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불거진 출연자 논란에 ‘하차’ ‘통편집’ ‘출연취소’ 반복
기준 세우기 어렵지만 “수백명 스태프 얽힌 드라마는 다르게 봐야”
“사전 검증 제대로 해야” “우리 사회, 지나치게 엄격”

▲ 최근 사생활 이슈로 논란이 된 뒤 방송을 중단한 연예인들.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송가에 연일 '하차', '통편집', '출연 취소'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연예인 리스크에 이어 일반인 출연자 논란까지 겹치자 방송사들과 유튜브 제작사, 홈쇼핑사까지 비상이 걸렸다. 방송사들은 완성된 촬영본을 폐기하거나 통편집하고, 유튜브 제작사들 역시 촬영본을 폐기하거거나, 섬네일(영상 미리보기 화면)을 바꾸는 행보에 나섰다.
"픽션과 팩츄얼 구분하고, 다큐와 드라마 다르게 봐야"
예능과 달리 드라마는 재촬영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기에 제작진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상파 관계자 A씨는 "팩츄얼과 픽션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흉악범죄나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드라마 출연진의 이슈와 예능 및 다큐 프로그램 출연진의 이슈를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임성근은 조진웅과 다른 면이 있다. '시그널'은 픽션인데, 다큐멘터리나 예능은 출연자와 출연자의 행위를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는 차이도 있다"며 "'시그널'은 조진웅 혼자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스태프가 100명이 넘고, 출연한 배우도 많다. 많은 사람이 피해 보는 문제가 있다. 이런 경우 방영을 통해 시청자의 판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2월 KBS 사극 '달이 뜨는 강'에 출연했던 배우 지수는 드라마 방영 도중 '학폭' 전력이 폭로돼 드라마를 재촬영한 사례가 있다. 20부작 드라마 가운데 19회를 촬영했고, 6회가 방영된 시점에서 KBS는 배우 교체 및 지수 촬영분 재촬영을 결정했다.
당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4개 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학폭'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가해 연예인이 연기 활동, 음반 활동 및 기타 프로그램 활동 도중 하차할 경우, 이미 제작된 많은 분량이 취소됨에 따라 재제작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해 작업에 참여했던 수많은 종사자와 연예인들이 덩달아 큰 고통을 받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재촬영 이후 '달이 뜨는 강' 제작사는 지수 소속사에 3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같은 해 3월 SBS '모범택시' 주요 배역으로 출연 예정이던 에이프릴 이나은씨가 같은 그룹 내에서 왕따와 괴롭힘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60% 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서 배우를 표예진씨로 바꿔 재촬영했다.
방송사 PD인 B씨는 "얼마나 사회적으로 낭비인가. 외국은 스캔들이 있더라도 개인과 콘텐츠에 대해선 별개로 보는 문화가 있는데, (한국은)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이라서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며 "연예인에 대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이미지로 먹고사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하겠지만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완벽한 검증 어려워, "지나치게 엄격한 문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제정한 '대중문화예술인(연기자중심) 표준전속계약서'는 '연기자'의 성범죄로 인해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계약 해지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이후 현장에선 음주운전, 마약 등 불법 행위를 할 경우 계약 해지를 하는 조항을 담는 경향이 생겼고 2021년 지수 학폭논란 등을 계기로 '학폭'을 비롯한 '사회적 물의' 조항을 추가하는 추세다.
방송사들이나 OTT 업체들은 사전 검증에 나서지만 한계는 있다.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 아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에 대해선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작가인 E씨는 "기준은 없고, 프로그램 담당자들 각자 재량에 맡기고 있다. 발생하는 사안이 천차만별"이라며 "큰 프로젝트를 할 때는 과거 학폭 등이 있는지 묻고 사전에 서약을 쓰는 경우도 있다. 나중에 사실과 다르면 피해보상을 한다는 식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넷플릭스코리아가 주최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6 코리아'에서 유기환 예능 부문 디렉터는 "일반 개인의 범죄 사실을 세세히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 다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법적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준수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발견할 수 없는 문제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일반 방송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계속해 (검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씨는 검증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방송사들이 귀찮고 버겁고 인력이 없어도,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해서 써야 하지 않을까. '나혼자 산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그 사람의 일면만 보고 인기가 올라가서 그걸 누린다"며 "출연자들이 유명인이 되는 과정에서 방송사, 넷플릭스 등 제작자 측에서 사전 검증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엄격한 사회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지상파 관계자 A씨는 "사람의 잘못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엄격한 면도 있다"며 "(범죄가 아니라면) 불완전을 교정할 기회를 주는 게 맞지. 한번 잘못하면 여론이 무섭게 총질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방송사 PD인 B씨도 "타인에게 확실하게 피해를 주는 범죄, 성폭행범 등은 지탄받아야 하지만, (그런 사안이 아닌 부분들에서도) 너무 가혹한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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