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북스 신청 395건에 납본 제외 결정
전자책 납본 예산 증가… 4월 정책연구 착수
"저질 도서로 세금 누수, 독자 신뢰 떨어뜨려"
"출간 문턱 낮추고 지식 창고 역할" 반론도
루미너리북스 "보상 노리고 신청한 것 아냐"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얼마 전 미국 정치 현안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서점을 찾았다가 기초 맞춤법조차 틀린 서적을 발견했다. 저자가 서문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했다"고 밝힌 책이었다. 김씨는 "과연 검수가 제대로 이뤄졌을까 싶어 그대로 책장을 덮었다"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책을 펴내는 이른바 '딸깍 출판'이 급증하면서 출판계와 당국이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 지식 자산 보존을 위해 예산을 들여 시중 도서를 수집하는 납본 제도를 운영하는 국립도서관에선 지난해 하반기 함량 미달을 이유로 AI 제작 도서의 반입 거부 결정을 처음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출판물 등에 AI 사용 표시를 의무화한 인공지능기본법이 지난달 시행된 가운데, 정부가 온라인 출판물 납본 제도를 정비할 계획을 세운 사실도 확인됐다.
전자책 납본 보상금 사상 최대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 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해 7~9월 출판사 루미너리북스가 납본 신청한 전자책 395건에 대해 '분량 미달, 공개자료 편집물, 내용 반복' 등을 이유로 납본 제외 결정을 내렸다. 이 출판사는 집필 및 출판 과정 전반에 AI 도구를 활용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전자책을 양산하는 대표적 업체다.
국회도서관도 지난해 6~11월 출판사 4곳이 제출한 AI 출판물 42종에 대해 납본을 거부했다. 국회도서관 관계자는 "주제 분야가 다른 책들에서 비슷한 문장 형식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고 복수의 검증 소프트웨어를 통해 교차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납본은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받은 모든 책을 국립중앙도서관 및 국회도서관에 의무 제출하는 제도다. 도서관 자료를 국가 문헌으로 보존해 후대에 전승하거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서관은 출판사로부터 두 권을 제출받고 한 권 값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국립도서관이 납본 도서를 가려 받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경우 검열 시비를 피하려 제작 경위나 내용을 이유로 한 납본 거부는 예외적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도서관이 도서 선별에 나선 건 일부 AI 출판사가 저질 도서를 양산해 납본하는 걸로 수익을 꾀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립중앙도서관이 전자책 납본을 받기 시작한 2016년 전자책 납본 보상금은 1,213만 원(5개월 분)이었지만 2021년엔 연간 2억3,492만 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엔 역대 최다 금액인 2억6,276만 원이 지출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전자책 등 온라인 자료 납본제도 정비를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AI 출판사들의 납본 신청이 늘어난 점을 계기로 대책 마련에 나선 걸로 풀이된다. 도서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 등을 거쳐 올 4월 정도 착수할 예정"이라면서 "전자책 납본제도 시행 10년을 맞아 성과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디지털 출판 환경 변화에 따른 신규 위협 요인 분석, 해외 주요국 사례 조사 등을 통해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AI 출판, 품질 떨어져" vs "피할 수 없는 흐름"
출판계에서는 AI 도서 제작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출판시장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연간 전자책 9,000권가량을 발행한 것으로 유명한 루미너리북스는 자체 개발한 AI 툴을 이용하고 있는데, 초기 출판물은 잘못된 정보와 오역 등으로 품질 논란을 일으켰다. 책 제작 과정에 AI가 개입됐는지,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를 독자가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2일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되며 AI 결과물 표기가 의무화되긴 했지만, 그 대상과 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업계에선 한동안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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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12201?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