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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중략)
14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제도가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느슨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5년간(2020~2025년 상반기) 해외로 유출된 국내 산업기술은 110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국가핵심기술은 33건으로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는 약 23조2700억원에 이른다. 기술 유출은 반도체(38%), 디스플레이(20%), 전기전자(8%) 등 전략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술 유출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인력 스카우트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합작법인(JV) 설립, 소수 지분 투자, 해외 R&D센터 구축 등 투자 구조를 활용한 방식이 늘어나고 있다.
외형상 정상적인 투자처럼 보이지만 기술·데이터 접근을 통해 핵심 기술이 해외로 이전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주요국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외국인투자 단계에서부터 안보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사현대화법(FIRRMA)을 통해 소수 지분 투자와 민감 데이터 접근, 군사시설 인근 부동산 취득까지 심사 대상으로 포함했다.
최근에는 공장과 사업장을 새로 짓는 그린필드 투자까지 안보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 역시 외국인투자 안보심사를 경제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규정하고 그린필드 투자와 간접투자를 포함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사이버 위협이나 제3국 우회 투자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를 별도로 분류해 규제하는 한편 미국식 안보 중심 심사기구 도입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국의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기준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 지분 50% 이상을 취득해야 심사 대상이 되며 소수 지분 투자나 그린필드 투자, 자회사를 통한 간접지배 투자는 대부분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해외 자본이 소수 지분을 확보한 뒤 핵심 기술이나 기밀 정보에 접근하는 ‘우회 경로’가 열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적 공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 글로벌 기술 유출과 우회투자의 거점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이 동맹국과의 협의에서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 공조를 공식 의제로 다루고 있어 안보 심사 체계가 미흡한 국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대상에 데이터, 핵심 인프라, 공급망, 광물, 디지털 기반 산업 등을 포함하고 심사 지분율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신규 공장 설립과 같은 그린필드 투자와 자회사·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한 간접지배 투자 역시 심사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