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30)씨는 최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개인 간 거래로 1500달러를 구매했다. 날로 치솟는 환율에 환전 수수료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당국에 달러 거래 사실을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규정상 ‘소액 거래자’로 분류돼 신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달러 수요자들 중 당근마켓·중고나라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인 간 달러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은 이런 사적 거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신고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지난 5년 간 접수된 신고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고환율 위협이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음성적 시장’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국민일보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입수한 개인 간 외환거래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거주자 간 외환 거래로 한은에 신고된 사례는 ‘0건’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외국환거래규정의 예외 조항 때문이다. 외환거래는 원칙적으로 당국 신고 대상이지만,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국내 거주자가 5000달러 이내에서 거래하는 경우에는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
전문가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외화 거래를 사실상의 ‘암시장 거래’로 분류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로서는 이런 규모가 공식 환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암시장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것 자체가 (고환율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실제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외화, 특히 미국 달러를 사고 판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도 ‘현재 환율로 1만 달러까지 대량 구매한다’ ‘매장으로 찾아오면 달러를 팔겠다’ 등 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들 플랫폼은 공지사항에 외환거래 관련 주의사항을 고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관리나 제재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도 난감해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련 법은 영리적 목적으로 외화를 반복적으로 환전하는 사실상의 미등록 환전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 간 거래까지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환전 신고는 한은이, 신고 위반에 대한 검사·감독은 금감원이, 외국환업무취급기관(환전상)에 대한 검사·감독은 관세청이 처리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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