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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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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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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llusion of Meritocracy: Beyond the Hubris of the Successful and the Humiliation of the 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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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mkorea.com/9325783026 카타르시스 민주주의: 분노 의식에 가까워지는 선거와 구조적 제약
https://www.fmkorea.com/9336920146 노인과 평화의 시대: 인구위기가 강요한 차가운 평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 명제는 오랫동안 현대 자본주의를 지탱해 온 가장 확실한 믿음이었다. ‘능력주의(Meritocracy)’는 집안 배경이나 물려받은 특권 대신, 오직 개인의 재능과 노력만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불평등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유일한 도덕적 근거였고, 누구나 땀 흘리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이 믿음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쏟아지는 실증 데이터는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소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다리가 끊어졌음을 냉정하게 증명한다. 더 나아가 학계에서는 능력주의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은 물론 위험하기까지 한 가설"으로 결론내린 지 오래이다. 이제 능력주의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보다, 청년들이 마주한 구조적인 실패를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는 가혹한 심판관으로 변질되었다.
 
능력주의의 위기는 단순한 시스템의 결함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합의해 온 정의의 관념이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는 능력주의가 현실에서 실패했다는 증거들을 살펴보고, 이 시스템이 낳은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다.
 
60001.jpg.ren.webp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https://conversableeconomist.com/2021/03/08/intergenerational-mobility-and-neighborhood-effects/]
[스탠퍼드 Inequality “Economic Mobility” 요약에서, 미국의 부모 소득 하위 20% 가정 출신 아이가 성인이 되어 상위 20%에 오를 확률은 약 7.5~8.4%로 제시된다.]
[SOTU_2015_economic-mobility.pdf]
[Raj Chetty 외, Stanford Center on Poverty and Inequality, State of the Union 2015: Economic Mobility. 1971년생 미국인을 기준으로, 부모 소득 하위 20% 가정 출신이 성인이 되어 상위 20%로 이동할 확률은 약 8%이며 덴마크는 약 11.7%로, 미국보다 높지만 “완전 개방”과는 거리가 있는 수준으로 제시된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pdfdirect/10.1111/sjoe.12219]
[Rasmus Landersø & James J. Heckman, “The Scandinavian Fantasy: The Sources of Intergenerational Mobility in Denmark and the US” (Scandinavian Journal of Economics, 2016) 덴마크와 미국의 소득·교육 이동성을 비교한 논문. 덴마크가 소득 이동성에서는 미국보다 뚜렷이 높지만, 교육 이동성에서는 그렇게까지 “평등한 천국”은 아니라는 결과를 보인다.]
[https://ifs.org.uk/publications/inheritances-and-inequality-over-life-cycle-what-will-they-mean-younger-generations]
[inheritance-done-2.pdf]
[영국의 계층이동성 연구]
[https://milescorak.com/research/great-gatsby-curve/]
[OECD 국가들을 비교했을 때, 소득 불평등(지니 계수 등)이 클수록 부모 소득과 자녀 소득의 상관관계(IGE)가 높고, 세대 간 소득 이동성이 낮게 나타나는 패턴을 “Great Gatsby Curve”라고 이름붙였다. 미국은 불평등이 높은 동시에 이동성이 낮은 쪽, 덴마크·캐나다 등은 불평등이 낮고 이동성이 높은 쪽에 위치한다.]

닫힌 사다리와 데이터의 증언

 
능력주의가 약속하는 ‘열린 기회’와 현실 사이의 차이는 이제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통계로 증명된다. 데이터는 개인의 노력이 계층 이동을 보장한다는 믿음이 현대 사회에서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지 냉정하게 보여준다.
 
‘기회의 땅’이라 불리는 미국을 보자. 부모 소득이 하위 20%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상위 20%로 진입할 확률은 고작 8% 수준이다.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덴마크는 이 확률이 약 12%로 미국보다는 높지만, 이 역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활짝 열려 있다는 뜻은 아니다. 불평등이 덜한 사회일수록 이동의 통로가 그나마 조금 더 넓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이런 현상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나라를 비교 분석한 연구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소득을 결정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이른바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국가가 겉으로 능력주의를 아무리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계급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노력’보다 ‘혈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상속 데이터에서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영국 재정연구소(IFS)의 분석에 따르면, 1960년대생 중 빈곤층(하위 20%) 출신이 받는 상속액은 평생 소득의 2%에 불과했지만, 부유층(상위 20%) 출신에게 상속액은 평생 소득의 17%를 차지했다. 1980년대생에 이르면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빈곤층 자녀의 상속 비중은 5%에 그치지만, 부유층 자녀는 약 29%, 사실상 3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평균 상속 비중도 커지고 있어, 상속이 사회적 계층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의 데이터 또한 ‘노동의 가치 하락’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증명한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3세기에 걸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본이 벌어들이는 수익률(r)은 경제성장률(g)보다 거의 높았다. 이는 개인이 평생 땀 흘려 일해서 버는 근로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이미 가진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 축적된 부가 현재의 노동을 압도하는 현실 속에서 “성실하게 일하면 성공한다”는 능력주의의 약속은 수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공수표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자수성가’라는 말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자산 가격이 오르고 상속이 생애 소득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질수록, 부의 축적은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누구의 자녀로 태어났느냐’ 하는 우연한 출발점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된다. 결국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문제는 ‘능력이 제대로 보상받느냐’가 아니라, ‘능력을 펼칠 기회와 자산을 누가 물려받느냐’로 바뀌고 있다.

50017.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soab080.pdf]
[Fabian T. Pfeffer & Martin Hällsten, “Wealth as One of the ‘Big Four’ SES Dimensions in 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s” (Social Forces, 2021) 스웨덴 대규모 행정 데이터를 이용해, 부모의 부(wealth)가 교육·소득·직업과는 구분되는 독립적인 계층 재생산 축임을 보이며, 부모 부가 많을수록 자녀의 소득·자산·교육 수준이 높아지며, 다른 요인을 통제해도 부 자체의 효과가 남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SocSci_v4_263to287.pdf]
[스웨덴에서 부모의 ‘계급’(직업적 지위)과 ‘소득’이 자녀 소득·지위에 각각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 “같은 소득이라도 상위 계급(전문직, 관리직) 부모를 둔 자녀가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The high heritability of educational achievement reflects many genetically influenced traits, not just intelligence - PMC]
[영국 쌍둥이 13,306쌍, 16세 GCSE(영·수·과학) 성적을 분석한 결과, 교육 성취(시험 점수) 분산의 약 62%가 유전 요인으로 설명된다. 지능뿐 아니라 성격, 자기효능감, 감정 상태, 행동 문제 등 다양한 심리·행동 특성이 공통된 유전적 기반을 공유하며, 함께 교육 성취의 유전성을 형성한다.]
[pnas.org/doi/pdf/10.1073/pnas.1912998116]
[Generalist genes and high cognitive abilities - PMC]
[The high heritability of educational achievement reflects many genetically influenced traits, not just intelligence - PMC]
[일반 인지능력의 유전율이 대략 0.5 내외, 성격·성취동기 등도 상당한 유전율을 가진다는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 단, 모든 연구가 “유전=운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환경 내에서 개인차를 설명할 때 유전의 기여가 크다는 의미임을 강조한다.]
[Popular Acceptance of Inequality due to Brute Luck and Support for Classical Benefit-Based Taxation]
[설문·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노력의 차이 vs ‘브루트 럭(brute luck, 통제 불가능한 운)’에 따른 소득 차이를 어떻게 보는지 조사하였다. 많은 응답자가 “운에 의한 격차”를 일부 용인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한 평준화에는 소극적인 미묘한 태도가 드러난다.]
[Quantifying Privilege: What Research on Social Mobility Tells Us About Fairness in America]
[불평등을 “노력 차이”로 설명했을 때보다 “운·구조적 요인”으로 설명했을 때, 재분배·복지에 대한 지지가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패턴이 보고된다.]
[Global vs Within-Nation Inequality – Visiting Economic Inequality with Branko Milanović - Quo Vadis Institute]
[Interview with Branko Milanović: The privilege of being born in the "right" country]
[개인의 장기 소득을 설명하는 요인 중 태어난 나라(시민권)의 영향은 굉장히 크다.]

 
과학이 밝혀낸 불편한 진실, 성공을 결정짓는 진짜 변수들
 
학계는 이제 능력주의를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틀린 가설로 보고 있다. 경제학, 사회학, 행동유전학에 이르는 방대한 연구들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의 방정식이 개인의 ‘노력’보다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조건—부모의 재력, 타고난 유전자, 그리고 운—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증명한다.
 
첫째, 부모의 재력은 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더 강력하게 자녀의 성공을 결정한다. 비슷한 성적과 능력을 가진 청년들이라 해도, 부유한 가정 출신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상위 소득 계층에 진입할 확률이 훨씬 높다. 부모의 자산은 자녀의 초기 취업 성과와 자산 형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부유한 부모는 좋은 학군, 고액 과외, 입시 정보, 무급 인턴십을 버틸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등 이른바 ‘특권의 인프라(infrastructure of advantage)’를 제공한다. 이 인프라 위에서 만들어진 성취는 겉으로는 ‘개인의 치열한 노력’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교하게 포장된 부의 이전에 가깝다.
 
둘째, 유전적 재능 또한 노력만으로는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다. 쌍둥이와 가족 데이터를 분석한 행동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성적 차이의 약 62%가 유전적 요인으로 설명된다. 지능뿐만 아니라 성격, 성취욕, 자존감, 심지어 끈기(Grit)와 같은 심리적 특성조차 유전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물론 유전자가 운명을 100% 결정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지만,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인의 성취는 상당 부분 ‘유전적 복권’ 당첨과 아동기 환경의 조합 결과물임에도, 능력주의는 이러한 ‘생물학적 행운’을 개인의 도덕적 자격으로 둔갑시킨다.
 
셋째, 가장 간과되지만 결정적인 변수는 ‘운(Luck)’이다. 마이클 샌델을 비롯한 석학들은 능력주의가 성공에 개입하는 운의 역할을 고의로 축소한다고 비판한다. 태어난 시기의 경제 상황, 산업 트렌드의 변화, 우연히 만난 멘토나 채용 담당자의 기분 같은 우발적 요소들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타가 되곤 한다. 실제로 소득 격차의 원인을 ‘노력 차이’가 아닌 ‘불운(Bad Luck)’으로 설명하는 실험에서 부의 재분배를 지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치솟았다는 연구 결과는, 대중들 또한 무의식적으로는 성공이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증거다.
 
넷째, 개인이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변수는 바로 ‘국적’이다.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가’라고 지적하며 이를 ‘시민권 지대(Citizenship Rent)’라고 불렀다. 똑같은 재능과 노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선진국에서 태어났느냐 빈곤국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기대 소득은 수십 배 차이가 난다. 예컨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콩고에서 태어난 동일한 능력의 사람보다 소득이 90배 가까이 높을 수 있다. 이는 개인이 더 노력해서가 아니라, 부유한 국가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공짜로 상속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내의 치열한 경쟁에 몰두하는 사이, 세계적 차원에서 성공을 가르는 가장 강력한 스펙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우연히 손에 쥔 여권의 색깔이다.

50016.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ideas.wharton.upenn.edu/wp-content/uploads/2018/07/Castilla-Benard-2010.pdf]
[Emilio J. Castilla & Stephen Benard, “The Paradox of Meritocracy in Organization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0) 대규모 서비스 기업의 인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 경험자 445명을 대상으로 한 3개 실험을 수행했다. 회사가 “우리는 능력주의적이고,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한다”는 핵심 가치를 공식적으로 강조하는 조건 vs 그런 언급이 없는 조건을 비교. 그 결과 “능력주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조직” 조건에서, 동일한 성과를 낸 남녀 직원에게 보너스를 배분하도록 했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더 높은 보상을 받는 성차별이 오히려 강화되었다. 비능력주의 조건에서는 남녀 간 보상 차이가 작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에 머문 반면, 능력주의 조건에서는 동일 성과에도 남성에게 더 큰 보상이 주어지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The System Justification Conundrum: Re-Examining the Cognitive Dissonance Basis for System Justification - PMC]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경제·정치 체제, 심지어 자신을 불리하게 만드는 체제조차 정당하다고 믿으려는 동기(system justification motive)를 가진다고 제안한다. 특히 낮은 지위 집단 구성원이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내 집단도 가치 있다”는 자존감 욕구와 “우리 집단이 실제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현실 사이의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체제를 “공정하다”고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Finding (dis‐)advantaged system justifiers: A bottom‐up approach to explore system justification theory - Kesberg - 2024 -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 Wiley Online Library]
[여러 설문·실험 연구에서,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그리고 저소득·저지위 계층 중 일부가 오히려 “지금 체제가 대체로 정당하다”고 응답하는 패턴이 확인된다.]
[Psychologising meritocracy: A historical account of its many guises]
[심리학이 능력주의를 때로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때로는 공정한 배분의 원리로 다뤄온 역사를 정리하였다. 능력주의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구조적 차별·불평등보다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들을 소개한다.]
 
학계의 경고, 능력주의의 역설과 도덕적 타락
 
각종 지표가 능력주의의 실패를 증명하는 동안, 학계는 이 이데올로기가 가진 더 깊은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사회학, 조직행동론, 철학을 아우르는 여러 연구는 능력주의가 단순히 ‘고장 난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차별을 은폐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조직행동론에서 발견된 ‘능력주의의 역설(The Paradox of Meritocracy)'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자들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는 능력 중심의 공정한 조직"이라고 표방하는 곳일수록 오히려 성차별이 심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도덕적 면허(Moral Licensing)’ 효과로 설명된다. 의사결정권자가 "나는 공정하다"고 믿는 순간, 역설적으로 자신의 판단이 편향될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차별적인 관행을 방치하게 된다. 즉, 능력주의를 외치는 선언이 오히려 불공정을 감시하는 눈을 가리는 덮개가 되는 셈이다.
 
심리학에서는 ‘체제 정당화 이론(System Justification Theory)’이 능력주의의 끈질긴 생명력을 설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사람들, 심지어 차별받는 약자들조차 현재의 시스템을 ‘공정하다’고 믿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가혹하다. 이 믿음 때문에 실패자는 가난과 실업을 사회의 문제가 아닌 "나의 노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리게 된다. 결국 패자는 정당한 분노 대신 자책과 무력감에 빠지고, 사회를 바꿀 동력은 약해진다.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승자의 오만(Hubris)’과 ‘패자의 굴욕(Humiliation)’으로 정의한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승자는 자신의 성공을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 대한 도덕적 보상으로 여기며, 패자를 "능력이 없거나 게으른 사람"으로 무시할 자격을 얻었다고 착각한다. 반면 패자는 단순한 경제적 빈곤을 넘어 인간적 존엄의 상실을 경험한다. 샌델은 이러한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수치심이 사회적 연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학계의 결론은 명확하다. 능력주의는 정의를 실현하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 국가 실패와 불평등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아주 세련된 통치 기술로 변질되었다.

60003.jp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능력주의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 이 글에서는 학력주의의 부작용과 시장가치와 도덕적 가치의 혼동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학력주의의 부작용
 
능력주의는 필연적으로 ‘학력주의(Credentialism)’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현대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은 단순한 교육 수료증이 아니라, 노동시장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새로운 신분증이 되었다. 과거에는 출신 가문이 신분을 갈랐다면, 이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사람의 등급을 매긴다. 이 시스템은 ‘공정한 경쟁’과 ‘열린 기회’라는 포장지에 싸여 있어 비판하기가 훨씬 어렵다. 소수의 명문대 졸업장은 상류 사회로 들어가는 프리패스 티켓처럼 작동하며,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무기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학력주의가 만들어낸 차별적 시선이다. 고학력 엘리트들은 저학력자를 단순히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 혹은 ‘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이클 샌델이 지적했듯,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차별은 금기시되지만 저학력자에 대한 무시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마지막 편견”으로 남아 있다.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는 식의 훈계는 저학력 노동자들에게 깊은 모멸감과 패배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현실은 고학력자 당사자에게도 해롭다. 명문대를 나와 성공한 사람은 성취의 원인을 오로지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 믿으며, 타인의 실패를 무능 탓으로 돌리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 반대로 고스펙을 갖췄음에도 원하는 지위를 얻지 못한 사람은 더 깊은 늪에 빠진다. "자격이 있는데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분노와 "이 스펙으로도 실패한 나는 문제아인가"라는 자기혐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학력을 자신의 정체성과 동일시했기에, 사회적 실패를 곧 존재의 부정으로 받아들이며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돈’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 왜곡은 극에 달한다. 높은 학력을 가졌지만 자산 증식에 실패한 이들은, 결국 학벌보다 자본이 더 강력한 위계임을 깨닫고 깊은 박탈감을 느낀다. 이는 "세상을 지배하는 건 능력이 아니라 돈"이라는 극단적인 냉소주의로 이어진다. 공공의 이익이나 직업윤리보다는 개인의 자산 증식만을 목표로 삼는 ‘각자도생’의 황금만능주의가 여기서 강화된다. 결국 대학 졸업장은 신분증일 뿐만 아니라, 오만과 자기혐오, 그리고 물질주의를 부추기는 심리적 족쇄가 되어버렸다.
 
50018.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곧 사회 기여인가?" (시장 가치와 도덕적 가치의 혼동)
 
능력주의가 범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시장에서 매겨진 가격(연봉)을 그 사람의 사회적 기여도나 인격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장은 단지 지불 능력과 수요·공급에 반응할 뿐, 그 일이 얼마나 도덕적인지, 혹은 공공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투기성 거래로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펀드 매니저가, 병원에서 환자를 살리는 간호사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수백 배 더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말할 근거는 시장 가격 외에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능력과 인품,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칭송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우리 삶을 지탱하는 돌봄, 청소, 배달 등 필수 노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능력 없는 사람들의 일’로 깎아내린다. 팬데믹 기간, 사회가 멈추지 않도록 현장을 지킨 필수 노동자들이 정작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려야 했던 현실은 이 가치 전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노동의 존엄을 되찾으려면 소득 재분배를 넘어, 우리가 ‘기여’와 ‘가치’를 정의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혼동은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모두에게 심리적 독이 된다. 고소득자는 시장의 보상이 자신의 뛰어난 재능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확신한다. “나는 많이 벌고 세금도 많이 내니 이미 충분히 기여했다”는 생각은, 가난한 사람들을 ‘기여는 없이 혜택만 바라는 존재’로 바라보며 경멸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반면, 저소득자는 “돈을 못 버니 나는 사회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자괴감에 빠진다. 사회문제를 탓하기보다 자기혐오와 무력감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회는 서로를 적대하는 두 진영으로 쪼개진다. 상류층은 세금과 사회적 갈등을 피해 자산과 생활 반경을 분리하려 하고, 축적된 부는 공동체로 다시 흐르지 않는다. ‘돈=사회적 기여’라는 잘못된 믿음은 승자에게는 오만과 자기합리화를, 패자에게는 굴욕과 분노를 심어주며 공동체를 유지하는 도덕적 기반을 무너뜨린다.
50019.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이렇게 능력주의의 한계와 위험성이 대중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다수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 또한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으며, 이는 능력주의의 극복이 상당히 어려운 과제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할당제의 역설: 기계적 균형이 낳는 심리적 왜곡

능력주의의 폐해가 지적되면서, 그 대안으로 여성, 지역, 계층 등에 일정한 몫을 배정하는 ‘할당제(Quota System)’가 흔히 거론된다. 불평등한 출발선을 강제로라도 맞춰 결과를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이 접근은 직관적으로는 정의로워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식은 능력주의가 만든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해결하기는커녕, 또 다른 형태의 심리적 갈등을 만들어내는 역효과를 낳곤 한다.
 
먼저, 혜택을 받은 수혜자 집단에서조차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복잡하게 꼬인다. 할당제로 들어온 사람들은 동료들에게 "실력이 부족한데 혜택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는 의심을 받기 쉽다. 이런 시선 속에서 수혜자는 자신의 성취가 실력 때문인지 제도 덕분인지 혼란스러워하며 자신감이 떨어지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반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정반대의 심리 기제가 작동하기도 한다. "나는 혜택 때문에 된 게 아니라, 원래 자격이 충분했다"라고 스스로를 강하게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혜자는 자신의 성공을 다시 '능력의 결과'로 포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득권에 진입한 뒤에는 다른 약자를 대변하기보다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는 데 급급해진다. 즉, 소수자가 기득권이 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능력주의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할당제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이들은 탈락을 단순한 경쟁 패배가 아니라, "내 능력은 충분한데 특정 집단에게 기회를 뺏겼다"는 역차별로 받아들인다. 연구에 따르면 능력주의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할당제를 '불공정'으로 인식하며, 수혜자 집단을 향해 원초적인 분노를 쏟아낸다. 문제는 이때 분노의 방향이 '불평등'이 아니라 '눈앞의 수혜자'를 향한다는 점이다. 결국 사회는 불평등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대신, '누가 더 자격이 있느냐'를 두고 을(乙)끼리 싸우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다. (* 소위 말하는 '갈라치기')
 
무엇보다 가장 큰 한계는 할당제가 '게임의 규칙' 자체는 건드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쿼터제는 상층부에 누가 올라갈지, 선수 명단을 바꿀 수는 있어도 "상층부에 올라간 사람이 모든 보상을 독차지한다"는 승자 독식의 룰은 그대로 둔다. 사람들은 여전히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싸우고, 그 문을 통과한 자격(Merit)이 무엇인지만을 따질 뿐이다.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거나, 능력과 상관없이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더 근본적인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추가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종차별 반대 교육을 받은 집단이 오히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차별을 더 많이 인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능력주의의 해독제를 잘못 처방하면 집단 간 의심과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할당제는 불평등한 현실에서 소수 집단의 진입을 돕는 일시적이고 전술적인 도구일 수는 있어도, 능력주의를 넘어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선수만 교체하는 방식으로는, "성공은 능력, 실패는 무능"이라는 능력주의의 가혹한 심층 논리를 결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50020.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복지의 딜레마: 존엄이 배제된 시혜와 모욕의 경제학
 
능력주의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흔히 ‘복지 강화’가 거론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사회적 성공이 곧 인간의 존엄과 직결되고, 실패는 ‘불운’이 아니라 ‘무능’ 탓이라고 믿는 인식이 그대로라면, 복지는 경제적 생존을 도울지는 몰라도 받는 사람의 존엄은 훼손하는 양날의 검이 된다.
 
실제로 복지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이들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게으르고 무책임한 낙오자’로 낙인찍히는 경험을 한다. 노동이 유일한 가치 척도인 사회에서, 내 힘으로 번 돈이 아니라 지원금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나는 더 이상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는 실패 인증서처럼 받아들여진다. 결국 복지는 수혜자를 사회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품는 통로가 아니라, 수치심과 무력감을 확인사살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한다.
 
반대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반발심도 만만치 않다. 자신의 소득을 오로지 ‘내 능력과 노력의 정당한 대가’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복지를 위한 증세는 “열심히 산 사람에게 벌금을 물려 게으른 사람을 돕는 일”로 비친다. 여론 조사에서도 많은 이들이 복지 수급자를 ‘운 나쁜 이웃’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려는 집단’으로 보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이런 인식은 복지 정책에 대한 지지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도덕적 경멸과 분노를 정당화한다.
 
결국 능력주의라는 생각의 틀을 바꾸지 않은 채 복지만 늘리면, 한쪽에서는 “왜 내 피땀 어린 돈으로 게으른 자들을 먹여 살리냐”는 승자의 오만이, 다른 쪽에서는 “나는 구제받아야만 살 수 있는 잉여 인간인가”라는 패자의 굴욕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렇게 되면 복지는 계층 간 화합의 도구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혐오와 의심을 키우는 전장이 되고 만다. 복지가 진정한 대안이 되려면, 단순히 지원금 액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돈과 인간의 존엄을 동일시하는 능력주의적 사고방식 자체를 뜯어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118.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국경을 넘는 엘리트와 '먹튀'의 자유: 해결이 불가능해진 이유
 
오늘날 능력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결정적인 이유는 ‘국적’과 ‘이동성(Mobility)’이라는 거시적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불평등이 국경 안에서의 제로섬 게임이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가 무대다. 2025년 현재, 인구 절벽과 재정 위기에 직면한 각국 정부는 생존을 위해 노골적인 ‘인재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가난하고 기술 없는 난민에게는 빗장을 걸어 잠그고 국경 밖으로 내몰지만, 돈 많고 기술 있으며 고학력인 엘리트에게는 국적과 영주권을 선물하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바야흐로 ‘능력 있는 자’는 국경을 초월해 어디서든 환영받는 귀족이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이민 장벽을 높이는 듯하지만, 실상은 철저한 ‘선별적 수용’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골드 카드’ 정책은 막대한 투자금을 내거나 특정 첨단 기술을 보유한 이들에게 미국 거주권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판매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는 시민권조차 시장 논리에 따라 사고파는 상품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전 세계의 부와 재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국가가 내부적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려 시도하는 정책들은 “이민 가면 그만”이라는 엘리트들의 강력한 출구 전략(Exit Strategy) 앞에서 무력화된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가 과도한 입시 경쟁을 완화하거나 명문대의 독점적 지위를 분산시키려 해도 효과는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자산과 정보력을 갖춘 상류층은 규제가 심해지면 자녀를 해외 다른 대학으로 보내거나, 아니면 아예 대학보다는 자본과 기술을 직접적으로 물려주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사다리를 수리하려 들면, 그들은 아예 더 크고 화려한 국제 사다리로 갈아타 버린다.
 
그래도 한국은 선진국이고 언어, 문화적 장벽이 높기 때문에 전세계 국가들 중에서는 꽤 나은 편이다.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훨씬 더 절망적이다. 이란이나 파키스탄 같은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사회를 개혁해야 할 정치·경제 기득권층의 자녀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캐나다의 여권을 들고 있다. 자국이 망가져도 언제든 선진국으로 탈출할 ‘구명보트’를 확보한 이들에게,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나 절박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엘리트들이 국가 공동체와 운명을 함께하지 않는 ‘무국적적 지배계급’이 되면서, 내부의 개혁 동력은 완전히 상실된다.
 
자본 역시 마찬가지다. 부유세 도입이나 기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자본은 빛의 속도로 국경을 넘어 규제가 덜한 곳으로 이동한다. 결국 각국 정부는 자본과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오히려 법인세를 깎아주고, 상속세를 완화하며, 엘리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능력주의 회귀’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불평등을 잡으려다 나라 곳간이 비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학계에서 능력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이 밝혀진 지 오래여도 현실에서는 능력주의가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50021.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지쳐버린 자들의 반란, 탕핑과 NEET의 경고
 
능력주의 신화가 무너진 자리에서 사람들은 사회 시스템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드러눕는" 소극적이지만 분명한 저항을 하고 있다. 중국의 ‘탕핑(드러눕기)’이 대표적이다. 이는 살인적인 경쟁과 장시간 노동(996 문화)을 강요받으면서도, 치솟는 집값과 실업률 탓에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진 현실에 대한 청년들의 합리적인 계산 결과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래를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승산 없는 게임에서 이기려 애쓰는 대신, 경기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조용한 파업'을 택했다. 정부는 이를 부끄러운 일이라 훈계하지만, 탕핑은 이미 부러진 사다리 앞에서 더 이상 헛된 희망 고문을 당하지 않겠다는 냉철한 기권 선언에 가깝다.
 
서구와 한국 등지에서 늘어나는 니트(NEET)족 역시 단순히 "일하기 싫은 세대"로 치부할 수 없다. 연구들에 따르면 이들 상당수는 아동기부터 누적된 학업·사회적 좌절과 그로 인한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의 위기를 겪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능력주의가 심어준 "성공하지 못한 것은 네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내면의 목소리다. 계속되는 탈락 경험이 반복되면서 이들은 다시 도전할 에너지마저 소진된 '학습된 무력감' 상태에 놓인다. 즉, 이들의 무기력은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패자에게 가혹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탕핑과 니트는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규칙이 파기되었음을 온몸으로 증언하는 공통된 신호다. 이는 패배가 아니라 ‘게임 불참’이다. 기회는 공정하지 않고, 실패는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돌려지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규칙을 바꾸려 하기보다 애초에 경주에 참가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 게임은 정당하지 않다"는 세대적 판단이, 가장 소극적이지만 집단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능력주의 시스템의 신뢰가 바닥났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더욱 암울한 점은 이러한 현상이 그나마 고도성장을 경험했거나(중국),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는 선진국(서구·한국)이라서 나타나는 '징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인프라와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일반 개발도상국의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저항조차 불가능할 만큼 처참하다. 이란이나 파키스탄, 남미의 여러 국가에서는 사다리가 끊긴 수준이 아니라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탕핑' 같은 여유는 사치이며, 남은 유일한 희망은 자국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어떻게든 선진국 비자를 얻어 탈출하는 것뿐이다. 이처럼 어떤 노력으로도 답이 없다는 절망이 전 지구적인 '탈출 러시'로 이어지는 것은 능력주의의 위기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하고 있다.
50015.pn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복수하는 유권자, 시험이 된 결혼, 그리고 예고된 소멸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포퓰리즘과 반지성주의는 단순한 대중의 무지나 선동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자신들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로 취급해 온 오만한 능력주의 엘리트들에 대한 '패자들의 정치적 복수'로 읽어야 정확하다. 수십 년간 기술관료와 전문가들은 효율성과 데이터만을 앞세워, "공부하고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잣대로 사람의 가치를 매겼다. 이에 굴욕감을 느낀 대중은 자신들을 가르치려 드는 유능한 전문가보다, 차라리 시스템을 망가뜨릴지언정 자신의 분노와 모욕감을 시원하게 대변해 주는 거친 선동가에게 표를 던지는 선택을 했다. 그들은 경제적 보상 이전에 '존중과 인정'을 원했던 것이다.
 
이러한 가혹한 잣대는 정치 영역을 넘어 개인의 가장 사적인 영역인 결혼과 출산마저 집어삼켰다. 오늘날 결혼과 출산은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을 입증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고난도 시험'이 되었다. "나 같은 처지에 무슨 결혼인가", "능력 없는 사람과는 가정을 꾸리기 싫다"는 인식은 청년 세대에게 깊게 내면화되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가족 형성은 '능력이 증명된 승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변질되었고, 이 기준에 미달한다고 느끼는 수많은 청년은 스스로 '자격 미달' 판정을 내리고 재생산을 포기하게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대화는 단절되어 있다. 고성장 시대에 "노력해서 집 사고 아이 키운" 경험을 가진 일부 기성세대는, 지금의 청년들을 "노력은 안 하고 편하게만 살려는 세대"라고 비난하기 쉽다. 저성장, 고용 불안, 미친 주거비라는 심각한 현실은 핑계로 치부되고, 모든 문제는 개인의 나태함 탓으로 돌려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세대가 "노력 대 게으름"이라는 낡은 도덕적 잣대로 서로를 비난하는 사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현상이 한국에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초로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시간차를 두고 전 세계 출산율이 뒤따라 폭락하는 현상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능력주의와 무한 경쟁이 가장 압축적이고 극단적으로 작동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완벽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공포가 한국 청년들의 재생산 본능을 가장 먼저 없애 버렸고, 이제 비슷한 압력에 노출된 전 세계 청년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즉, 한국의 인구 절벽은 한국만의 특수한 위기가 아니라, 승자 독식의 능력주의 사회가 맞이할 수밖에 없는 '예정된 파국'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7315.jpeg 능력주의의 위기: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을 넘어

[https://www.ineteconomics.org/perspectives/blog/a-belief-in-meritocracy-is-not-only-false-its-bad-for-you]
[격차가 커진 환경에서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신념은 동기의 원천이라기보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통해 체제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키운다.]
[Is the Belief in Meritocracy Palliative for Members of Low Status Groups? Evidence for a Benefit for Self-Esteem and Physical Health via Perceived Control - PMC}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은 패자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From Stigma to Dignity? Transforming Workfare with Universal Basic Income and a Federal Job Guarantee]
[성과 차이가 전적으로 개인 능력·의지 때문이 아니라 유전·가정 배경·우연한 기회 등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 때, 사람들은 실패를 인격 전체의 부정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도전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용한 허구의 배신: 신화가 독이 되는 순간
 
능력주의의 한계를 해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라리 이를 사회를 움직이는 ‘유용한 허구(Useful Fiction)’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리 간단치 않다. 격차가 벌어진 사회에서 이 믿음은 약이 아니라 독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신념은 어느 정도까지는 동기를 부여하지만, 불평등이 심화되고 상향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커질수록 이 허구는 희망의 원천이 아니라, 체제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키우는 인지 부조화의 진원지가 된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이 ‘허구’가 배신으로 바뀌는 메커니즘을 경고한다.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을 강하게 가진 사람일수록, 반복된 좌절 앞에서 극심한 심리적 타격을 입는다. 이들은 실패의 원인을 "나의 무능함" 탓으로 돌려 자기혐오에 빠지거나, 반대로 "시스템이 사기"라는 결론을 내리고 극단적인 냉소로 돌아선다. 즉, 보상이 따르지 않는 노력의 강요는 사람들을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게임은 조작됐다"는 판단과 함께 경기장 밖으로 이탈하게 만든다.
 
중국의 ‘탕핑(드러눕기)’이나 서구의 ‘조용한 사직’, 그리고 늘어나는 니트(NEET)족은 바로 이 허구에 배신당한 결과다. 이들은 처음부터 게을렀던 것이 아니라, 고강도 노동과 스펙 경쟁이라는 능력주의의 각본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집값 폭등과 실업난이라는 벽에 부딪힌 세대다. "아무리 노력해도 보상은 없다"는 경험이 누적되면 인간은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 빠진다. 승자 독식이 일어나는 현실에서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메시지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차피 안 될 거면 시도조차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계산을 하게 만들고, 결국 노동시장에서의 집단적 이탈을 초래한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운(Luck)’과 각종 제약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건강한 성취 동기가 되살아난다는 사실이다. 동기 이론과 행동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성과가 오직 개인의 능력 때문만이 아니라 운과 환경의 영향도 큼을 인정할 때, 사람들은 실패를 인격적 결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도전할 힘을 얻는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문화나 북유럽 복지국가가 보여주듯,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고 기본 삶은 유지된다"는 안전망이 있을 때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에 뛰어든다.
 
결론적으로 능력주의를 맹목적인 신화로 남겨두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성과에 따른 보상을 인정하되, 운의 역할을 명시하고 패자 부활의 기회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력이 곧 인격의 증명"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할 때, 역설적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지속 가능한 동력은 다시 만들어질 수 있다.
 
 
 
 
 
 
제미나이 요약문
 

주요 내용을 5가지 핵심 축으로 요약해 드립니다.


1. 무너진 계층 이동의 사다리

능력주의의 핵심 약속인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는 통계적으로 부정되고 있습니다.

  • 통계적 현실: 미국의 하층민이 상류층으로 이동할 확률은 8%에 불과하며,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는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 자본의 압도: 피케티의 분석처럼 자본 수익률($r$)이 경제 성장률($g$)을 앞서면서, 성실한 노동보다 부모의 상속과 자산이 성공의 결정적 변수가 되었습니다.

2. 성공을 결정짓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

성공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요소들에 의해 좌우됩니다.

  • 특권의 인프라: 부유한 부모가 제공하는 교육과 정보망.

  • 유전적·환경적 행운: 학업 성취도의 62%가 유전적 요인이며, 지능과 끈기조차 '생물학적 복권'의 영역입니다.

  • 운과 국적: 어느 시대, 어느 나라(시민권 지대)에서 태어났느냐가 개인의 노력보다 소득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3. 능력주의의 역설과 도덕적 타락

능력주의는 공정함을 가장하여 오히려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입니다.

  • 조직의 역설: "우리는 공정하다"고 강조하는 조직일수록 오히려 편향된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면허' 효과가 발생합니다.

  •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 승자는 자신의 성공을 온전한 실력으로 믿으며 오만에 빠지고, 패자는 실패를 '노력 부족'이라는 개인의 죄로 받아들이며 깊은 굴욕감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4. 사회적 부작용: 학력주의와 가치 전도

  • 학력주의: 대학 졸업장이 새로운 계급 신분증이 되었으며, 저학력자에 대한 무시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마지막 편견으로 남았습니다.

  • 가치 혼동: 시장에서의 '연봉(가격)'이 곧 그 사람의 '사회적 기여도(가치)'라고 착각하게 만들며, 필수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훼손합니다.

5. 해결의 난관과 공동체의 붕괴

  • 정책의 한계: 할당제는 '을(乙)들의 전쟁'을 유발하고, 존엄이 결여된 복지는 수혜자에게 낙인을 찍습니다.

  • 글로벌 엘리트의 이탈: 자산가와 엘리트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Exit strategy)하면서 국가 내부의 개혁 동력이 상실됩니다.

  • 절망의 징후: 중국의 '탕핑', 한국의 '인구 소멸'은 "이 게임은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청년들의 집단적 기권 선언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능력주의를 '동기 부여를 위한 유용한 허구'로 남겨두기엔 그 독성이 너무 강해졌다고 경고합니다. 이제는 성공 속에 숨은 '운'의 역할을 인정하고, 성취와 인간의 존엄성을 분리하는 제도적·심리적 안전망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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