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외제 차와 흉기로 힘을 과시하던 마약 사범은 구치소에서도 비뚤어진 지배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검찰이 최근 적발한 '구치소 내 불법 성기 확대 사건'의 주범은 2023년 가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람보르기니 흉기 위협 사건'의 당사자 A씨. 담장 안에서 폭력은 더 은밀하고 기괴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뉴시스는 지난 26일 자칫 암장 될 뻔한 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 서울중앙지검 공판4부 박세혁 검사를 만났다.
사건은 피해 수용자가 "스스로 성기에 이물질을 주입해 염증이 생겼다"며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서류 검토 후 허가 여부만 판단하고 끝날 수도 있었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임검(현장조사)을 나간 박 검사는 무언가 이상하단 느낌을 받았다. 혼자서 시술했다고 보기엔 상처 양상이 지나치게 심각했다.
피해자는 이른바 '해바라기 시술'을 한 상태였다. 성기 표면에 바셀린 성분이 들어간 연고를 주입해 확대를 시도하는 것으로, 감염과 괴사 위험이 큰 불법 시술이다. 이물질을 주입한 부위가 불규칙하게 부풀어 올라 해바라기와 닮은 형태를 띠게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시술에는 구치소에 보급되는 볼펜과 연고 여러 통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 사례와 판례를 찾아본 박 검사는 시술 특성상 단독 행위라는 주장에 강한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수용시설 안에서 이 시술을 감행한 사례는 종종 적발됐는데, 대부분 옆에서 시술해 준 사람이 따로 있었다. "시술 방법이나 걸리는 시간, 극심한 통증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도 자해나 자발적 시술이라기보다는 누군가가 해줬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가 있었던 마약방에는 분명한 서열이 존재했다고 한다.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구치소 생활이 얼마나 길었는지 등 '경력'이 중요하다. 나이와 체격, 사회에서의 인맥 등을 고려해 그들만의 계급 표가 만들어졌다.
서열 최상위가 바로 유명 'MZ 조폭'으로 알려진 A씨다. A씨는 2023년 가을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마약에 취한 채 차를 주차하다 시민과 시비가 붙자, 흉기를 꺼내 상대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이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현재는 추가 기소된 혐의에 대한 재판을 받는 중이다.
피해자는 그 방에 가장 늦게 입소한 서열 최하위 수용자였다. 가해자들은 서열을 기반으로 피해자를 압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물리적 폭력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은근한 무시와 고립이 반복됐다. 학교폭력과 닮은 심리적 지배가 피해자를 무너뜨렸다.
가담한 수용자 상당수는 이미 문신을 하거나 과거 성기 확대 시술을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박 검사는 이를 '남성성을 과시하려는 그들만의 문화적 코드'로 해석했다.
"수용시설 안에서 문신, 성기 확대 같은 불법 시술이 유행처럼 번진 건 오래된 일입니다. 다만 이 사건의 특이점은, 그게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서열이 낮은 사람에게 강요되는 괴롭힘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점이죠."
박 검사는 A씨의 행위를 단순한 일탈로 보지 않았다. 재력과 폭력으로 힘을 보여주려던 왜곡된 그의 관념이 국가 감시 아래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교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집중했다. 박 검사는 이를 전통적인 조직폭력배처럼 명확한 지위를 갖추지 못한 'MZ 조폭'의 특성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받고자 하는 경향이 구치소 안에서 누군가를 괴롭혀서 우위를 점하는 방식으로 발현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 사건을 교정시설의 관리 소홀로 단순화하는 데에는 선을 그었다. 혼거실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단순한 폭력이 아닌 심리적 지배까지 결합한 이 같은 범죄는 더욱이 포착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사건이 발생한 마약방이라는 공간은 의미 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분야에 있던 수용자들이기에 사회에서 형성된 조직 문화나 서열 구조가 그대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관리 효율을 위한 분리 수용이 때에 따라서는 또 다른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박 검사는 말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을 받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연이은 불법 시술로 피해자의 성기는 누더기가 된 상태였고, 염증 치료와 피부 이식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신고를 하면 치료비를 받기는커녕 보복까지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자는 침묵을 택했다.
박 검사는 "수용자라 하더라도 시설 안에서 동료 재소자에게 상해를 당했다면 피해자로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전향적인 피해자 지원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기소 전 지원 제도'에 따라 피해자의 치료비를 연간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박 검사는 기소 전 지원 제도에 대해 "예산은 있는데 현장에서 제도를 잘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많다"며 "도움이 시급한 피해자들이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검사의 인권 보호 업무에 널리 활용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재발 방지 대책도 물었다. 박 검사는 구치소 안에서 벌어진 범죄일수록 더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을 받고 있는 수용자들이 시설 내 부적절한 행위로 추가 기소가 되더라도 사건이 병합되면 형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박 검사는 "안에서 사고를 쳐도 어차피 형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면, 교정질서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어딘가에서 강요에 못 이겨 신체를 훼손당하는 수용자가 있을 것"이라며 "수용자 간 공모에 의한 상해 범죄는 강하게 처벌하는 기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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