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하던 금·은 가격이 수직 낙하하면서 지난 한 달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1조4500억원어치 사들인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매파적 성향의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차기 Fed 의장으로 지명되면서 귀금속 가격이 폭락 중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금 ETF 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ACE KRX금현물'은 오전 10시6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66% 하락한 3만2385원에 거래 중이다. 'TIGER KRX금현물'도 8.53%, 'KODEX 골드선물(H)'은 9.06% 떨어졌다. 은에 투자하는 ETF의 하락 폭은 더 컸다. 'KODEX 은선물(H)'은 전 거래일보다 25% 넘게 하락한 1만38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상승장에서 금·은 ETF에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됐다는 점이다. 최근 한 달간 개인은 관련 ETF를 총 1조45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KODEX 은선물(H)에만 이 기간 8363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은 가격이 급락한 건 '워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워시 전 이사의 Fed 의장 지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대체 자산인 금과 은 가격은 하락한다. 국제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600~4700달러 선까지 밀렸다. 지난달 29일 기록한 장중 고점(5595달러) 대비 약 15% 하락한 수치다. 은 현물 가격 역시 29일 기록한 121달러에서 84달러 선으로 주저앉으며 고점 대비 약 30%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연초 이후 금이 약 25%, 은이 약 70% 급등한 만큼 워시의 지명을 명분 삼아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이 추세적 하락보다는 '단기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정부의 부채 증가를 경계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다변화 차원에서 금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며 "Fed의 큰 기조가 통화정책 완화인 만큼 금 투자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차익 실현 매물로 금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곧 변동성을 딛고 다시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웃도는 등 강세가 예상된다"며 올해 금 가격 예상 범위를 트로이온스당 4350~6000달러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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