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대부분 ‘벽식’ 형태
비가 줄줄 샐 정도로 노후돼도
‘철거→신축’ 방식 외엔 답 없어
전문가 “인구ㆍ사회 변화 대응해
내력벽 대신 기둥으로 건설해야”

“비가오면 천장 샌다, 니가 와서 살아봐라”, “죽기 전에 신축지어, 멀쩡한 집 살고 싶다”
서울 목동 7단지 아파트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 문구다.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해 재건축 사업이 멈춰버린 목동 아파트 주민들의 한 맺힌 절규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대신 고치고 바꿔서 튼튼하게 오래 쓸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벽식’ 구조의 아파트를 ‘기둥식’으로 바꾸는 것이 답이라고 말한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을 역임한 정광량 동양구조안전기술 대표는 “벽식구조는 기둥식에 비해 아파트 내부의 가변성이 절대적으로 제한된 구조”라며 “코로나19 이후 아파트 구조는 급변하는 삶의 모습을 반영해 고치고 바꿔 쓰기 좋은 기둥식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인구ㆍ사회 변화에 대응하는데도 기둥식 아파트가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47년에는 1∼2인 가구가 전체의 72%로 늘어나는 반면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수는 절반 수준(31.4%→16.3%)으로 감소한다. 장수명주택연구단장인 김수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2인 가구 급증과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감안하면 구조체는 오래 가고, 내부는 누구나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아파트를 지금부터 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일부 건설사들이 홍보하는 ‘맞춤형 아파트’는 벽식 구조로, 일부 공간을 쪼개거나 합치는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층간소음 문제도 기둥식 아파트로 실마리를 풀 수 있다. 박지영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둥식보다 벽식 구조 아파트의 바닥판(슬래브) 기준이 더 두꺼운 이유는 벽을 통해 전달되는 소음ㆍ진동이 많기 때문”이라며 “기둥식 아파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요소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둥식 아파트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비싼 건축비와 열악한 생태계는 풀어야 할 숙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둥식 구조를 채택한 장수명 주택은 일반 주택보다 공사비가 3∼6% 더 들지만 재건축, 증개축, 유지ㆍ보수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10∼18% 저렴하다”며 “비용절감형 장수명 주택처럼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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