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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왕사남' 박지훈 "사과 한 쪽으로 15kg 감량하며 17살 단종 완성" [영화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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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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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은 이번 인터뷰에서 의외의 고백을 먼저 꺼내놓았다. "저는 제 연기에 대한 의심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는 것. 장항준 감독이 캐스팅을 위해 세 번이나 그를 만날 때까지 확답을 주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박지훈은 "역사 속 단종의 그 무거운 마음을 제가 감히 다 헤아릴 수 있을지 겁이 났다. 대본을 보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 의심을 지우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처절한 자기 파괴에 가까운 감량이었다. 박지훈은 단종의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두 달 반 동안 무려 15kg을 감량했다. "하루에 사과 한 쪽만 먹으며 버텼다. 배가 너무 고파서 잠조차 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 예민해진 감각이 단종의 고독함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그 고통이 오히려 ‘아름다운 고통’으로 다가왔다"는 그의 말에선 신인답지 않은 지독한 몰입도가 느껴졌다. 

실제로 그는 완성된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했다. 박지훈은 "솔직히 영상을 보면서 '아, 정말 살 빼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 처절해 보이는 비주얼이 단종의 서사를 완성해 준 것 같아 뿌듯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촬영 중에도 몸이 음식을 거부해 초콜릿이나 젤리 한 알로 겨우 버텼지만, 그 예민함과 처절함이 결국 스크린 위 서늘한 단종의 눈빛을 완성하는 가장 큰 거름이 된 셈이다.

단순히 외형적인 변화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박지훈은 단종의 '목소리'에도 지독할 만큼 공을 들였다. 그는 "감독님과 상의 끝에 초반에는 유약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를 내다가, 후반부 군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때는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굵직한 톤으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특히 그는 목소리의 높낮이뿐 아니라 '호흡의 마디'까지 설계했다. 박지훈은 "단순히 대사를 읽는 게 아니라, 어느 타이밍에 숨을 쉬고 말을 멈춰야 단종의 쓸쓸함과 위엄이 동시에 살지 고민했다"며, 문장 사이사이의 여백까지 계산했던 치열한 준비 과정을 전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장항준 감독이 극찬한 '사연 있는 눈빛' 역시 힘을 얻었다. 그는 눈빛에 대해서도 "특별히 연습한 건 없다. 그저 대본에 충실하고 그 상황에 나를 던졌을 때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며 담백하게 답했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번의 리딩으로 다져진 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장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비결은 의외로 영리한 전략이 아닌, 투박할 정도의 '본능'과 '넉살'이었다.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대선배인 유해진의 마음을 훔친 건 박지훈의 꾸밈없는 다가감이었다.

박지훈은 "유해진 선배님이 현장에서 혼자 걷고 계시는 뒷모습을 보고, 그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차에서 내려 '선배님, 저도 같이 걸어도 될까요?'라고 여쭤봤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영월의 길을 함께 걸으며 연기 이야기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대화들을 나눴고, 박지훈은 단순히 곁을 지키는 것을 넘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정서적인 유대를 쌓으며 진짜 '부자' 같은 신뢰를 형성했다.

유해진의 내리사랑은 촬영장에서도 이어졌다. 본인의 촬영 분량이 아님에도 박지훈의 감정 신이 있을 때면 늘 카메라 뒤에 서서 시선을 맞춰주며 기운을 불어넣어 준 것. 박지훈은 "선배님이 카메라 뒤에 서 계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져 눈물이 절로 났다"며 유해진이 보여준 스승 이상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반면, 자신을 억압하는 한명회 역의 유지태 앞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존해야 했다. 박지훈은 "유지태 선배님의 큰 키와 압도적인 피지컬에서 오는 아우라가 너무 대단해서, 처음엔 숨이 턱 막히고 눈도 못 마주칠 만큼 겁을 먹었다.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베테랑임에도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대본을 놓지 않는 유지태의 치열함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박지훈은 공포를 넘어선 깊은 존경심과 긍정적인 자극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박지훈은 유지태의 '온도 차'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방금 전까지 저를 죽일 듯이 쏘아보시던 분이 컷 소리가 나면 환하게 웃으며 '지훈아 밥 먹었니?'라고 물어봐 주시는데, 그 베테랑다운 여유와 치열한 태도를 보며 정말 많이 배웠다"는 것. 유지태라는 거대한 벽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만들어낸 긴장감은, 결국 선배들의 극찬을 자아내는 명장면들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완성된 영화를 본 시사회 날, 박지훈은 유독 많이 울었다. 특히 스크린 속 엄흥도(유해진 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주신 에너지가 너무 컸기에, 그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더라"는 박지훈.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의심하고 채찍질하지만, 그 과정조차 배우로서 나아가는 소중한 자양분으로 삼고 있었다. 비운의 왕 단종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증명해 낸 박지훈의 행보가 이제 막 스크린 위에서 뜨겁게 시작되고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로 2월 4일 개봉한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08/0000296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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