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이 이날 기자회견의 첫 질문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외채 상환 부담이 증가할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국가 부도 가능성을 거론하며 '제2의 IMF'가 올 거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러한 우려는 그저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1997년과 동일선상에서 볼 수 없다며 과도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환율 내려도 다시 오르는 이유

정부가 지난해 10월 구두 개입을 시작으로 약 3개월간 10차례 이상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정부가 강력한 환율 방어 의지를 드러내고,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며 1420원대까지 급락했지만, 해외주식 투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엔화 약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보름 만에 개입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한국 원화 약세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로 10원 이상 하락했지만 장중 빠르게 낙폭을 축소했고, 다음날 1470원대를 바로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원화 약세 기대 심리를 이기지 못하는 시장 개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달러를 매수하는 수요가 환율 상승 압력을 더 강하게 만들면서, 정부가 내놓는 정책의 단기적 효과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을 상승 시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4월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미 달러화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여타 국가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변화"시켰고 "과거와 달리 한국의 개인·기관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채권 등으로 자금 이동을 활발히 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나며 원화를 팔고 달러를 매수하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한다.
서민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환율 상승이 대출 이자, 해외 소비, 생활물가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출금리가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회 연속 연 2.50%로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6% 중반까지 올라섰다.
장바구니 물가도 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상승해 9월 이후 4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사과 가격은 19.8%, 감귤은 12.9% 급등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상승은 더욱 가팔랐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비 원화 기준으로 커피 수입물가는 약 4배 뛰었다. 달러 기준으로 30% 오른 소고기는 환율을 반영하면 원화 기준으로 60% 올랐다. 국제 가격이 하락한 밀조차도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22% 올랐다.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 압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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