차들도 속도를 내며, 차와 차 사이에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곧바로 끼어든다.

 

 

거리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의 말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한국어 특유의 된소리가 울려 퍼져, 마치 기관총을 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창밖을 내다보면, 가만히 있는 것은 동상과 간판뿐, 그 외의 모든 것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시내에는 ‘다방’이라 불리는 카페가 많다. 그런데 이곳의 손님 회전율은 일본의 두 배 이상이라고 한다. 나도 자주 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셨지만, 일본처럼 조용히 명곡을 들으며 여유를 즐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며, 커피를 ‘맛본다’기보다는 자리값을 낸 대신 음료를 마시고 바로 떠나는 식이었다.  두세 명이 모여 빨리 말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곧 일어나 나가는 모습이 보통이었다.

 

 

다방에서의 평균 체류 시간은 아마 10분도 채 안 되고, 20분 머물면 긴 편이라 할 수 있었다. 커피 한 잔 값은 150원(1977년 당시 약 60엔)에서 200원 정도로 일본에 비해 상당히 쌌지만, 손님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수지는 맞았을지도 모른다.

 

 

한국 내에서도 이런 성급한 풍조는 이미 자각되고 있었다. 한때 “바쁘다, 바빠” 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한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 배우가 이 말을 연발하면서 대중에 퍼졌고, 이후 회사나 가정에서도 무슨 일만 생기면 “바쁘다, 바빠”라는 표현이 자주 쓰이게 되었다. 

 

 

바쁘다, 바빠와 동시에 유행한 말로 チュッカンネー(추칸네, 죽갓네?)”라는 것이 있었다. 이 말은 북부 지방의 사투리가 섞인 표현으로, “아, 피곤하다” 혹은 “이런, 망했다 / 아차!” 같은 뜻을 지닌다.

 

이 말을 만든 희극 배우는 드라마 속에서 시집갈 나이의 딸을 둔 어수룩한 아버지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는 딸의 혼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바쁘다, 바빠’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결국 일이 성사되지 않고, 이야기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チュッカンネー” 하고 한탄하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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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유행어가 가장 크게 유행한 때는 1976년 가을이었다. 당시 한국의 수출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그전까지 만성적이던 무역 적자가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 보이던 시기였다.

 

국내에서는 어디를 가도 “수출, 수출!”이라는 구호가 들렸고, 무역 관계자들이 세계 각국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서울 교외에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넓어졌으며, 국산 소형·중형 승용차가 거리를 누비기 시작했다.

 

 

나라 전체에 자신감이 싹트던 시기였지만, 아직 어딘가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 있었던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쁘다, 바빠" 하고 뛰어다닌 뒤 결국 “チュッカンネー~(지쳤네 / 헛수고였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 유행어들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경제 성장은 계속되고, 수출도 호조를 유지했다. "바쁘다, 바빠"는 여전히 남았지만, “チュッカンネー”는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모치다 나오타케(持田直武) 저 NHK 해외 시리즈, 일본방송출판협회, 1979년 6월

 

 

지금 중1 일본애들한테 한국으로 발령났다고 하면 좋아죽을듯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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