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의 제왕> 원작자 J.R R. 톨킨이 드디어 1969년에 그 영화화 판권을 할리우드 영화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에 넘겨주면서 영화 버전의 향방을 두고 한창 할리우드가 촉각을 곤두세웠는데,
그 기획들 중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꼽히는 게, 지금 생각하면 좀 황당하게 여겨지지만,

당시 세계 대중음악계를 휘어잡고 있던 비틀즈 4명을 주연으로 한 기획이었음. 존 레논이 <반지의 제왕> 소설의 엄청난 팬이어서 의욕을 갖고 밀어붙였고, 레논이 영화화 감독직을 제의한 이가 또 바로,

스탠리 큐브릭이었음.
당시 <닥터 스트랜지러브>와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로 2차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로 오르고 흥행도 모두 성공시킨 괴물. 특히 존 레논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광팬이어서 "이 영화는 매일 24시간 동안 성전에서 상영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던.
그런데 큐브릭은 레논에게 "<반지의 제왕>은 원작이 너무 방대해 도저히 영화화할 수 없다"며 에둘러 거절 의사를 밝히고, 그렇게 기획이 한번 삐끗하고 나니 하나둘 계속 안 풀리기 시작하며 결국 무산.
사실 비틀즈는 당시 이미 팀으로 출연한 영화들이 꽤 있었고, 흥행뿐 아니라 평가도 꽤 좋아서 당시로서 이 기획이 글케까지 이상한 발상은 또 아니었음.



대충 이런 영화들이 있었고(<옐로우 서브머린>은 애니메이션), 이밖에 TV용 영화도 또 한편 있었음(<매지컬 미스터리 투어>).
그런데 나중 가서야 나온 후문은, 톨킨이 저 "비틀즈의 <반지의 제왕>" 발상을 너무 싫어했어서 어차피 그의 살아 생전엔 성사되지 못했을 기획이었으리라고. 그리고 비틀즈는 톨킨이 아직 생존해있던 1970년에 해체(톨킨은 1973년 사망).
어찌됐든 이 기획에서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건, 비틀즈는 대체 <반지의 제왕>에서 무슨 배역을 맡고 싶어했던 것일까 하는 부분인데, 많은 이들의 예상으론 아마도,

이 호빗 4총사를 나눠가지려 한 게 아닐까 하는 거임. 물론 기획을 밀어붙인 존 레논은 이미 1980년 사망해서 진위는 알 수 없음.
그렇게 "비틀즈의 <반지의 제왕>"이 물 건너가고, <반지의 제왕> 첫 극장용 영상화가 이뤄진 건 1978년임. 그것도 무려 애니메이션으로.


이건데, 대충 <반지원정대>와 <두개의 탑>까지만 잘라 붙인 뒤 플롯을 미친듯이 줄여 2시간 12분짜리로 만든 형태였음. 좀 기이해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당시 흥행에 성공했음. 대략 400~800만 달러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3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임. <반지의 제왕>은 워낙 팬베이스가 탄탄해 그 영상화 성공 가능성은 그때부터도 이미 증명됐던 거.
흥미로운 점은, 저 애니메이션판 <반지의 제왕> 제작자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3번이나 수상한 거물 제작자 솔 자엔츠였단 사실.
당시 이미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로 아카데미상과 함께 엄청난 흥행 성공을 맛본 인물이었는데, 그 역시도 워낙 대단한 <반지의 제왕> 팬이어서 그에게 전무후무한 애니메이션 기획까지 성사시키고 완성시킬 의욕을 불어넣었던 거임.
※ 역시 팬이 많은 원작은 그를 갖고 뭐라도 해보고자 한 수많은 의외의 인물들 비화도 많이 따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