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 전지원 기자] 콘서트 한 번 가는 데 20만원이 기본값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20만원 중반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BTS)은 오는 4월 열리는 '아리랑'(ARIRANG) 고양 콘서트의 그라운드 전석을 사운드 체크 포함 26만원, 아일릿(ILLIT)은 첫 투어 서울 공연에서 밋앤그릿석을 25만 3000원으로 책정했다. 같은 공연장에서 비슷한 급의 아티스트들이 15만~18만원 선에서 가격을 잡는 것과 비교하면 7만~10만원 정도 더 비싸다. 불과 몇 년 사이 티켓값은 팬들이 체감하는 소득 상승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올랐다.

문제는 돈을 지불한 만큼의 만족도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운드 체크는 본 공연 전에 리허설을 일부 관람할 수 있는 이벤트, 밋앤그릿은 공연 후 짧은 팬서비스를 제공하는 좌석으로 안내된다. 하지만 실제 진행 시간과 방식은 공연 전까지 구체적으로 공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공연에서는 사운드 체크를 포함한 고가석이 한 시간 이상을 줄 서고 기다린 끝에 15~20분 만에 끝나기도 하고, 밋앤그릿 역시 개별 팬서비스를 받지 못할 불안함을 안고 예매해야 한다. 그럼에도 환불이나 부분 보상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팬 입장에서는 돈을 더 냈다고 해서 정보 접근권이나 선택권이 그만큼 넓어지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이벤트들이 선택 옵션이 아니라 특정 구역 티켓에 끼워 파는 번들 상품이라는 점이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그라운드 전석이 사운드 체크 포함 티켓으로만 판매돼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원한다면 사운드 체크를 원치 않아도 20만원 중반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때문에 이런 이벤트는 뺄 수 없는 '끼워 팔기'에 가깝다. 혜택이라기보다 사실상 강매에 가깝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 구조는 잘 돌아간다. 방탄소년단의 고양 콘서트도 가격 논란과 별개로 선예매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팬들이 불만을 제기해도 기업이 실질적으로 받는 타격은 거의 없는 것이다. 한 번 높아진 가격은 업계 전체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하이브가 가격을 끌어올리면 다른 대형사와 중견 기획사들도 그 선을 자연스럽게 표준가로 삼는 구조다.
지금의 티켓 인플레이션은 단지 몇몇 공연의 가격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케이팝 전체의 브랜드 신뢰와 연결된 문제다. 콘서트는 가장 강력한 팬 서비스이자 산업의 미래 수요를 키우는 기획이다. 그러나 고가 정책이 반복되면 '한 번쯤 가볼까' 하던 잠재 팬들은 시작부터 돌아선다. 이미 팬이 된 사람들조차 여러 그룹을 함께 응원하기보다 가격 부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는다. 단기 매출은 늘지 몰라도 산업 전체의 저변은 서서히 좁아지는 길이다.
콘서트장은 원래 음악과 기억을 사는 곳이지 '팬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 아니다. 누군가는 수개월 동안 모은 용돈과 월급, 알바비를 티켓 한 장에 쏟아붓는다. 그 돈이 단지 상징적인 프리미엄을 사는 데 그치지 않도록 이 구조에 관여한 모든 주체들이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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