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군 쪽 대리인은 서면 사과 기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정군의 동의를 받고 박준현에게 직접 연락해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나이가 어리고, 행정심판에서 결론이 난 상황에서 행정소송 등 추가 법적 판단을 구하는 방식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2026년 프로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는 박준현이 행정소송 과정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찍혀 시즌 내내 구설에 시달릴 가능성도 고려했다. 하지만 정군 쪽 대리인과의 만남에서 박준현 쪽은 오히려 “언론 보도로 피해를 봤다. 지금으로선 사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면 사과 기일까지 사과를 기다렸던 정군 쪽은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한편, 서면 사과 처분을 내린 충남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정군은 야구를 그만뒀고, 정군의 동생은 이름을 바꿨다. 야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두 학생의 신상털기가 이어졌고, 야구계에서 끊임없이 2차 가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진정 어린 사과를 바랐던 정군 부모의 인내심도 바닥났다.
정군 아버지는 “사과 없이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 법이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사과는 있어야 했다”라고 말한 뒤 “가해자 역시 어린 학생이니 반성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미래까지 망쳐놓고 아무런 반응이 없는 모습을 보고 상처와 허탈감만이 남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해자 쪽은) 합의를 이유로 금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돈 몇 푼 받고자 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정군은 “대학팀에 합류한 뒤 주변 동료와 선배가 이 사건을 끊임없이 물어봐서 눈치가 보이고 힘들어서 더는 야구를 하기가 힘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가해자를 ‘클럽에서 봤다’는 친구 말을 듣고 화가 났다. 가해자는 뻔뻔하게 살면서 피해자가 눈치를 보며 도망 다녀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며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길이 막막하다. 이런 현실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박준현은 2026년 2월1일 공식적으로 프로야구 선수 신분이 된다. 그는 1월14일 대전에서 열린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지만, 언론 인터뷰를 거부했다. “선수의 입장을 기다린다”며 사태를 방관했던 키움은 1월 말 전지훈련에 박준현을 합류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