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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유해진·박지훈 '왕사남', 역사책 찢고 나온 캐스팅의 힘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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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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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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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위당해 유배지에 갇히게 된 조선의 6대 왕 이홍위와 유배지를 지키는 보수주인 촌장의 우정을 그린 '왕과 사는 남자' 역시 예상되는 흐름을 가는 영화지만,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케미스트리가 제대로 발휘돼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는 계유정난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이홍위(박지훈 분)의 모습과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인 광천골의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가 청령포에 유배지를 유치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엄흥도는 이웃 마을 촌장(안재홍 분)으로부터 유배를 온 양반 덕분에 온 마을이 잘살게 된 이야기를 듣게 되고 솔깃해한다. 귀양 온 양반들은 많은 뇌물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고, 학당을 열어 아이들에게 공부까지 가르쳐준다.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광천골 주민들을 위해 엄흥도는 관아를 찾아가 대대적인 홍보를 하게 되고, 마침 그곳에 와 있던 한명회(유지태 분)가 이를 듣고 그에게 기회를 준다.

 

청령포는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데다 높고 험준한 암벽 육육봉을 서쪽에 두고 있는 외딴 공간이었다. 귀양 올 양반이 어떤 사람인지 잔뜩 기대하며 유배지를 준비하는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은 막상 가마에 탄 양반이 어린아이라 실망한다. 유배를 당한 이가 누구인지 잘 몰랐던 엄흥도는 이웃 마을 촌장이 "화를 대신 가져가 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해오고 난 뒤 그가 폐위당한 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보필해 온 궁녀 매화(전미도 분)와 함께 청령포에 갇힌 이홍위는 식음을 전폐한 채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낸다. 어린 임금이 식사하지 않아 온 마을이 근심 중이던 어느 날, 갑갑한 엉흥도는 산에 올랐다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결하려던 이홍위를 보고 그에게 달려간다.


'왕과 사는 남자'는 찰떡같은 캐스팅이 8할은 지고 가는 영화다. '역사책을 찢고 나와야 하는' 종류의 영화에서 언제나 화려한 활약상을 보여주는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서도 그 시대 조선에 살았던 촌로가 보여줄 법한 외양과 야심, 입담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사극은 처음인 박지훈은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역사책 속 단종을 되살렸다. 박지훈이 그려낸 이홍위는 마냥 나약하지 않다. 그는 광천골 사람들에게 마음을 연 이홍위가 보여주는 왕다운 위엄과 영화 후반부의 결연한 모습까지, 한 인물이 역사의 파고에 치여 끝내 스러져가는 과정을 깊이 있는 눈빛으로 표현한다..

두 주인공 외에도 신선한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다. 현대극 속에서 이지적인 모습으로 익숙한 전미도는 이홍위를 보필하는 궁녀 매화로 분해 차분하면서도 안정감 있게 영화의 한 축을 이끈다. 잘생긴 배우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도 이전 작품들 속에서의 한명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흥미롭다.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유지태는 이번 영화에서 압도적인 풍채와 권위적인 모습으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데, 이는 배우가 보여줬던 기존의 캐릭터들과도 달라 성공적인 변신이다. 그 밖에 금성대군을 연기한 이준혁이나, 영월 군수 역을 맡은 박지환의 존재감도 눈길을 끌며, 장항준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안재홍과 김민, 정진운 등의 모습도 반가움을 준다.

완결성의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각각의 소소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커다란 주제로 묶이지 못한 채 따로 논다는 느낌을 주는 것인데, 그로 인해 후반부의 감정적인 에너지가 예상보다 덜하다. 예컨대 엄흥도의 아들 태산(김민 분)이 이홍위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설정은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그칠 뿐, 의미 없이 사라진다.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도 의미심장하게 보였다가 소모적으로 사라지는 느낌을 준다. 메인 서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이었겠으나, 초반의 생동감이 후반부까지 유지되지 못해 아쉽다.

이 같은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왕과 사는 남자'는 명절용 영화로 가족 단위 관객들이 보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유해진과 사극, 신선함을 주는 새로운 얼굴까지. 남녀노소 관객들이 흥미롭게 볼만한 요소들이 있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21/0008728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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