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블랙핑크,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어 이번엔 K-무용이다. 한국인 안무가들과 한국인 연출가, 한국의 대표 공연장에서 탄생한 창작무용 ‘일무’가 뉴욕을 홀렸다.
안무가 3인방 중 막내 김재덕은 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무’를 실현하게 해주신 모든 분과 세종대왕님과 효명세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선 궁중무용을 만드는 데 기여한 선조들에게 영광을 돌린 것이다.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는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조선 세종이 만든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팬데믹 직후인 2022년 초연, 지난 3년간 국내 공연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 잡았다. 최근 열린 ‘뉴욕 댄스&퍼포먼스 어워드’(이하 베시 어워드)에선 작품의 세 안무가인 정혜진·김성훈·김재덕 등이 ‘최우수 안무가·창작자’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국공립 예술단체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 뉴욕에서 공연한 모든 무용 작품 중 가장 혁신적인 창작자로 인정받았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프레스콜에서 무용수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작품의 중심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가 있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취임 직후 국립극장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정 연출가에게 러브콜을 보내 세상에 나온 작품인 것. 안 사장은 “정 연출가가 없었다면 링컨 센터 공연도, 이번 수상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연출가는 “베시 어워드 첫 상을 한국 무용으로 탔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무를 맡은 정혜진 전 서울시무용단장은 “크리에이터로서 정구호 연출님도 같이 받아야 하는데 (그쪽에서) 놓친 것 같다”고 했다. 정 연출가도 “미국·유럽에서는 통상 안무가가 연출하고 총괄해 우리처럼 연출가가 따로 있지 않다”고 했다.
정구호 연출가는 ‘일무’를 구상하면서 현대적 감각과 실험성을 입히기 위해 정혜진 전 단장 외에 두 명의 젊은 안무가 김성훈·김재덕을 창작진으로 섭외했다. 김재덕 안무가는 안무는 물론 음악 작업도 함께 해 음악과 안무 사이의 밀도를 높였다.
‘일무’의 매력은 작품 전체적으로 흐르는 한국적인 색감에 있다. 정 전 단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탁월한 색감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아이돌 그룹 못지않게 칼로 잰 듯한 각도, 딱 맞춘 대열과 동작이 인상적이다. 정 전 단장은 “‘일무’는 줄과 열이 다 맞춰야 해서, 누구 하나 틀리면 금방 관객들이 알 수 있는 작품”이라며 “힘든 점이 많았지만 단원들이 끝까지 따라와 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무용단 ‘일무’ 프레스콜에서 무용수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무’의 뉴욕 공연은 기업의 후원이 함께 해 가능했다. 정 연출가와 안 사장은 “(SK그룹의) 기업 펀딩이 없었다면 링컨센터에서의 무대에 서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무’는 이번 수상을 통해 해외 무대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안 사장은 “(베시 어워드의) 부상(副賞)이 있다면 외국의 (공연) 요청이 많을 것 같다는 점”이라며 “공연 규모가 크다 보니 확답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작품의 수명을 늘리고 보여줄 범위를 넓히려 한다”고 귀띔했다.
정 연출가는 “‘일무’는 지금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고 현대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승희 기자
https://v.daum.net/v/20260129094127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