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은 대학 시절 처음 만났다. 아주 ‘우연히’다. 둘은 같은 고향에서 서로를 모른 채 지냈고, 서울에서 각자 살다가, 귀향 버스에서 마주쳤다. 그 후 오랜 기간 친구로 지냈고, 우여곡절 끝에 연인이 된다. 그리고 지독한 사랑 끝에 헤어진다. 서로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둘을 둘러싼 상황은 그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고, 결국 둘은 서로를 할퀴다 결별한다. 대다수의 연인이 그렇다.
만약 이런 이야기라면 ‘만약에 우리’는 빤한 이야기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발 더 성큼 내딛는다.

먼 훗날 두 사람은 베트남 호찌민발 인천행 비행기에서 마주친다. 기상 악화로 비행기 이륙이 취소되고, 둘은 단순한 재회를 넘어 꽤 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된다. 그리고 현재의 이야기는 ‘흑백’으로 묘사된다. 주변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서로에게 서로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과거는 총천연색인데, 원하는 직업을 갖고 안정적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은 흑백으로 그려진 건 상징적이다.
이는 은호가 만든 게임 속 설정과 맞물린다. 정원은 "에릭이 제인을 못찾으면 어떻게 돼? 새드엔딩이잖아"라고 물었고, 은호는 "세상은 흑백이 되어버려"라고 답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의 현재는 흑백 필름이다.
과거는 유독 아름답게 채색되는 경향이 있다. 일명 무드셀라 증후군이다. 그래서 기억은 추억이 된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이런 사랑도 드물다. 헤어진 후 과거를 후회하고 서로를 헐뜯는 이야기가 주변에 널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만의 과거를 여전히 아름답게 기억하는 은호와 정원의 사랑은 수채화같다.

서로를 위한 집을 짓고, 서로의 집이 되어 준다는 서사. 14년 전 영화 ‘건축학개론’이 떠오른다. 여기에 구교환, 문가영이라는 조합은 더할 나위 없는 연기로 훌륭한 화룡점정을 찍었다. 실로 오랜만에 가슴 한 켠이 뻐근한, 근사한 멜로를 만났다.
출처 : 아이즈(ize)(https://www.iz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