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고령 여성이 ‘의료적 조력 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MAID)’ 의사를 공식적으로 철회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료적 조력 사망 검토위원회는 최근 80대 여성 A 씨의 사례가 담긴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 씨는 수술 후 합병증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완화 치료를 받던 중 남편의 요청으로 조력 사망 절차가 시작됐다. 그녀는 초기에는 동의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개인적·종교적 이유로 조력 사망을 원하지 않는다”며 완화 의료를 지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완화 치료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편이 ‘병간호 소진(caregiver burnout)’ 상태를 이유로 긴급 재평가를 요청했고, 결국 그날 저녁 조력 사망이 집행됐다.
초기 평가를 담당한 의료진은 “즉각적인 긴급성이 부족하고, 보호자에 의한 압박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이후 배정된 두 명의 다른 평가자가 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절차가 진행됐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짧았고, 환자가 처한 돌봄 환경이나 대체 가능한 치료·지원책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력 사망 요청과 평가 전반을 남편이 주도한 점, 환자가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위원회 위원인 라마나 코엘로 박사는 “이 사례에서 우선돼야 했던 것은 조력 사망이 아니라 완화 의료와 돌봄 지원의 강화였다”며 “병간호 부담이 환자의 죽음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2016년 의료적 조력 사망을 합법화한 이후 대상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2021년에는 말기 질환이 아니더라도 만성적이고 쇠약해지는 질환을 가진 환자까지 허용 범위를 넓혔고, 정신 질환자의 조력 사망 허용도 논의 중이다. 다만 각 주정부는 의료 시스템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일부 확대 조치를 연기한 상태다.
A 씨 사례는 조력 사망 제도가 환자의 자율적 선택을 온전히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제도의 안전장치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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