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초반에 온갖 어그로와 악행을 담당하는
악녀로 나오는 뒤바리부인
교활하고 못되먹은 성격이라 온갖 정치적 술수와 음모를 꾸며대며
특히 황태자비를 엄청나게 싫어해서 유언비어를 퍼트린다거나
독살시도를 한다거나, 심지어 아직 황태자인 루이16세 암살 음모에까지 가담함
루이15세가 죽고 루이16세가 새로운 왕으로 즉위하자마자
과거 저질렀던 온갖 못된 죄들에 대한 업보를 그대로 돌려받아
제일 먼저 추방당해서 비참하게 살다가 죽음

막상 만화나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가 아닌
실제 기록상의 그녀는 오히려 좀 우둔한 곰 스타일에 가까웠다고 함
예쁘긴한데 좀 수다스럽고 정많고 시골아줌마같은 그런 스타일...?
다만 사치스러운걸 좋아하고 특히 보석에 환장하던 그녀는
국고를 탕진하며 낭비벽이 심했던건 사실이고
또 같은 평민이라도 부유한 평민(부르주아)였던 퐁파두르 부인과 달리
뒤바리 부인은 찐 서민이었다가 벼락출세한 케이스라
다들 더 만만하게 생각했고 물어뜯기 좋았던 점은 있는듯함
여하튼 퐁파두르 부인이 죽은 후 상심해있던 루이 15세에게
활달하고 재기발랄하고 밝은 친화력이 큰 매력으로 어필되어
당시 왕비와 퐁파두르 모두 없던 궁정에서 그녀는 새로운 태양으로 떠오르게 됨
처음엔 그녀를 무시하고 시기 질투했던 귀족들도
막상 겪어보니 사람이 괜찮아서 점점 편견을 버리고 친구가 되었다고하며
물론 귀족들이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한 가장 큰 이유는 왕의 총애였겠지만
솔직히 그녀 자신이 가진 인간적이고 소탈한 매력도 매우 컸다고 함

그때 오스트리아의 공주님이 황태자비로 프랑스에 시집을 오게 되는데
그 유명한 마리앙투아네트
공주와 평민이라는 출신 성분부터가 이미 넘사이긴 하지만
왕의 애첩과 손자며느리라는 신분 차이도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그녀가 시집오기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궁정에서 가장 높은 여성이었던 뒤바리로서는
앙투아네트의 등장이 위협으로 느껴질수밖에 없었음

but.... 오히려 뒤바리는 앙투아네트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던듯함
아이구.... 저 어린 나이에 말도 안통하는 낯선 외국에 오셔서 얼마나 고생이 많고 힘드실까....
국왕폐하의 귀한 손주며느님이시니 잘 대해드리고 친하게 지내야겠다
(물론 초반에만 이랬음)

문제는 앙투아네트가 뒤바리 부인을 싫어하는걸 넘어 거의 벌레보듯이 혐오했다는 점이었음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 자체가 애첩이나 정부같은걸 상당히 싫어해서 매우 엄하게 대했는데
아예 매춘부들을 강제수용소 같은 곳에 집어넣어서 매질을 하거나 머리를 깎아버릴 정도였음
이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딸 앙투아네트도 그 영향을 받아
뒤바리 부인같은 정부를 사실상 매춘부와 동급으로 생각하며
아예 말도 섞기 싫어할 정도였음
신분이 낮은 부인이 높은 부인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없었던 당시 관습때문에
앙투아네트는 뒤바리를 마치 투명인간화 시킬 수 있었음

뒤바리도 자신을 아예 상대도 해주지않는 새 황태자비때문에 점점 큰 상처를 받았는지
결국 루이15세에게 울며불며 하소연을 늘어놓기에 이름
루이15세는 뒤바리 부인을 무시하는 손자며느리가 곧 국왕인 자신을 무시하는거라 생각했는지
오스트리아 대사를 직접 불러서 엄중하게 항의하는
국가 간 외교문제로까지 일이 커져버림
뒤바리 부인같은 여자를 혐오하던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테레지아도
현실적으로 뒤바리를 계속 개무시해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여
딸에게 니가 자존심을 굽히라고 압력을 행사함

결국 앙투아네트는 그토록 개무시하던 뒤바리 부인같은 부류에게
처음으로 고고한 자존심을 굽혀야하는 굴욕을 당하게 되는데
베르사유의 신년 행사에서 뒤바리 부인에게
그 유명한 "오늘 베르사유 궁에는 사람이 정말 많군요 (Il y a bien du monde, aujourd'hui, à Versailles)"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게 됨
앙투아네트가 이 때 얼마나 자존심 상해했는지 정확하게 역사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베르사유의 장미에서는 결국 굴욕감을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서 펑펑 우는 모습으로 나오고
1938년에 제작된 헐리웃 영화에서는
"이제 당신과는 두 번 다시 상종할 일도 없을겁니다"라고 못을 박기도 함

뒤바리 부인도 확실히 영리한 요부 타입은 아니었던게
아무리 어린 황태자비에게 개무시를 당해서 화가 났어도
굳이 국왕에게 울며불며 일러바쳐서 일을 크게 만든게 현명하지는 못한 처세술이었음
어쨌든 앙투아네트는 미래의 권력인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자신을 비춰주는 태양은 언제 시들지 모르는 늙은 왕밖에 없었고
결국 루이15세가 죽자 그녀의 찬란했던 시절도 끝장나게 되었음
하지만 앙투아네트가 저때의 일을 담아두고 있다가 복수를 했다는식의 창작들도 개오바인게
뒤바리가 무슨 정치적 음모를 꾸밀만큼의 머리가 없던 타입이다보니
권력을 잃고나서도 그냥 수녀원으로 떠나게 된 것 말고는 딱히 정치적 보복을 당하지 않았으며
수녀원에 가서도 특유의 친화력과 인싸력을 발휘해 수녀들과도 금세 친구가 되고
수녀원장이랑도 엄청 돈독한 사이로 하하호호 잘 지냈다고 함

그러다 금방 자신이 소유한 성으로 가서 남은 여생을 보냈고
새로운 남자들을 사귀며 활발하게 연애도 즐기는 등
남은 인생도 호의호식하며 등 따숩게 잘 사는듯했음
혁명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녀는 파리에 소유한 자신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잠시 파리에 들렀다가 혁명군에 의해 바로 체포되었고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됨
"제발! 잠깐만요! 잠깐만-"
그녀가 사형당하며 남겼다는 마지막 유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