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8월 거주 관할 경찰서로부터 출석 조사 요구받았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으로부터 절도죄로 신고를 당한 까닭에서다. 이씨는 단순 카드 결제 실수였으며 2만 원가량인 피해 금액을 곧장 변상하겠다고 설명했으나, 신고가 접수돼 피의자 출석 조사가 원칙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결국 하루 휴가를 내고 조사를 받았고, 경찰은 범죄의 고의성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야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씨를 조사한 수도권의 한 강력계 경찰관은 "소액이어도 자영업자 관련 민생 사건이어서 소홀히 하기 어렵다"라며 "카드결제 내역 등으로 피의자가 특정돼 있지 않으면, 일일이 가게 내부와 건물 주변, 도로 CCTV까지 확인해야 한다. 사건은 단순하지만 수사에 투입되는 물리적인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라며 "솔직히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5년새 무인 점포 4배 급증…'절도 사각지대' 경찰이 메워
지난해 무인 가게가 1만 개를 넘어서는 등 비약적으로 늘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고통받고 있다. 상주 직원이 없는 무인 가게의 특성상 소액 절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이에 따른 경찰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어서다. 일부 무인 가게 점주들은 CCTV로 물건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면 단순 결제 실수나 피해 금액이 소액이어도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본다.
소액 절도 증가에 따른 경찰력 낭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서 집계한 '소액 절도 사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피해금액 10만 원 이하인 절도 사건은 8만1329건이었다. 이는 2020년 5만3060건과 비교해 53% 늘어난 수치다. 2020년 2000여 개에 불과하던 무인 가게는 지난해 1만 개를 넘어선 상태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무인 가게의 성장세는 향후 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직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무인 가게 점주들이 경찰을 사설 보안업체처럼 활용한다는 볼멘소리도 내놓는다. 아이스크림 하나만 훔쳐도 일단 신고하고 본다는 것이다. 무인 가게 점주들은 'CCTV 가동 중', '절도 적발 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안내문을 붙이는 등 범죄 예방에 나서고 있다지만, 상주 직원이 있는 일반 가게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점주들은 이런 사각지대를 활용, 합의금 장사에 나서기도 한다. 특히 절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10대 소액 절도 피의자들을 경찰 신고하는 대신 부모에게 연락해 피해 금액의 수배에서 수십배를 요구하는 식이다. 이와 관련 한 현직 경찰관은 지난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000원, 5000원짜리 물건을 훔친 초딩(초등학생)과 한정된 치안서비스를 무한정 사용하는 무인 가게 사장님들 중 누가 진짜 도둑이냐"며 "사유 재산에 대해 최소한의 방범도 유지하지 않고 사소한 걸로 경찰을 부르는 게 잘못"이라고 적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경찰관은 "무인 가게 절도 범죄가 한 달에 10건은 접수되는 것같다.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은 절도 사건 발생 시 가게에 경찰 출동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거나 소액이라면 아예 출동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 강력범죄 대응에 지장을 주는 등 부담이 커지면 우리나라도 그런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https://v.daum.net/v/20260126174444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