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치 '권력을 잃은 자' 김건희 前 영부인님을 제발 긍휼히 여기소서?
833 7
2026.01.31 12:47
833 7
[박세열 칼럼] '쿠데타'로 권력 박탈당한 걸 '잃었다'고 표현하나?

"판결 선고에 앞서 몇 말씀 드리겠다.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우인성 부장판사는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자본시장법 위반)과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취 사건(정치자금법 위반)을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잃은 자'라고 특정했다.

단어 선택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꽃의 반대말은 무엇인가'라거나, '일요일의 반대말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다.

김건희는 과연 무엇인가? 일단 '권력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권력자의 대칭어로 '피지배자'는 이상하다. 그렇다고 김건희를 '약자'라 부를 순 없다. '피권력자'라는 말도 어색하다. '평민', '복종', '피치자' 따위의 말들도 다 틀렸다. 아마도 고민 끝에 우 판사는 권력자를 앞서 상정하고 그 대칭어로 '권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잃은 자'를 뒀으리라. '권력을 잃었다고 해서 더 가혹하게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어달란 요구처럼 들린다.

과문한진 모르겠으나 판결문에서 '약자'나 '서민'같은 말들은 많이 봤어도 '권력을 잃은 자'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 권력을 잃었다는 말은, 권력이 없는 필부필부를 말하는 게 아니고, 한때 권력을 가졌전 자라는 말이다.

애초에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현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위임된 권력'이다. 즉, 스스로 권력을 발산한다고 믿어왔던 '왕조 시대'가 아닌 이상, 이 권력은 공화국을 구성하는 시민들에서 나오는 '힘의 집체'다. 그것을 '국가 권력'으로 바꿔 '합법적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받는 자리가 대통령직이다. 애초에 그 권력이 김건희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권력을 잃었다'는 건 그 권력이 김건희의 것이었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 '권력을 잃은 자'를 굳이 외국어를 빌려 영어로 풀이해 보자면, 왕좌(throne)에서 파생된 단어 enthrone(왕좌에 앉다)의 대칭어인 dethroned(왕좌를 잃다. 폐위되다)에 가까운 뉘앙스로 들린다. 폐위된 자, 그걸 김건희로 보는 것인가.


그리하여 '권력을 잃은 자에 대해 차별하지 말라'는 판사의 계몽적 훈계가 주는 불쾌함의 정체가 드러난다.

'권력을 잃은 자'라는 말은,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닌 자'라고 칭한 김건희의 말이 판사의 언어로 번역돼 나온 것에 불과하다. 판사는 권력을 잃었다고 해서 '형법상 범죄가 아닌 죄', '작은 죄'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게 이뤄지는 경우를 안타깝게 여겨온 듯 하다. 그러나 이 말은 오히려 이 재판이 '정치 재판'이라는 걸 드러내 주는 역설로 작용한다.


전문

https://naver.me/xVGyL0ao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최우식X장혜진X공승연 <넘버원> 새해 원픽 무대인사 시사회 이벤트 149 01.29 40,05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585,18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446,26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598,55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734,28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39,3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1,9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0,08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5 20.05.17 8,610,14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5 20.04.30 8,491,46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50,74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78262 이슈 jtbc에서 이런깔 드라마들 다시보고싶음 15:23 84
2978261 유머 여우에 대한 수많은 오해 정리 1 15:23 131
2978260 정치 이거 어디서 본 풍경이다 1 15:22 65
2978259 이슈 남자 7명이 바다 가면 생기는 일 15:22 146
2978258 이슈 피어싱을 한방에 7개 뚫었다는 엔믹스 해원 ㄷㄷ 1 15:20 497
2978257 유머 팽팽하게 갈리는 유명 걸그룹의 센터상 2 15:20 229
2978256 이슈 핀란드사람들 "남의 삶을 평가하는 사람이 가장 꼴보기 싫다" 15 15:19 728
2978255 이슈 한국덕분에 인생이 달라진 외국인 케이스로 항상 많이 언급되는 외국인 중 하나 1 15:18 1,018
2978254 이슈 환승연애 최고 수혜자이자 제일 캐리했던 인물.jpg 7 15:16 1,067
2978253 유머 아니 사람 목숨 걸고 해야할 만큼 영화가 중요해? CG쓰면 되잖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게 뭔데 감독은 정작 목숨 안걸잖아 10 15:15 789
2978252 유머 외할머니 유품정리하는데 울 할매 비범한 기세보소 7 15:14 1,282
2978251 이슈 지방형 유방과 고밀도 유방 차이 6 15:14 1,054
2978250 이슈 김남일 까고 있는 기자 근황 5 15:14 638
2978249 이슈 한자교육 강화하는 초등학교들 30 15:12 1,724
2978248 이슈 김남일 사과영상 근황 27 15:10 1,481
2978247 이슈 몸에서 생기는 종양 중, 가장 이상하고 기이한 종양 33 15:06 3,470
2978246 유머 아기 이름 지을 때 꼭 해봐야 하는 것 12 15:04 1,354
2978245 이슈 교복 입으니까 좀 어려보이는 롱샷 FaceTime 뮤비 비하인드 사진ㅋㅋㅋ 5 15:02 247
2978244 이슈 [브리저튼] 결혼한 남매들의 귀여운 2세들 10 14:58 2,799
2978243 이슈 아진짜 황당함 언니 후쿠오카 갔는데 이자카야 사장님이 한일전 시켰대 ㅋㅋㅋㅋㅋㅋㅋㅋ 21 14:58 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