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항공에서 휴가 사용 시기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새로운 휴가 제도를 도입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 평일 10점·연휴 50점... 연차도 청약처럼?
최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휴가 제도 관련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핵심은 휴가 배정을 휴가 사용 실적을 기준으로 매긴 점수에 따라 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점수를 어떻게 산정하는 걸까요. KBS가 확보한 내부 공문을 보면, 평일은 10점 일반 주말은 30점으로 돼 있습니다. 이어 설 연휴나 입학 시즌(3월 1주 차), 여름휴가 성수기(7월 말~8월 초), 추석 연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은 50점으로 나와 있습니다.
직전 12개월 동안 사용한 휴가 일수대로 점수를 매기는데, 주말이나 연휴 시즌에 휴가를 쓰면 더 높은 점수를 매깁니다.
높은 점수를 주면 좋은 건가 싶지만, 아닙니다. 총점이 낮을수록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배정받는 방식입니다. 사실상 성수기에 쉬면, -50점이라는 의미이지요.
결국,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쓰려면 직원들끼리 경쟁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한 객실 승무원은 "성수기나 연휴에 휴가를 내면 몇 년간 휴가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며 "원래도 쓰고 싶은 날에 못 썼는데 인력 관리를 하지 못한 뒷감당을 다 승무원이 떠안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대한항공의 고질적인 인력난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이춘목 대한항공 직원연대 사무국장은 "근무 인원이 부족해서 지난해 11~12월 이미 한두 명 없이 운항한 경우가 많았다"며 "연간 정해진 휴무일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더 황당한 점은 만약 연차 배정 이후에 개인 사유로 취소할 경우 연차 일수는 다시 복원되지만, 그 날짜는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사용 실적 점수에는 반영한다는 겁니다.
설 연휴에 휴가를 냈다가 휴가 전 취소하더라도 이미 50점을 얻어 내년 휴가 신청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또, 내가 미리 지정한 연차가 휴무일로 대체되더라도 사용 실적에는 연차휴가로 반영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휴가 점수제'는 처음 본 모습..대한항공 "법적 문제 없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직원들의 비판 글이 쏟아졌습니다.
<블라인드 대한항공 직원이 올린 글>
"고질적인 인력 문제를 해결할 의지 없이 비용 절감만을 위해 연차 차등 점수제를 도입했다"
"평일에 하루 병원 때문에 연차 내는 것도 안 준다"
"내 연차를 맘대로 못 쓰는 건 위법 아니냐"
이에 대해 장종수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 노무사는 "연차를 언제 쓸지 정하는 건 노동자 권리로 사업자가 거부할 수 있는 건 '사업 운영에 중대한 지장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며 "그마저도 바로 거부할 수 없고, 시기 변경을 노동자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점수제도'를 만들어 휴가를 운영하는 건 처음 보는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 노무사는 "점수가 적은 사람이 먼저 쓰게 하는 건 연차 휴가 사용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이러면 노동자가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그 자체가 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성수기에 인력이 더 필요하다면, 사업주가 여유 인력을 더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원활한 사업 운영을 위해 연차 휴가를 분산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대한항공은 "주말 및 공휴일, 연휴 등 특정 일자에 연차 휴가 신청이 집중될 경우 안전 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가능한 선까지 휴가를 반영토록 한 것이며 법적인 문제 또한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한항공은 승무원들의 연차 휴가 소진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며, 노사합의에 따라 미사용 연차는 다음 해로 이월하여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2107796?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