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치 이해찬 전 총리가 전두환 신군부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던 82년 수감 당시 딸에게 보낸 편지
1,555 11
2026.01.31 18:44
1,555 11

 

사랑하는 딸 현주에게

  현주야, 그동안 잘 지냈니? 
어제 현주 얼굴을 보고 오늘 또 현주한테 편지를 쓰는구나. 현주는 편지가 무엇인지를 아직 모를 거야.
편지란 멀리 떨어져 있는 현주에게 아빠의 뜻을 말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것이란다.  
아빠가 현주를 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도록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으니 
편지로 현주한테 말하는 거야.

  이제 몇 밤만 더 자면 되는 12월 14일은 현주의 세 번째 생일이야.  
면회할 때 현주생일 하고 아빠가 말했는데 현주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  
생일이란 현주가 이 세상에 나온 날이야.  
현주가 엄마 품속에서 오랫동안 잠을 자다가 꿈을 깨면서 으앙하고 태어난 날이 바로 생일이란다.  
현주는 엄마와 아빠가 지금부터 10년 전쯤에 만나 사랑을 하고 이뻐하고 하면서 키워온 싻이 
두껍고 무거운 땅을 헤치고 솟아난 예쁜 아기 꽃인거야.  
현주가 그려서 보내준 그림에도 아기고기 하고 엄마고기가 있었는데 
현주는 바로 아기고기처럼 조그만한 새싹이란다.  

  아빠는 현주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생일을 모두 현주하고 떨어져서 맞이하였는데 
현주에게는 너무너무 미안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첫 번째 생일을 첫돌이라고 부르는데 현주가 태어나서 첫돌이 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어. 
 현주가 태어난 12월은 일년중에서 가장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었고, 
현주가 백일을 맞이한 3월은 바람이 많이 불고 꽃이 피려고 꽃봉오리가 맺기 시작한 봄이었어.  
아빠는 그 봄이 지나고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이 오려고 할 때쯤 해서 
현주하고 떨어져 살게 되었지.  
여름이 지나고 감이 익고 사과도 익고 하는 가을이 지나서야 현주의 첫돌이 다가왔지.  
또 겨울 · 봄 · 여름 · 가을이 지나 현주의 두 번째 생일인 두 돌이 되었고 
이제 몇일이 지나면 세 돌이 되는 거야.  
현주가 아빠의 이 편지를 받았을 땐, 그날이 바로 생일일지도 몰라.

  먼저 보낸 편지에는 현주 생일엔 아주 좋은 선물을 만들어 주라고 엄마한테 말했으니까 
엄마가 좋은 것을 마련해 놓았을 거야.  
아빠가 현주하고 함께 있다면 마당 한구석에라도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싶어.  
그러면 현주가 자라듯이 나무도 무럭무럭 자라서 현주하고 키재기 놀이를 할 수 도 있을 텐데. 
 지금 사는 아파트에는 나무를 심을 마당이 없어 어떻게 하지.  
이제 조금 있으면 아빠가 현주하고 같이 살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마당이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해서 현주 생일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을 거야.  
또 엄마 · 아빠 생일에도 나무를 심고, 사과나무, 밤나무, 살구나무, 앵두나무, 감나무 같은 
과일나무도 심고, 장미, 목련, 철쭉 같은 꽃나무도 심고, 
소나무, 잣나무, 오동나무 같은 것들도 심어 나갈 거야.  
현주가 크고 아빠 · 엄마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무도 자라면 
먼 훗날에는 조그만 숲을 이루게 되겠지.

  아빠는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  올해로 현주는 세 살, 엄마는 스물아홉 살, 아빠는 서른 살이고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이 한번 지나가면 한 살씩 나이가 들게 되는데 
지금부터 18년이 지나면 현주가 스물한 살, 엄마는 마흔 일곱 살, 아빠는 마흔 여덟 살이 되는 
서기 2000년이 되는 거야.  
서기 2000년이란 아주 뜻 깊은 해가 될지도 몰라.  
아빠 엄마. 현주처럼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살아 온지가 아주 오래되었는데, 
그중에서 예수라는 위대한 사람이 세상에 나오신지가 2000년이 되었다는 뜻이거든,  
현주 같은 아기예수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000년이 된 거야.  

그때쯤이면 현주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겠지.  
엄마가 다녔던 학교도 좋고, 아빠가 다녔던 학교도 좋고 아니면 현주 마음에 드는 어떤 학교라도 좋아.  
현주가 안동에 왔을 때 이런 말을 했지. 
 학교에 공부하러 갈 거라고, 엄마 없이 혼자서 갈 거라고.  
현주가 먼저 국민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다음엔 중학교 · 고등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그리고 나서 대학에 가서 공부할거야.  
아빠는 현주가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자주 그려보곤 한단다.  
엄마 · 아빠가 학교 다니던 때와는 달리 현주의 학교생활은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을거야.  
그때쯤에는 세상도 훨씬 좋아지고 자유로와질 테니 말이야. 


  얘기를 하다 보니 현주 생일에 쓰는 편지가 현주의 앞날 얘기로 흘러갔구나. 
이처럼 앞날을 그려보는 것은 재미난 일이야.  아빠는 또 이런 생각을 했어.  
현주에게도 남자 동생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현주가 같이 노는 상민이처럼 생긴 동생 말이야.  
그러면 현주가 자전거도 태워주고 학교에도 같이 가고, 그러다가 서로 싸우기도 하고 할 텐데.

  현주야. 
지금 아빠가 살고 있는 이곳에는 함박눈이 많이 내려쌓여 있어.  
앞산에도 눈이 많이 내렸고 멀리보이는 들판에도 눈이 덮고 있어.  
고개를 올라가는 차들도 살금살금 기어다니고, 
어쩌다 바람이라도 불면 눈가루가 날리는 모습은 참 멋지구나.  
현주는 아직도 아빠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아빠는 현주가 무척보고 싶어.  
안동에 있을 때는 현주가 오면 꽃도 묶어주고 오징어도 주었는데 
여기서는 그러지를 못해서 화가 나기도 하는데다가 현주가 자꾸 커가면서 
말을 잘하기 시작하니까 더욱 보고 싶단다.  

  엄마 편지를 받아보면 현주는 아주 욕심쟁이에다가 고집쟁이인 모양인데 
아빠는 그런 게 오히려 더 좋단다.  
현주야 오늘은 이만큼 얘기하고 다음에 또 말해줄게.  
면회 오면 만나볼 수도 있을 테고 이번에는 오징어를 잘 구워놓았다가 줄게.  
오징어하고 쥐포는 같다고 했지.  또 쯔비쯔비바 하고 무엇하고 같다고 했지?  
다음 면회때 알으켜 줘.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엄마 말 잘 듣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

멀리 떨어져 있는 아빠가.

 

https://www.youtube.com/live/vcoIIhyubXw?si=BPMkhQTzHYCwNsVj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는 정말 고통없이 평안하시길. 

 



 

목록 스크랩 (1)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최우식X장혜진X공승연 <넘버원> 새해 원픽 무대인사 시사회 이벤트 158 01.29 47,56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587,15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447,48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00,76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735,52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39,3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1,9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0,08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5 20.05.17 8,610,14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5 20.04.30 8,492,14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50,74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78493 기사/뉴스 이청아, 작년 교통사고로 고관절 부상.."촬영 일정에 치료 시기 놓쳤다"[스타이슈] 3 20:43 713
2978492 유머 전세계 비공식 부자 1위 재산 2900조 16 20:43 846
2978491 유머 변호사 쓸모 없게 만드는 법 3 20:42 564
2978490 유머 담배냄새랑 ‭꽁초에 개빡친 ‭무당 3 20:42 583
2978489 이슈 완벽주의 고통의 원인 20:42 357
2978488 기사/뉴스 황제성, 궤도와 불화 SNS 차단? “하루에 스토리 40개 올려” (놀토) 1 20:41 616
2978487 유머 순서대로 제 최애 차애 삼애 사애 입니다 20:41 295
2978486 이슈 박물관 굿즈가 비싼 이유 8 20:40 968
2978485 이슈 오늘 콘서트에서 공개된 샤이니 온유 신곡 X oh why (기깔난 하우스임) 3 20:40 91
2978484 이슈 드디어 슴콘에서 토끼고양이 형제 상봉🐇🐈 마이 리틀 소다팝🎵🧃 4 20:38 341
2978483 유머 ??? : 고객님 항상 ㅈ길만 걸으세요 4 20:38 756
2978482 이슈 14년전 오늘 발매된, FT아일랜드 “지독하게” 20:37 26
2978481 이슈 다이소 즉석국은 맛있을까 15 20:36 1,572
2978480 유머 최만리의 훈민정음 반포 반대 논리에 세종도 반박이 쉽지 않았던 이유 12 20:34 1,023
2978479 기사/뉴스 무용계 오스카상 휩쓴 '한국 무용', 숨은 주역 '정구호'를 만나다 3 20:34 395
2978478 이슈 셀프주유소에서 일하다가 진상 만난 썰 11 20:33 1,472
2978477 유머 공감가는 세전, 세후 11 20:32 1,952
2978476 기사/뉴스 장원영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파급력 [N초점] 3 20:32 553
2978475 유머 브리저튼4 여주 한국어에 달린댓글 21 20:31 3,740
2978474 이슈 영화 역사상 손꼽히는 악당들이 3년 연속으로 나왔던 시기.gif 21 20:31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