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치 '권력을 잃은 자' 김건희 前 영부인님을 제발 긍휼히 여기소서?
794 7
2026.01.31 12:47
794 7
[박세열 칼럼] '쿠데타'로 권력 박탈당한 걸 '잃었다'고 표현하나?

"판결 선고에 앞서 몇 말씀 드리겠다. 옛말에 형무등급(刑無等級), 추물이불량(趣物而不兩)이라는 말이 있다. 법의 적용에는 그 적용을 받는 사람이 권력자이든, 아니면 권력을 잃은 자이든, 예외나 차별이 없어야 한다."

우인성 부장판사는 '대통령 영부인이었던 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자본시장법 위반)과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취 사건(정치자금법 위반)을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권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잃은 자'라고 특정했다.

단어 선택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꽃의 반대말은 무엇인가'라거나, '일요일의 반대말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다.

김건희는 과연 무엇인가? 일단 '권력자'는 아니다. 그렇지만 권력자의 대칭어로 '피지배자'는 이상하다. 그렇다고 김건희를 '약자'라 부를 순 없다. '피권력자'라는 말도 어색하다. '평민', '복종', '피치자' 따위의 말들도 다 틀렸다. 아마도 고민 끝에 우 판사는 권력자를 앞서 상정하고 그 대칭어로 '권력이 없는 자'가 아니라 '권력을 잃은 자'를 뒀으리라. '권력을 잃었다고 해서 더 가혹하게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읽어달란 요구처럼 들린다.

과문한진 모르겠으나 판결문에서 '약자'나 '서민'같은 말들은 많이 봤어도 '권력을 잃은 자'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본다. 권력을 잃었다는 말은, 권력이 없는 필부필부를 말하는 게 아니고, 한때 권력을 가졌전 자라는 말이다.

애초에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특히 현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은 '위임된 권력'이다. 즉, 스스로 권력을 발산한다고 믿어왔던 '왕조 시대'가 아닌 이상, 이 권력은 공화국을 구성하는 시민들에서 나오는 '힘의 집체'다. 그것을 '국가 권력'으로 바꿔 '합법적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받는 자리가 대통령직이다. 애초에 그 권력이 김건희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권력을 잃었다'는 건 그 권력이 김건희의 것이었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 '권력을 잃은 자'를 굳이 외국어를 빌려 영어로 풀이해 보자면, 왕좌(throne)에서 파생된 단어 enthrone(왕좌에 앉다)의 대칭어인 dethroned(왕좌를 잃다. 폐위되다)에 가까운 뉘앙스로 들린다. 폐위된 자, 그걸 김건희로 보는 것인가.


그리하여 '권력을 잃은 자에 대해 차별하지 말라'는 판사의 계몽적 훈계가 주는 불쾌함의 정체가 드러난다.

'권력을 잃은 자'라는 말은, 스스로 '아무 것도 아닌 자'라고 칭한 김건희의 말이 판사의 언어로 번역돼 나온 것에 불과하다. 판사는 권력을 잃었다고 해서 '형법상 범죄가 아닌 죄', '작은 죄'에 대한 처벌이 가혹하게 이뤄지는 경우를 안타깝게 여겨온 듯 하다. 그러나 이 말은 오히려 이 재판이 '정치 재판'이라는 걸 드러내 주는 역설로 작용한다.


전문

https://naver.me/xVGyL0ao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최우식X장혜진X공승연 <넘버원> 새해 원픽 무대인사 시사회 이벤트 149 01.29 39,76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585,18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446,26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598,55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734,28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39,32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1,9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0,08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5 20.05.17 8,610,14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5 20.04.30 8,491,46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50,74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78246 이슈 [브리저튼] 결혼한 남매들의 귀여운 2세들 14:58 135
2978245 이슈 아진짜 황당함 언니 후쿠오카 갔는데 이자카야 사장님이 한일전 시켰대 ㅋㅋㅋㅋㅋㅋㅋㅋ 1 14:58 142
2978244 이슈 역주행하더니 멜론 일간 50위권으로 들어온 노래 14:58 135
2978243 이슈 최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제품 13 14:55 1,138
2978242 이슈 축구팬도 선수도 아쉬워 하는 김남일 커리어 3 14:55 343
2978241 이슈 저평가된 봉지라면 탑쓰리 3 14:54 404
2978240 이슈 느낌 좋다는 이나영, 이청아, 정은채 주연 드라마 <아너> 포스터.jpg 3 14:53 457
2978239 이슈 마이크로소프트 주가 번지점프 중 6 14:53 1,038
2978238 정치 손현보목사 집행유예 석방 2 14:52 151
2978237 기사/뉴스 허경환 ‘유퀴즈·놀뭐’ 고정 희망고문 “3월 이후로도 안 되면 나도 포기” 10 14:50 861
2978236 유머 집에서 돈 제일 많이 씀 4 14:48 1,074
2978235 기사/뉴스 "22살 딸 제물 됐다"…이호선 분노, "母 대신 발달장애 남동생 돌보느라 학교도 포기" 21 14:47 1,504
2978234 기사/뉴스 간미연 "베복 시절 안티팬이 머리 잡아 당겨 가발 뜯어지기도" [RE:뷰] 14:47 75
2978233 이슈 지금 생각하면 정말 전국민이 어디 홀렸던거같은 기자회견 27 14:46 2,265
2978232 이슈 미스 소희 x 케이스티파이 협업 컬렉션 19 14:45 1,541
2978231 이슈 이창섭과 아기는 무조건 되는 조합인 이유 1 14:44 440
2978230 정보 이마트24시에는 두.쫀.볼 판댕 1 14:44 867
2978229 정치 이해찬 총리와 인연이 있었던 안귀령 청와대 부대변인 14:44 426
2978228 유머 한국인만 알 수 있는 다음말 17 14:43 1,723
2978227 이슈 단발이 진짜 찰떡인것 같은 솔로지옥5 나오는 김고은 2 14:43 1,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