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섰던 경험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명이 비추는 곳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한때 팬들의 환호를 받던 무대 위 대신, 이제는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올리브영 매대 위에 브랜드를 올린 사람이 있다. 아이돌 출신에서 올리브영 브랜드 운영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헬스라이프브랜드운영팀 문동규 ABM(Assistant Brand Manager)이다.

올리브영 헬스라이프브랜드운영팀에서 브랜드 운영을 담당하는 문동규 ABM은 아이돌 출신의 이색 커리어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제공=CJ올리브영
2018년 아이돌 그룹 '스펙트럼'으로 데뷔해 무대를 누비던 그는 팬데믹 여파로 활동이 중단된 뒤 새로운 기로에 섰다. 불확실한 연예계 대신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로 한 것. 자산운용사 인턴 경험 이후 현장 중심의 업무를 선택해 2022년 말 올리브영 매장 캡틴으로 입사했다. 입사 5년 차인 현재는 올리브영 남성 PB '아이디얼포맨'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이색적인 커리어 전환이 가능했던 배경으로는 올리브영의 '영메이커'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구성원 개개인이 기업 성장의 주체로 거듭나고 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팀 올리브영' 정신이다. 문 매니저가 매장에서 쌓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사내 공모를 통해 본사 브랜드 매니저로 자리를 옮긴 것 역시 조직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문 매니저는 무대 위 감각을 브랜드 운영 전반에 이식한다. 관객의 반응을 읽듯 매대 앞 고객의 시선을 살피고, 노래 한 곡을 완성하듯 제품 하나의 생애를 끝까지 책임진다. 무대는 바뀌었지만, 무언가를 '빛나게 올려야 한다'는 마음만큼은 그대로다. K팝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K뷰티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있는 그를 22일 만났다.
Q. 아이돌 활동 종료 후 자산운용사 인턴을 거쳐 올리브영에 입사했다. 커리어 전환의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
A. 아이돌 시절 대중과 음악으로 소통하며 느꼈던 희열을 잊을 수 없었다. 아이돌 활동 종료 후 자산운용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조용한 사무실에서 숫자만 들여다보는 업무도 해봤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오작교 역할'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올리브영은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다루며 고객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곳이기에, 내가 가진 에너지를 쏟아붓기에 가장 매력적인 무대라고 생각했다.
Q. 매장 캡틴에서 지난해 5월 본사 ABM으로 직무를 옮겼다. 올리브영의 인사 시스템이 상당히 유연해 보인다.
A. 올리브영은 스스로 도전하고 준비가 돼 있다면 기회를 주는 '영메이커'들에게 길이 열려 있는 곳이다. 2022년 말부터 가락시장점, 가로수길점, 코엑스점 등을 거쳤고 특히 'N성수' 매장에서 '맨즈 에딧' 코너의 오픈 멤버로 참여했다.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닝과 매뉴얼 구성에 참여하면서 브랜드 운영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운영에 대한 꿈이 생겼는데, 마침 사내 공고 제도를 통해 '아이디얼 포맨' 운영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직급이나 과거 이력보다 현장에서 쌓은 실질적인 역량을 우선시하는 문화 덕분이다.
Q. 올리브영에 입사하고 나서 CJ그룹과의 인연이 남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A. 돌이켜보면 커리어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간이 CJ와 맞닿아 있다. 가수의 꿈을 다시 품게 된 이탈리아 여행에서의 인연 역시 엠넷(Mnet) '슈퍼스타K' PD였고, 첫 데뷔 무대였던 '엠카운트다운'과 대형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 무대 또한 CJ가 마련한 자리였다. 이제는 올리브영 임직원이 돼 사내 메일로 케이콘 초대 공지를 받는 입장이 됐다. 무대 위 주인공에서 무대 뒤 성장을 책임지는 일원으로 역할이 바뀐 만큼 감회가 새롭다.

문동규 ABM이 아이돌 그룹 활동 당시 무대에 오른 모습 /사진 제공=CJ올리브영

문동규 ABM은 2022년 말 올리브영 매장 캡틴으로 입사한 이후 가락시장점, 가로수길점, 코엑스점, N성수점 등에서 근무했다. /사진 제공=CJ올리브영
Q. 현재 맡고 있는 운영 ABM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담당 브랜드의 위상도 궁금하다
A. 브랜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역할이다. 상품 기획부터 가격 설정, 운영 전략 수립, 온라인·오프라인 관리까지 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책임진다. 단순히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일이다.
현재 담당하는 남성 PB 아이디얼 포맨의 '퍼펙트 올인원' 상품은 올리브영 어워즈 맨즈 케어 부문에서 7년 연속 1위를 기록 중인 대표 제품이다. 선제적으로 도입한 에어리스 펌프 용기 등이 업계의 표준이 될 정도로 트렌드를 리딩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Q. 아이돌 시절의 경험이 현재 업무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나.
A. 무대 위에서의 환호가 얼마나 벅찬지, 반대로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몸소 겪어봤다. 그래서 올리브영 매대는 나에게 또 다른 의미의 '작은 무대'다. 진열된 브랜드를 볼 때마다 매번 생방송 무대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내가 키운 브랜드가 야유나 외면 대신 고객의 환호(구매)를 받으며 빛나길 바란다. 무대 위 주인공이었던 경험을 살려, 이제는 무대 뒤 기획자이자 스태프의 마음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완벽한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Q. 성과를 체감하거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A. 직접 기획한 VMD(Visual Merchandising) 스토리보드가 실제 매장에 구현될 때다. 매장 집기의 테스터 위치부터 홍보 문구 하나까지 세밀하게 초안을 잡는데, 내가 설계한 '셀링 포인트'에 반응한 고객이 제품을 집어 드는 순간 전율을 느낀다. 꼭 담당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매장에서 제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아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목격할 때 올리브영이라는 공간이 가진 역동성을 실감하며 큰 보람을 얻는다.
Q. 올리브영의 '영메이커', '팀 올리브영' 조직문화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나.
A. 형식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느껴진다. 회사 안에서는 직급보다 역할과 의견이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대표님을 '이선정 님'이라 부를 정도로 수평적인 '님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다. 회사의 성장이 곧 개인의 성장이라는 메시지가 일하는 방식으로 녹아 있다.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기보다는 "올해 한 일을 내년에는 다르게 해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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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93/0000078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