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6학년도 수시 전형별 학교폭력 조치사항 반영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170곳의 수시 전형에 학폭 기록이 있는 수험생 3273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75.2%에 달하는 2460명이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 서울 주요대 합격률 0.7%…사실상 ‘입구컷’ 확인 = 서울 소재 주요 11개 대학으로 범위를 좁히면 학폭 가해 수험생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등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상위권 대학에 지원한 학폭 가해 수험생은 총 151명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합격한 수험생은 단 1명뿐이었으며, 나머지 150명(99.3%)은 모두 탈락했다.
대학별로는 경희대에 총 62명의 학폭 기록 수험생이 지원했으나 이 가운데 1명만 합격하고, 나머지 61명은 떨어졌다. 이어 중앙대(32명), 한국외대(14명), 서울시립대(12명), 한양대(7명), 연세대(5명), 서강대‧성균관대(3명) 등 주요 대학에서도 지원자 전원이 탈락했다. 이들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정성평가가 중시되는 전형을 중심으로 학폭 조치 사항을 엄격하게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점 국립대 10곳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총 180명의 감점 대상자 중 162명(90%)이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특히 서울 주요 대학과 거점 국립대 모두 1~3호의 경미한 조치일지라도 학종 등 서류 평가 단계에서 ‘부정적 의견’이 반영되면 합격권에서 멀어지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대학 관계자들은 “공동체 의식과 인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선발 기조상 성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학폭 전력자를 합격시키기에는 큰 부담이 따른다”고 입을 모았다.
■ “학생부에 없으면 그만”…시스템 한계가 키운 ‘입시 사각지대’ =
하지만 이러한 ‘무관용’ 수치 이면에는 대학이 손댈 수 없는 구멍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들이 꼽는 가장 큰 빈틈은 ‘기재되지 않은 학폭’이다. 현재 모든 대학은 오로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감점을 적용한다. 문제는 가해 학생 측이 집행정지 신청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고의로 기재를 지연시키거나, 학교 현장에서 기록이 남지 않는 선에서 ‘자체 해결’로 마무리된 경우다.
서울의 한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부에 기록이 없으면 해당 학생이 과거에 어떤 가혹행위를 했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며 “실제로 소송을 통해 시간을 벌어 기록이 없는 상태로 합격하는 ‘입시 세탁’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대학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결국 자본과 정보를 가진 가해자들은 법 기술을 동원해 대학 문턱을 넘는 ‘유전무죄’ 식 입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합격 후 확정된 판결…입학 취소 근거 없어 대학들 ‘골치’ =
사후 대처의 부재도 심각한 구멍으로 지적된다.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은 학폭 조치 반영을 강제하고 있지만, 입학 후 조치사항이 확인되거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대한 처분 지침은 전무하다.
만약 수험생이 고교 시절 저지른 학폭으로 소송을 벌이다 입학 후에야 가해 사실이 확정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뒤늦게 과거사가 폭로될 경우 대학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현행법상 ‘허위 기재’나 ‘서류 위조’가 아닌 이상,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았던 과거 전력을 이유로 입학을 취소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박약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뒤늦게 학폭이 확인되어도 가해자 측의 역소송이 두려워 징계조차 내리기 어려운 처지다.
또 다른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거점 국립대와 서울 주요 대학의 데이터는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제도의 사각지대도 극명하게 보여줬다”며 “대학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합격 후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도 대학이 단호하게 조치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이 즉각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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