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불똥 튄 수도권 쓰레기
지난 12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의 한 민간 소각장. 여러 지역에서 몰려든 듯한 대형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폐기물을 쏟아냈다. 화물차가 들어설 때마다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각장 굴뚝에서는 얼핏 구름으로 착각할 만큼 희뿌연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이 소각장은 올해부터 서울 강남구와 계약을 맺고, 강남구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연간 약 2300톤(종량제 봉투 한정 1천톤)을 처리할 예정이다.

수도권 폐기물의 비수도권 반출 현황. 그래픽 송권재 기자 cafe@hani.co.kr
강남 쓰레기는 청주에, 고양 쓰레기는 음성에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종량제 봉투 쓰레기 등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땅에 바로 묻는 직매립이 금지됐다. 앞으로는 소각한 뒤 남은 소각재만 매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인천은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거나 외부에 위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025년 기준 수도권 매립지로 향한 생활폐기물 직매립 규모는 서울 약 20만톤, 인천 7만3천톤, 경기 21만2천톤 등 연간 약 48만5천톤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이 막대한 쓰레기의 갈 곳이 사라진 셈이다.
18일 한겨레가 수도권 6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수도권 지자체 11곳이 비수도권에 있는 민간 소각장과 18건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체 39개 위탁(예정) 지자체의 약 28%에 해당한다.
수도권이 생활폐기물을 ‘원정 소각’하는 곳으로 점찍은 곳의 94%는 ‘범충청권’이다. 수도권 기초단체 10곳이 충청권 소재 민간 소각장과 17건의 계약을 맺고, 생활폐기물 10만6070톤을 보내게 된다. 수도권이 충청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처리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는 충북 청주, 대전 대덕, 충남 서산 등 3개 소각장과 총 9200톤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금천구는 충남 공주와 서산의 소각장에 각각 6천톤, 강동구는 세종과 충남 천안의 업체에 각각 6500톤과 3500톤을 보내기로 했다.
민간 소각장이 없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의 기초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고양은 충북 음성과, 광명·양평 및 인천 강화는 충북 청주의 민간 소각장과 계약했다. 경기 광주시는 충남 당진, 화성시는 충북 청주, 대전 대덕, 충남 천안에 있는 업체와 각각 1만8천톤, 1만800톤, 7200톤 규모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는 강원 원주에 생활폐기물을 보낸다.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는 “수도권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 지역 등으로 밀려 내려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쓰레기는 화성에, 화성 쓰레기는 청주에
수도권에서도 생활폐기물은 경계를 넘나든다. 서울과 인천의 기초단체 22곳은 경기 지자체 11곳(화성, 양주, 안산, 평택, 안성, 동두천, 시흥, 광주, 의왕, 오산, 부천)의 민간 소각장과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 27건(과업지시서 처리용량 기준 14만8030톤)을 맺었다. 대부분 서울(14만6980톤)에서 보낸다.
서울·경기 기초 지자체 10곳은 인천 서구와 남동구의 민간 소각장들과도 11건의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4만4843톤)을 맺었다. 서울의 생활폐기물은 1만4353톤이 반입되고 경기의 생활폐기물은 3만490톤이 반입된다. 인천 서구에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이 몰린 것은 수도권매립지가 있어 인근에 민간 소각장이 난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서울에서 생활폐기물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경기 화성시(5만6040톤)다. 화성시는 서울에서 쓰레기를 받고, 자신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청주와 대전, 천안(총 3만6천톤)으로 보내는 셈이다.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와 경기 안양, 의왕에서 1만5740톤을 받는 광주시는 당진과 오산으로 2만9850톤을 보낸다.
부천시와 오산시, 의왕시는 각각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에 있는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했다. 양주, 안산, 평택, 안성, 동두천, 시흥은 아직 계약 공고를 내지 않았거나 내지 않을 계획이다. 수도권 10개 지자체에서 4만6천톤 이상의 생활폐기물을 반입하는 인천 서구만 유일하게 서구의 민간 소각장에서 자체 배출 생활폐기물을 처리한다.
생활폐기물이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이유는 지방계약법에서 계약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엔 전국 단위로 입찰 구역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처리 단가 등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한다. 화성시의 경우, 하루 평균 320톤가량의 생활폐기물을 배출하는데, 관내에 있는 공공 소각장에서 300톤을 처리하고 나머지는 민간 소각장에 위탁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관내 업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지방계약법에 따라 계약한 것”이라며 “화성에 생활폐기물을 보내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1순위 업체를 선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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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광역단체 폐기물처리시설 추진 현황. 그래픽 최광일 선임기자 dido@hani.co.kr

전국 공공소각장 수와 시설 용량. 그래픽 최광일 선임기자 dido@hani.co.kr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87228?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